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김봉환 님의 편지

2018.05.21 20:39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446

김혜순 동지

무던히도 길고 추웠던 겨울이 봄 기운에 밀려 이미 여름의 시작이라는 입하도 지났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시겠지요. 저는 수원에서 여주 교도소로 이감 되어 왔습니다. 아직 냉기가 남아 있어 내복을 벗지 않고 있지만 곧 더위가 시작될거라 믿습니다. 겨울가고 봄 오듯 이 땅에도 민중이 주인되는 기필코 참세상이 이루어질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연일 TV는 통일이 될거라 하지만 우리의 힘으로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도 역사를 통해 잘 압니다. 일제 강점기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싸우며 죽어갔지만 일본편에 서 있던 친일파가 있듯이 통일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입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민가협 가족들 모두 안녕하시지요?
저는 대법원에 상고하여 이 곳으로 왔습니다. 기각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냥 가기가 찜찜하군요. 조합원 동지들이 지극정성으로 옥바라지 해 주셔서 분에 넘치는 수형생활 하고 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동지들끼리는 하는게 아니라 합니다. 보답한다면 건강한 몸으로 출소하여 투쟁의 현장에서 얼마남지 않은 삶을 알뜰히 살아가는게 노동자의 일생이라면 그것 또한 괜찮은 삶이겠지요. 저희 아들도 건설현장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합니다. 저희들이 미쳐 알지 못해 이루지 못한 새 세상을 후세들이라도 쟁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늙은이들이 할일 인 것 같습니다.

여름 지나 가을, 흰눈이 내리면 출소할 것입니다. 1년 시간 약해진 몸과 마음 다시한 번 담금질 한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마음 써 주시는 동지들께 많은 감사,,,
꼭 건강하게 돌아갑니다. 민가협동지 모두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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