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이병진님의 편지

2011.06.16 15:56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965

[양심수] 이병진님의 편지

5월 27일자 편지 받고 이제서야 답장을 드립니다.
이 국장님과 편지에서 국장님과 양심수후원회의 여러 선생님들의 가슴 따뜻한 사랑을 크게 느낍니다.

모질게 추운 지난 겨울만큼이나 얼어붙었던 제 가슴이 더운 날씨처럼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생활에서도 자신감과 활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석방대책위 구성에 양심수후원회가 참여해 주실거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셔서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제가 재판을 받을 때, 천안함 사건이 벌어지고 남북이 극도로 긴장관계에 빠져들어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런 정세에서 저의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고 절망적인 심정이었습니다. 사회의 냉소적인 태도돠 따가운 시선깨문에 가족들은 힘들었고,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때 양심수후원회가 제 곂에 있었습니다. 그 이후 조금씩 용기를 내어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양심수후원회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도 혼란과 방황을 하고 잇었겠지요. 저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시고 저에게 지지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저 역시 흔들림없이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저와 관련된 내용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난감'하셨다는 말씀에 조 또한 당혹스럽네요. 밖의 사정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일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제가 더욱 분발해서 진실을 밝혀야겠습니다.

저는 91년도에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어린 아니였지만 학문적 탐구심과 호기심이 높았습니다. 92년도에 학교갔더니 한국(korea)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BBC와 CNN 뉴스에서는 이북의 '준전시 선포'와 전쟁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보도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며 친구들이 저에게 질문했을 때, 저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불안했습니다. 분단이라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안전과 평화에 대한 갈망은 저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지요. 20년이 지난 지금도 분단 모습에 따른 불안정한 우리들의 삶은 여전합니다. 대단히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소위 '산업화'세력이라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계층의 기본적 시각은 과거에 비해 향상된 경제력의 성과로 분단의 모습을 은폐하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고 평화와 안정을 돈으로 살 수도, 지탱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아이들 세대에게만큼은 늘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금과 같은 세상을 물려주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그게 우리 어른이 해야 될 의무와 책임이지 않겠느가라는 생각입니다. 1997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죠. 이 국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광폭했던 당시의 정세가 생각납니다. 그 때 야당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대만힌국 수립이후 최초로 여강에서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크게 성숙되었다고 믿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형식적이고 껍데기에 불과 한것으로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감옥에 와서는 민주주의가 오히려 퇴행하고 있음을 피부로 직접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을 살고 있는 지금의 생각과 감옥에 들어오기 전의 관점에는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감옥에서는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것을 보고 이해하게 되고 억압받고 핍박당하는 사람의 심정과 그 아픔을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기계와 노예처럼 만드는 세상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를 크게 느낍니다. 그래서 저로 하여금 더 깊이 생각하고 성찰하게 하며 스스로 뒤돌아보게 합니다.



저는 장기수 어르신들께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고민과 고뇌는 그 분들의 삶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것이고, 그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더욱 담금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얼마나 가족과 고향이 그리우시겠습니까? 저는 아이들과 헤어져 두해째 못보면서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픔데 그 분들은 평생 가슴속에 가족과 고향을 묻어두고 지내십니다. 그 속마음이 얼마나 쓰라리고 아플까요.



저희 가족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걱정해주시는 국장님의 진심이 가족들에게 많은 힘이 될거예요. 감사해요. 보수적인 언론과 지배세력들의 폭력에 가족들이 혼란을 겪고 불안해하고 있지만, 곧 무엇이 '정의'이고 진실인지가 드러날 것이고 저를 이해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오산의 다솜교회 장창원 목사님께서 석방대책위원회에 참여하셔서 오산지역에서 지지와 연대의 힘을 키우겠다고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경상대 법학과 교수님인 백좌흠 전 인도학회 회장님은 석방대책위원회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반기시며 인도 연구자로서의 길을 꾸준히 가길 당부하십니다. 6월 11일 인도학회가 열리는 회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겠다고 하시네요. 지난 4월 30일에는 한국인도사회학회가 창립되었는데 제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유감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많이 아쉽지만 언젠가는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날이 올거라 기대합니다.



제 강의를 듣던 학생들도 무척 놀랐을거예요. 경희대와 오산대에서 강의를 하다가 하다가 갑자기 구속되어서 수업이 중단되었습니다. 학생들의 혼란이 컸을 거예요. 모든 일이 별안간 일어나서 나 자신이 혼란스럽고 당황해서 그냥 휩쓸려 떠 내려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두려워하지 말고 물 밖으로 나와서 다시 희망을 세우려고 해요. 저의 이런마음을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나눌 수 있게끔 국장님께서 도와주세요. 후원회 선생님들께 더 자주 소식 올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셔요.


2011년 6월 13일 이병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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