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이병진님의 편지

2012.04.29 23:44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067

3차 북미회담 결과 자료 잘 받았습니다.
조성중앙통신 보도자료까지 보내주셔서 생생하게 회담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엇습니다. 우선 급한 불을 끄고 보다는 미국의 전력적 판단이 작용하여 북미관계에 대화국면이 생겼다고 봅니다. 이북도 시간은 이북편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핵활동 중지를 결단한 것이지요. 미국은 빨리 6자 회담을 열어 다자관계에서 이북을 압박하려 할 것이고, 이북은 북미직접대화로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에 6자회담을 서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겉으로는 북미관계가 개선되어야 6자 회담을 열수 있다지만, 속으로는 이병박 정권의 대북압박정책이 못마땅할 것입니다. 이북은 이명박 정부의 강경대북정책에 반발하며 맞대응하면서 정세를 주도할 수 있어서 이명박 정권이 고마울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 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북미관꼐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한 순간에 돌변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이북과 적대관계를 풀려는 것인지 아니면 오바마늬 재선 건거 전략에 의한 일시적 우화국면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습니다. 분명한 점은 4.11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커지면 미국도 대화국면을 발전시키려 하겠지요. 야권연대가 성사되어 참 다행입니다. 오산도 안민석의원과 통합진보당 후보가 경선을 치러 예비후보를 정한다고 하네요.

석방모임카페의 글을 읽고 저에게 편지를 보내 주시는 분들이 계셔요. 작년에는 몇몇 분들께 편지를 받았는데 순수하게 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민분들이 보내주신 편지 받으며 큰 용기를 얻습니다. 그동안 국장님께서 애쓰신 덕분입니다. <정세와 노동>3월호에 실린 홍보물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의 석방을 위해서 '정말 눈물겨운 투쟁을 하고 계시구나.더 굳게 마음 먹고 싸워야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족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믿어지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마음을 닫고 지내셨는데 차츰씩 마음을 열고 세상에 이야기하고 하세요. 조순적 상임의장님과 어머니께서 가까워지시면서 마음을 나누시는 것 같습니다.

한상렬 목사님이 전주에 오셨습니다. 직접 뵐 수는 없지만 마음이 든든합니다. 제가 처음 전주교도소에 와서 지내던 사동에 계신다고 합니다. 그곳은 폭이 좁고 길쭉한 거실이라 불편하셨을텐데 잘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같은 사동에 지내면 좋겠는데 공안담당이 안된다 하네요.

오늘은 봄을 맞이하여 방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였습니다. 제 거실은 작은 연구실이예요. 책과 서류로 가득합니다. 사동 근무자가 종이 상자를 구해주어 책장을 만들었습니다. 7개의 종이 상자로 임시 책장을 만들었는데 제법 보기 좋아요. 어제는 <노동사회과학연구소>에서 보내준 인도 관련 책이 13권이 왔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인도 정치 연구도 더욱 열심히 하여 성과를 내도록 하겟습니다. 사무국장님도 교육학 공부에 성과있으시길 바랄께요.

은결이에게 감옥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정말 고민이예요. 감옥을 표현한 은결이의 관찰력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은결이가 좀더 커서 저를 보고 도망가면 어쩌죠. 저에게 손을 흔들어준 은결이를 영원히 잊이 못할텐데...평지 봉투 '에디'우표가 반갑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에디를 봅니다.

2012. 3. 14. 병진 올림
--------------------------------------------------------------------------------
사무국장님 안녕하세요?
날씨가 따뜻해졌습니다.
난방시설이 없는 감옥은 겨울이 무척 힘듭니다. 따뜻한 봄 소식에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어제 밤 늦게까지 <사월혁명회보>에 글을 써서 오늘 등기로 보냈습니다. 수구보수지배계급과 이명박 정권을 비판한 글입니다. 저의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4.19를 기념해서 발행된다니 지난 주에는 <노동자 정치신문>에 "인도의 카스트 정치"주제로 기고를 했습니다. 정신 건강을 회복하여 정상적인 지적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3년동안 저를 지지해주고 지켜주신 후원회의 보살핌덕분입니다. 아주 큰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이번달에는 월간 <작은 책>에 연재할  글을 보내야 합니다. 내일부터 집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1년 정도 계획으로 연재라르하려고 하는데 걱정이 앞서네요. 정치적 색채를 가급적 배제하고 생활글처럼 써 달라고 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내주신 자료들 잘 받았습니다. 영문으로 된 제4언론 자료들은 가끔씩 읽었는데, 정기열 교수가 한글(조선어)로 글을 써주셔서 참 좋습니다. 정기열 교수의 글을 생동감이 넘쳐납니다. 그동안 한겨레 신문에게 불만이 많았는데 제대로 된 소식을 듣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겨레 신문도 변질이 되었어요. 잘 ㅇ라지모 못하면서 거들먹거리를 모습이 참 한심해요. 저는 요줌 글을 쓸 때 경향신문을 인용합니다. 경향신문은 깊이는 없지만 진실을 전하려는 열의가 있거든요.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일행의 방북 소식에 감격합니다. 고뇌의 결단을 내리시고 방북길에 오르셨군요. 뉴스는 물론 신문사조차 부의장 일행의 방북소식을 전하지 않았어요. 저는 오늘 보내주신 자료를 보고 알았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무단 방북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귀국 즉시 감옥에 가두겠다고 할텐데 조용한게 좀 이상합니다. 당국이 4.11총선을 앞두고 신중하게 대처하는가 봅니다.

이북이 실용 인공발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북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것입니다. 미국도 함부로 침략하지는 못할것입니다. 이북이 체제유지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경제도 빠르게 발전할 것입니다. 올해 영변에 건설중인 10mwe 경수로 발전소가 완공되면 전력사정이 좀 풀리겠지요. 이북의 식량난은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데다 전력사정이 나빠 비료생산공장에 차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전기를 비료생산공장으로 돌려 비료를 생산하면 식량문제도 차츰 좋아질 것입니다. 식량 문제가 풀리면 소비재공산품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길테지요. 이북은 전쟁을 대비하여 군수물자 생산에 사력을 다했기 때문에 인민대중들의 생필품 생산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충분한 힘이 준비되어기 때문에 배심 든든하게 인민경제에 힘을 집중할 것입니다.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부에서는 자본주의 국가들과 교역관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아주 체계있고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가 심해서 어려움을 겼었는데 이 문제도 상당히 극복될 것입니다. 이북은 중국경제(화교자본주의)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였습니다. 저는 5년 이내에 이북의 경제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반대로 이남은 세계경제공황의 심화로 수출이 줄고, 고물가로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것입니다. 그때서야 정신이 번들 들어 이북에 진출하려고 아우성을 치겟지요. 저는 그런 기회주의자들이 통일운동가로 변신하여 설치는 사람들을 반대할 것입니다. 더이상 친일, 친미에 앞장서서 못된 짓을 하던 인간들이 통일애국세력으로 둔갑하여 기득권을 유지하여 한다면 그냥 두어서는 안되겠지요. 인도의 사례를 보면 대기업들은 모두 정리가 될 것입니다. 이남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앞으로 많이 보게될것테지요.

오늘은 반가운 마음에 간단히 안부 인사 편지를 보냅니다. 조만간 또 소식 드리겠습니다.
병진올림
201년 4월 2일
--------------------------------------------------------
국장님 잘지내시죠?
편지 받고 반가웠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옥에 감금되어 여러가지 고민과 갈등으로 정신 건강이 훼손되었지요. 감옥이라는 환경과 광풍으로 몰아치는 마녀사냥식 '간첩'몰이 사냥이 저를 가만 놔두지 않죠.
남북관계가 점점 더 격해지고, 사회적 양극화도 심해지면서 흑백논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총체적인 어려움속에서 방향을 잡고 나아가기 힘들었습니다.
존경하는 권오헌 선생님과 모성용 부회장님, 이정태 선생님의 지지와 배려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 국장님과의 인간적인 만남은 늘 제 가슴을 설레이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보내라고 엽서까지 챙겨주시는 국장님의 깊은, 인간적 면모에 신뢰를 느꼈습니다. 직접 면회까지 와주셔서 그 고마움을 영원히 잊지 못할것입니다. 저는 이 국장님이 편지를 보내주신것만으로도 반갑고 기쁩니다. 그만큼 제 마음에 깊이 계시죠. 제일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와 주시고, 위로해준 사람이 제게 제일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강실 목사님께서 야당연대가 꼭 승리하여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겠다고 하셧는데 4.11총선이 아쉽게 끝났습니다. 우리 국민이 뜻을 모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평화와 통일을 만들기가 이렇게 힘든 일인가 야속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고, 다시 시작해야지 않겠습니까?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으며 힘을 모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상렬 목사님께서 전주에 계셨는데 얼마전에 다시 서울로 가셨습니다. 참, 서운하네요.)

석방모임이 생기면서 저에게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징역생활에 활력을 갖습니다. 그렇지만 저에 대한 반공보수 언론과 '간첩'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너무나 강해서 온전한 제 본래의 모습과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식인으로서 자존감을 세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이론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배계급에 억압받는 피지배계급의 시각에서 정치현상을 분석하려고 합니다. 감옥에 갇히기 전에는 제도권의 정치이론인 다원주의 시각의 정치이론에 머물렀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식 정치이론에서는 지배와 피지배라는 계급적 시각을 금기시합니다. 그러나 감옥에 있으면서 미국식 다원주의, 민주주의에 회의적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원주의 입장에서는 현재 나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원주의를 신봉하는 한 지배체제에 갇혀 제 스스로 노예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의 정치적 시각이 급진적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서 주변에서 걱정들을 합니다. "가족들 생각하라", "애들 걱정해라" 심지어는 전향해서 새 삶을 살아라는 등 여러 이야기를 하지요. 과연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인지, 정권에 비판적이면 시끄러워지니까 조용하게 하려는 술책인지 알 길은 없습니다. 그런 분들께 반대로 묻고 싶은게 있는데, 가족들을 해체시키고 감옥에 가둔 사람들이 나의 가족과 나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책임져줄까요? 나를 17년간 활동한 고정간첩이라고 떠들어 대고 신문 사설에서 면박주고 갈기갈기 나의 인격을 파괴시킨 사람들에게 "잘못했다, 살려달라" 애원하면 온정을 베풀고 은혜를 베풀까요? 저는 이런 우리 사회의 이중성에 환멸을 느끼고, 치를 떨며 분노합니다. 저는 지배계급에 더 이상 국가보안법으로 선량한 사람들을 잡아가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자폐증을 앓는 딸이 있는 여루작가 신정모라씨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는 소식을 듣고 격분했습니다. 이런 식의 공포 정치는 지배계급의 몰락만 촉진할 뿐입니다.

오늘은 교도소에 탈북자가 와서 안보 교욱까지 합니다. 참가 희망자에 한해서 참석하여 저는 가지 않았지만 씁쓸하네요. 자주민보의 이창기 대표님에게 옥중서신을 받았습니다. 자주민보에 글을 기고해보라고 권하시네요. 국가보안법 피해자 모임 운영자이신 박용님과도 편지로 서로 용기를 복돋고 있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감옥에 있는 사람들끼리라도 서로 안부를 걱정해주고 힘을 모으면 혼자 보다는 낮치 않겠습니까? 이런 작은 실천이 모이고 모여서 세상을 변화시키지요. 양심수후원회는 감옥에 갇힌 사람에겐 든든한 울타리랍니다. 후원회의 기운을 듬쭉받아 저 역시 더 힘차게 전진합니다.
이병진 올림
2012년 4월 17일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글쓴이
» [양심수] 이병진님의 편지 2012.04.29 2067 양심수후원회
147 [후원회] 24차 총회 영상 2012.04.24 2378 양심수후원회
146 [양심수] 남경남, 박용, 김학현 님의 편지 2012.04.12 2054 양심수후원회
145 [양심수] 한상렬 목사님의 편지 2012.04.09 2280 양심수후원회
144 [양심수] 이창기님의 편지 2012.04.06 2206 양심수후원회
143 [후원회] 봄 나들이 가실 분 구함 2012.04.02 2598 양심수후원회
142 [양심수] 정경학님의 편지 2012.03.26 2450 양심수후원회
141 [양심수] 윤기하님의 편지 2012.03.22 3411 양심수후원회
140 [양심수] 장민호님의 편지 2012.03.20 2217 양심수후원회
139 [후원회] (사)만남의집 총회와 월례강좌 진행했습니다. file 2012.03.19 10398 양심수후원회
138 [후원회] 5.18재단과 협약식을 진행했습니다. file 2012.03.19 2072 양심수후원회
137 [양심수] 윤기하님, 김학현님의 편지 2012.03.19 2947 양심수후원회
136 [후원회] 5.18재단 '2012 국내시민사회연대 지원'공모 선정 file 2012.03.13 1744 양심수후원회
135 [양심수] 이병진님의 편지 2012.03.10 2390 양심수후원회
134 [양심수] 도한영님의 편지 2012.03.08 2136 양심수후원회
133 [양심수] 고성수님의 편지 2012.03.08 2378 양심수후원회
132 [후원회] 후원회가 공동행동에 참여합니다. file 2012.02.28 1853 양심수후원회
131 [후원회] 소위 ‘왕재산’ 조작 사건 관련 1인시위 file 2012.02.23 2082 양심수후원회
130 [양심수] 강의석님 편지 및 기타 2012.02.15 1705 양심수후원회
129 [양심수] 김연욱님과 강의석님의 서신 2012.02.13 2262 양심수후원회

CLOSE

회원가입 ID/PW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