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최성희님의 편지

2011.07.21 14:16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336

권오헌 선생님,
편지 받아뵙고 너무 황송하고 고마왔습니다. 저야말로 선생님께서 심혈을 다하여 쓰신 글에 제대로 보답도 못 드리고 있었는데 기억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7월 초에 오신다니 얼마나 반갑고 감사드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제연대 소식을 자세하게 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 여기서 맥그리거 에디를 만났고요. 제 면회도 세번 왔습니다. 제가 단식을 재개한다니까 건강이 열려된다면서 변역식 선배 말로는 이틀간 거의 식사를 못했다는군요. 맥그리거가 재작년 5월 범민련 탄압때도 유엔인권위에 제일 먼저 편지를 들고 달려가는 등 한국 활동가을 위해 헌신적 모습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도 GN차원에서 파견되었다 하더군요. 6월 17일부터19일 메사트세추 안도어에서 GN연간회원이 있었습니다. 미국 무기업체의 하나인 레이시온의 활동과 그것에 대한 저항에 촛점을 맞춘 것이었는데 올해 안타깝게도 갈 수 있는 한국대표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개그논을 비롯, 많은 국제 활동가들이 연대 단식을 하고 또 많은 격려와 연대의 엽서, 편지등을 보내주고 있어 힘이 됩니다. 저애 감옥에서 거의 꼼작을 못하고 있지만 밖에 계신분들이 열심시 소식을 전하고 움직이신 덕분이라 생각되어 감사드릴뿐입니다.

부끄럽게도  제 인생 처음으로 감옥에 있다보니 이제 겨우 40일이지만 그동안 남의 일로만 생각되돈 수감 생활 관련 소식과 수기에 관심을 더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에 미국의 핵 발전소 또는 핵무기에 만대하거나 전쟁 반대로 수감된 정치적 양심수들의 근황을 담은 뉴스레터 'THE NUCLEAR RESISTER'의 편집자가 저에게  최근의 뉴스레터를 보내주었는데 거기에 양윤모 선생님과 저의 체포, 구속, 그리고 주민들의 제주해군기지 반대 싸움을 국제 뉴스로 실었더군요. 제주 해군기지를 미국 기지라고 표시해 공식적으로는 남한 기지라고 정정해 감사의 답장과 함께 보냈습니다.  뉴스레터에 의하면 핵무기 철폐릉 외치며 노벨 평화상까지 탄 오바마 행정부 밑에서 핵원전과 핵무기 반대로 사상 최고 숫자의 수감자가 생겼답니다. 최근 캔자스주 핵무기 공장, 데네시주 Y-12우라늄 핵생산 시설에 반대하며 십여명 이상의 미국 활동가들이 구속, 수감되었는데 그 주에는 제가 안면이 있는 수녀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수녀님들중에 잭커 허드슨이란 분이 있는데 아데쓰 플라트, 케롤 길버트 수녀님과 함께 2000년대 콜로라도주 미뉴트맨 핵탄두 미사일 시설(미국에 수백개 있음) 직접 행동으로 미국의 핵무기 실상을 알린 분입니다. 최근에 다시 수감되었는데 심장에 이상이 생겨 병원 치료가 위급하다는 말을 듣고 걱정했습니다. 미국에 알려지 않은 많은 헌신적인 원로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의 얘기가 한국에도 차츰 많이 알려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서 다른 세명의 동료와 함께 13.3M2의 방을 공유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생활은 굉장히 규칙적일 수밖에 없는데 제주도민일보, 한겨레, 코리아 타임즈를 구독하며 계속 바깥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OECD내에서 한국의 높은 빈부격차율, 낮은 복지율과 최저임금등의 숫자가 계속 눈에 들어오는데 재계의 뻔뻔한 '포퓰리즘'운운은 한국 사회가 파시즘의 문턱에 있는 것같아 섬뜩하게 합니다. 한 미국 기자가 '현대에 의해 장악되는 본도, 삼성에 의해 장악되는 제주, 그것 파시즘 아닙니까?'하고 비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이런 때일수록 민중의 주체가 된다는것, 민중이 주체로 되게끔 독려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하고 새삼 제 짧은 생각을 걸러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제주해군기지 반대 싸움의 승리는 전체 구도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제주에 와서 이해하게 된 것은 제주는 오랜 세월 외세와 뭍의 폭력적 침탈에 맞써 주체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하야 노력하였으며 4.3은 그 절정이었다는 것, 지금의 제주는 군과 자본주의의 노도와 같은 침탈, 즉 파시즘으로부터 민중이 주체가 되는 '평화의 섬'을 지키기 위한 기로에 있다는 것, 군과 자본의 실험장으로부터 제주를 지키는 것은 동북아 평화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사를 다시 쓸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석유자원지대 스프래틀리와 파라셀 군도를 둘러싸고 격화된 미중의 갈등이 한중 갈등지대인 이어도로 오며 제주 근처가 다시 점화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러나 뜻있는 분들의 유엔 평화학교 비전 등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들 또한 진행되고 있어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권오헌 선생님께서 항상 헌신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싸움의 앞에 서 계시는 것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또한 잊혀지기 귀운 양심수들의 역사를 기록하여 후세개사 그 의미를 되새기게 많은 애를 쓰시는 것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선생님, 다시 뵈면 기쁠 것 같습니다. 항상, 기쁘지만서도.
다시 뵐때까지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2011년 6월 27일 재보식 8일째, 최성희 올림.
 

*편집자 주 : GN은 '우주무기와 핵무기를 반대하는 지구 모임(The 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 글로벌 네트워크)'를 뜻합니다. 사무총장으로는 브루스 개그논씨이며 최성희씨는 글로벌 네트워크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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