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의 편지

2012.09.05 15:52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184

[양심수]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의 편지


사무국장님
올여름 분볕더위는 사람들을 많이 힘들게 해쇼습니다. 특히 바람한점 없는 안 드는 감옥의 독방안에서는 그저 더위를 앉아서  견디는 것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더군요. 그나마 천장에 높이 달린 선풍기 한대가 큰 위안이 되어 주었고 또 서울구치소는 방마다 수도가 나와 땀으로 몸이 흠뻑 젖을 때마다 물 한바가디 끼얹고 나오면 잠깐 괜찮아지곤 햇습니다. 그렇게 폭욤과열대야를 참아내고, 지난 말복입추를 고비로 한결 지낼만 해졌습니다. 다시 장마가 찾아온 것처럼 연일 비가 계속 내려서 사람들을 지치게 하지만 숨 막히던 더위보다는 훨씬 지낼만 합니다. 아까 저녁에는 물이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더군요. 방금 전에는 한달 보름만에 처음으로 선풍기도 껐습니다. 어느 덧 귀뚜라미 우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네요.

...(중략)

노수희 부의장님 귀환하시던 날 7월 5일 아침, 그렇게 전격체포되어 경찰청 보안3과, 홍제동 대공분실로 연행되어 그 곳에서 다섯차례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찰조사기간 9일만에 7월 13일(금) 검찰로 송치되면서 그날 이곳 서울구치소로 이송오게 됩니다. 동시에 검찰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김성훈, 박주현 검사) <접견, 서신 수수 금지처분>이 내려지면서 법정 수사 종료시한 30일을 모두 채우며 8월 9일(목) 공소가 제기(기소)될 때까지 변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랑을 만날 수도, 편지를 쓸 수도 없었습니다. 수사기관(검찰)의 이어랗ㄴ 부당한 처사에 맞서 나도 역시 서울구치소에서 소장면담, 출정거부, 운동거부, 단식투쟁등의 방법으로 싸웠지만 결국 <접견, 서신 수수 금지처분> 해제는 이루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이 소식을 접한 가족과 변호인단은 서울구치소에 항의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검찰의 지시'때문이라고만 했습니다. 수사상 목적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나는 같은 날 16일(월) 서울구치소 소장 면담을 신청하고 부당한 처사를 즉각 해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소장면담은 거절당하고 공안수(양심수) 담당직원으로부터 들은 답변 역시 '우리는 검찰이 시키면 교도소 소장이라도 별 수가 없다'고만 했고, '다른 공안수들도 다 그렇게 한다'. 즉, 관행이라며 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난 '3,000여명의 재소자를 책임지고 있는 소장이 모르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수형자들이 처우 문제를 책임지는 것이 교도소 소장이 아니냐'며 계속 따져 물었습니다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우리한테 그래봐야 소용없고 검사한테 가서 따져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저는 7월 18일(수) 담당검사 박주현(공안2부, 922호실)에게 가서 이것을 항의하고 즉시 해제할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검사의 부당한 처분이 해제될 때까지 수사에 어떤 것도 협조할 수 없다고 통보하고 돌아왔습니다. 검사는 그 이유를 수사상 필요하니까 즉, 증거인멸이 우려때문이라고만 되풀이하고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대답했지만 그 말은 거짓말이었을 뿐, 그 뒤로 무리하게 수사기간 연장을 거듭(2회)하면서 30일을 모두 채우고 기소할 때(8.9)까지 <접견, 서신 수수 금지 처분>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7월 18일 검찰조사(2회차) 이후 세 번의 검찰 소환 요구(검치)가 있었지만 저는 계속 출석 거부를 했고, 단 한번도 추가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검찰 조사는 검찰로 송치될 때(7.13) 5분간 이루어졌고, 두번째 조사(7.18)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검사의 처분에 항의하고 이에 대해 해제를 요구하기 위해 출석한 것인데 이날 2시간 30분 가량 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니까 30일 검찰조사기간 동안 내가 조사받은 시간은 고작 2시간 35분에 불과했습니다. 2회나 연장하면서 30일동안 <2시간 35분>조사! 검사가 반드시 수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면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인데도 정작 조사는 하지도 않으면서 조사 기간만 늘려 잡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러한 공안 경찰 등 공안기관의 탄압은 극데 달하고 있으며 과거 군사정권시대를 능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명박 독재정권 말기의 이러한 전횡과 횡포, 폭압은 점점 더 최악에 달할 것입니다.




다음은 저의 건강문제입니다. 이미 바깥에 많이 알려져서 오히려 제가 더 송구스럽습니다. 특히 사회운동, 통일운동 원로 선생님들께 마치 큰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것같아 마음이 정말 많이 무겁습니다. 하루 빨리 병을 치료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현장에 복귀하는 것이 많은 분들의 염려와 걱정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4월과 5월에 각각 갑상선 호르몬 검사(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고 마지막 6월에 조작검사를 통해 최종 갑산성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검사를 했던 카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부평소재)에서는 하루빨리 외과수술(감상선 제거 수술)을 받으라고 권고했습니다. 비록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완치율도 높고 암중에 예후가 제일 좋다는 감상선 암이라서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어쨌든 갑상선이라는 몸 안의 장기 하나를 떼내고 이후 평생동안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치료를 안하면 안되는 갑상선 암도 암인거죠. 그래서 좀더 큰 병원에서 한번 더 정밀검사를 받고 똑같은 진단이 나오면 곧바로 수술을 하려고 햇습니다. 그 때가 6월말경이었는데 뜻밖에 7월 5일, 그렇게 긴급체포되어 지금까지 두 달이 지나오는 동안 갑상선 암 치료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면회도 편지도 안되는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구치소에 오자마자 외래진료를 요청했고, 지난 7월 30일 서울구치소 협력병원인 한림대 성심병원(평촌 소재) 내분비내과 과장 김 모교수한테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 교수는 <환자가 암이 맞고 갑상선 엄의 경우 남성은 모두 고위험군으로 분류를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거고 환자 본인을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사실 이날 이후 나도 조금 마음이 조급해졌죠.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 독방에는 나랑 암 덩어어리도 같이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저는 체포된 다음 날(7.6) 홍제동 대공분실 수사관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 거듭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다음 날 구속영장실질심사가 7일(토) 오전 11시에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렸습니다. 저와 변호사들은 시종일관 불구속수사를 제기하거 호소했습니다. 도주의 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급히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이니 만큼 치료와 조사가 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당시 판사는 우리들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편이었고, 오늘 밤 낮게라도 괜찮으니 병원 <진단서>를 꼭 제출해달라고 하고 심리가 끝났습니다. 그러나 그 날은 토요일이었고, 저의 가족이 병원을 찾아 갔을때는 담당의사가 이미 퇴근한 후라 <진단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듣게 되었고 통 사정을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발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 재판부에 <진단서>를 제출하지 못한 채 실실심사가 이루어졌고 밤 12시가 넘어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그런데 3일뒤(7.10),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에 우연히 제 진단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서류더미 사이에 있었는데 마침 제 눈에 뛴거죠. 그 진단서를 본 순간 저는 깜작 놀랐습니다. 진단서 발급일자가 7월 6일이었습니다. 그날(7.6) 내 이야기를 듣고 홍제동에서는 급히 수사관들을 부평 성모병원으로 보내 미리 진단서를 받아놓았던 것입니다. 다음날(7.7) 실질심사때 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해 저와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우고 있을 때 경찰과 검찰은 저의 진단서를 이미 손에 뒤고 있었고, 그들은 진단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저를 분노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던 그날 법정에서 검사 김성훈과 박주현은 거짓말을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신성한 법정'에서 검사들이 위증을 하면서까지 나를 구속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모습을 보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검사 김성훈은 제가 가본적도 없는 강남세브란스 병원 내분비내과 김 모 교수가 저를 직접 진료했다고 하면서 그 의사의 소견은 '원진욱의 갑상선에 있는 결절은 정상인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작은 혹에 불과하고 휴식을 취하고 적당히 운동을 하면 금방 낮는 정도이지 수술을 해야 한다거나 구속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경찰조서 과정에 수사관들과 담배도 피우고 하는 것을 보면 '아주 건강한 상태로 보인다', '반드시 구속시켜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합니다. PPT영상물까지 준비해와서 저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병명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거짓말을 합니다.

국가는 국민의 인권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법원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그러한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겪은 이번 일에서 국민은 , 인권군사정권시대도 아닌데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접겨느 서신은 금지되고, 암에 걸려서 빨리 수술을 해야 된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그렇게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1.03평 독방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햇볕 한줌, 바람 한줌 잘 들지 않는 독방에서 무더위와 병마와 그리고 외로움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 시간 저는 가족들조차 만날 수 없었고누구하고 내 병에 대해 의논할 수도, 그리고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도 없엇습니다. 은 어디에도 찾아 볼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과 다름없는 건강권을 이처럼 유린한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잔인했던 올 여름도 서서히 물러가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사이 조사기간도 모두 끝나고 기소(8.9)가되었고, 다행이 곧바로 면회, 편지 모두 가능해졋습니다. 참, 중간에 병보석 신청(8.13)을 했고, 심문(8.17)이 한 차례 열렷습니다. 서울구치소에서 외래진료한 한림대 병원진단서를 제출하라는 주문과 함께 판결은 그 뒤로 유보되엇습니다. 진단서는 이미 제출했지만(8.21),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것으로 봐서 이번 보석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여기서 외래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겠지요. 아무튼 그 동안 본의아니게 저의 이런 사정이 밖에 알려지면서 바깥에 계시는 여러분들이 함께 안타까워하며걱정해주셨습니다.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님을 비롯하여 여러 원로 선생님들 그리고 양심수후원회 회원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준비기일이 오는 8월 30일에 잡혔습니다. 그러면 정식 대판은 9월 중순쯤 열리겠지요. 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대한 방어뿐만 아니라 범민련 활동의 정당성과 국가보안법의 부당성, 위헌성을 알리고 반드시 법정투쟁, 사업투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겟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가 겪은 일들 중에 경찰과 검찰, 사법부가 저지른 인권탄압과 부당한 처사에 대해 반드시 폭로하고, 그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알리고 남길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의와 양심의 이름으로 그 들을 단죄할 것입니다.

제가 접견도 서신도 안되던 중간에 권오헌 명예회장님, 김호현 선배님, 김영식 선생님께서 다른 분 면회오셨다가 <민원서신>넣어주고 가셨습니다. 영치금과 먹을 것도 함께 넣어주셨는데 대신 감사하다는 인사 전해주십시요.. 그리고 모성용 부회장님을 비롯하여 여러 형님들, 누님들께도 안부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치료 잘 받고 건강해진 모습으로 하루 빨리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겟습니다. 그럼 환절기 모든분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8월 23일 서울구치소에서 원진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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