[감옥에서 온 편지] 장민호님의 편지

2013.11.19 23:27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233

장민호님의 편지

 

존경하는 권오헌 명예회장님 그리고 회원님, 일꾼 동지들,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지난 1023일 대전교도소에서 출소 후 곧바로 대전출입국관리소로 이송되어 강제추방(퇴거) 통지를 받았습니다. 당일 청주외국인보호소로 다시 이감된 저는 강제퇴거통지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118일 법무부는 기각통보를 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김익, 이광열 동지께서 신청하셨던 일시보호해제건도 기각되었음을 알려왔습니다. 현재 심재환 변호사님의 도움으로 강제퇴거조처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당 조처가 일시 정지되어 이곳 청주외국인보호소에 계속 머물고 있습니다. 첫 재판은 오는 1122일에 열릴 예정이며 최종 판결은 2개월 정도 후 내려질 것 같다고 합니다.

명예회장님께서 통일뉴스 기고문에서 낱낱이 말씀해 주신대로 이미 형기를 마친 저의 생존권 및 어머님, 가족들과 함께 살아갈 권리마저 박탈하려는 당국의 처사는 국가보안법의 잔인성, 반인륜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이곳에 이감된 직후 주한미대사관에 서면 및 구두로 영사면담을 신청하였습니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국정부가 이란·중국 등에서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마약 범죄는 살인, 폭력 등과 함께 지구상의 그 어느 인간공동체도 용납하지 않는 천인공노할 범죄지만 그들의 인권 또한 보호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로 표방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욱이 잘 알려진 대로 미국 정부는 UN인권이사회의 오랜 방침에 따라 한국정부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여 왔는데 미국 시민인 제가 바로 그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생존권, 자유로운 거주권 ... 등 기본적인 인권을 박탈당할 처지에 놓였기에 주한미대사관은 미국정부를 대표하여 당연히 일정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정부(주한미대사관)의 입장은 뜻밖에도 영사방문의 거부였습니다. 이유는 저의 강제퇴거가 한국의 이민법에 따른 정당한 조처이기 때문에 미국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여 저는 이민법(출입국관리법) 46조에 명시된 추방대상에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강제추방대상이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이민법을 존중한다는 미국정부의 태도는 황당한 궤변이며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09년 저는 미국의 어느 방송사 기자들이 북조선 영토에서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억류되었을 때에 미국정부가 그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적극 나섰던 반면 자신들 스스로 폐지를 권고하여 온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수감되었던 저에 대해서는 놀라우리만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데 대하여 미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신을 통하여 항의한 바 있습니다. 그 후 저는 미 대사관에 수 차례 응답을 촉구하였으나 미정부는 초지일관 무시하였습니다. 심지어 지난 2011년 대전교도소가 저와 다른 외국인 재소자들에게 저질렀던(성적 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인권탄압에 대하여 미국정부의 입장을 묻고 도움을 청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북조선, 중국, 이란 ... 등 미국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들의 인권문제만 선택적으로 문제 삼는 미국정부의 위선적, 이중적 태도가 인류역사의 보편적 가치들을 훼손하여 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에 이상 미국정부의 태도를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몸소 겪고 나니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애국세력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비열한 탄압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권오헌 명예회장님, 김규철 고문님, 이정태, 김익, 리정애 동지, 이광열 사무국장님, 대전 양심과 인권 나무의 신승철, 이병구 동지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인자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눈에 선한 남경남 의장님, 출소 일정에 쫒겨 마지막 답장 올리지 못했던 이규재 의장님, 이경원 동지 그리고 소송 승리의 낭보를 전해주신 이병진 동지, 언론탄압에 맞서 당당히 싸우시는 자주민보 동지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온갖 탄압 속에서도 매주 귀중한 언론자료들을 우편으로 보내주셔온 권말선 동지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3. 11. 17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장민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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