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김연욱님의 편지

2012.01.03 15:51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3225

[양심수] 김연욱님의 편지

서신 잘 받았습니다. 제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있지만 과연 양심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지 송구스럽습니다. 오로지 올곧은 의지로 모든 역경을 감수하셨던 선열들과 또 지금도 감내하고 계신 수많은 분들 앞에서 저는 부끄럽습니다. 가족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고 또 그들의 생활을 담보해줘야한다는 마음에 앞으로 균형된 사고를 갖고 살겠노라 검찰에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고 풍복한 생활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는 이사도 많이 다니고, 지하방을 전전긍긍하며 경제적 곤궁과 굴곡도 많이 겪었습니다. 저는 비록 나중에 기득권을 억었지만, 여전히 곤란속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결코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하거나 무능해서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모순, 모순, 모순 우리를 둘러싼 모순적 구조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자유와 기회의 나라라는 말만 듣고 자랐지만 기실 파렴치한 약탈과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글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서 파생된 온갖 문제들이 결국 제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거이 소름끼쳤습니다.

저는 어떤 조직에 들지도 않고 활동도 하지 않았지만 내부로부터 울려오는 자각과 설한의 감정을 독백하듯 활동도 하지 않았지만 내부로부터 울려오는 자각과 설한의 감정을 독백하듯 인터넷에 표출했습니다. 거의 아무도 찾지 않는 저만의 작은 홈페이지였습니다. 제 생각엔 누군가의 신고가 있었던 것 같고, 경찰의 내사가 1년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확증을 포착하고, 시점을 조율하던 그들은 서울시장선거 일주일전인 2011. 10. 18일 집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저 자신과 처, 노부모님, 형제들간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평탄하고 풍요로운 삶을 꿈꾸던 그래서 저에게 시집 온 처는 원망과 회한 섞인 눈으로 저를 쳐다보며 울엇습니다. 처는 저와 종종 다투었지만, 정말 착한 사람입니다. 직장에서는 바로 대기발령 조치 되었고, 저는 실직 아닌 실직자가 되어 방황했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는 시간, 그래도 살아갈 희망을 다짐하며 다독이고 있던 저와 가족에게 청천벽력같은 '구속실질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기각될 것을 예상했던 저는 아침에 두 딸을 학교 보내면서 저녁 늦게는 집에 올꺼라 말했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아빠, 처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급한 일로 중국에 갔다고 말했다 합니다. 12월 1일 은평경찰서 유치장에 감근 된 후, 12월 8일 서울구치소로 송치되었습니다.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사랑하는 두 딸과 식구들을 보지 못하는 것, 저만 믿고 의지하며 사시는 팔순이 넘으신 노부모님을 보살펴 드리지 못하는 것...슬픔과 회한과 좌절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끊임없이 눈물로 떨어져 내렸습니다.

구속된 상태에서의 검찰조사는 거의 자포자기, 혼돈의 심리상태였습니다. 오로지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습니다. 검사는 깨끗히 사실인정을 하고, 반성문을 쓰면 참작해줄 수 있고 구형량도 줄어들 것이며 재판일정도 일찍 끝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우리사회의 내부모순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북한에 대해 너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여 균형을 잃고 치우쳤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작성했습니다.

2011년 12월 26일에 기소되어 2012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526호에서 1차 공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면회는 언제든 괜찮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2011년 12월 31일 김연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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