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김재호님, 이상수님의 편지

2011.04.07 10:14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3222

안녕하세요.
저는 공주교도소에 수감중인 1305번 김재호입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수차례 수선을 떨었지만 이내 봄은 오고야 말았군요. 누군가가 "봄은 마음에서부터 온다"했던가요. 어느해 보다도 날씨가 추웠기에 따뜻한 봄이 오기를 절실히 기다렸는데... 이제야 왔는가 봐요. 서울구치소에서 일월초에 공주로 이감되어 낮선 곳의 생활에, 마음은 아직도 춥네요. 서울에 있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가요? 이제는 삼개월이 다되어 가는군요. 앞으로 잘 지낼겁니다. 부탁하신 인터넷 서신을 받아볼 수있도록 공개요청을 했습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부터 올려야겠네요.
2년이 되도록 수차례 서신과 책, 영치금을 받았으면서도 감사하다는 서신 한번 전하지도 못하고.
정말, 송구합니다. 저는 이곳에 와서도 독거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작년 서울구치소에 있을때 전국에 일제히 방충망을 설치한 것으로 압니다. 이 곳도 마찬가지로 촘촘한 "망"으로 설치가 되었습니다.
바람도 잘 통과하지 않는 답답한 창에 모기장보다도 좁은 철망 사이 하루만 지나도 먼지가 뽀얗게 걸리는 방충망은 한마디로 너무 답답합니다. 소송을 준비중이시라니 꼭 승소하기기를 고대합니다.
이곳에서의 수감번호는 176번에서 1305번으로 바뀌었습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지도 벌써 2년이 넘었네요. 시간을 빠르게 흐르지만 그날의 기억만큼은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합니다. 살아야만 했기에 본능적으로 튀어내린 "망루위에서 옥상바닥까지". 아마도 영원히 잊혀지질 않을 것같습니다. 언제까지 지나간 시간과 기억에만 매달릴수만은 없어 오늘도 새로운 일을 찾아 그곳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투쟁하시는 여러 동지들의 힘에 많은 위안을 삼고 굳건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런 걱정하지 마시고 환절기에 감기조심하시고. 정말, 고맙습니다.
공주소 김재호

편지,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양심수후원회에서 저에게까지 연락을 주는 줄은 몰랐네요. 덕분에 하루가 행복한 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과 동지가 하는 양심수후원회 사업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자기 존엄성과 삶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8년차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해고되고, 구속되고, 마음의 준비를 하였기에 담담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곳에 들어왔는데도 마음이 갑갑하고 밖의 동지들이 어렵고 힘들어 하면서도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절부절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달 밖에 안된 감방 초짜라 그런지...?
사무국장님이 보내주신 편지의 수필집 구절을 보면서 지난 겨울을 생각하였습니다. 파업과 함께 시자고딘 공장 점거 농성은 너무나 추웠고, 배가 고파서 비닐을 덮고 자면서 김밥 한줄로 하루를 넘겨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따뜻한 봄날을 기다렸죠. 마치 착취당하는 비정규직의 한을 뛰어넘어 파업으로 당당히 비정구직 역시 생산의 주체임을 선언했지만 자본과 정부, 검경찰등의 합작품에 눈물을 머금고 파업을 접었지만 당당히 주위 동지들의 손을 맞잡고 따뜻한 봄날, 정규직화의 길을 결코 포기하지 말자면서 농성장을 내려온 조합원들이 생각납니다.
저도 사람들이 희망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힘겨움을 희망을 바라보면서 넘기는 것 같습니다. 다시금 양심수후원회와 사무국장 동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 곳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2011.3.31 울산에서 이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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