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최승대님, 안지환님의 편지

2011.04.15 10:50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3276

[양심수] 최승대님, 안지환님의 편지

안녕하십니까.
미리 서신으로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글 쓰는 재주가 안 좋아서 이렇게 늦게 펜을 들어봅니다.
저는 2008년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하여 대산 석우화학단지 파업건으로 집행유예 6월에 2년, 201년 7월의 파업으로 인하여 선고 8월을 받았습니다.  구속 노동자를 위해  수고하여주신 양심수후원회 동지님에게 어떻게 인사를 하여야 할지 모르겟습니다. 이렇게 후원회 동지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대전교에서 6인실에 6명이 있습니다. 그럼...수고하십시오.
대전교에서 최승대

 

민가협동지분들께.
일전 보내주신 너무나 감사한 소식지를 받고서 하루속히 고마운 마음담은 답신을 해야겠다 는 마음먹고서, 시간이 지나 이제야 급히 답을 드립니다. 따스한 관심에 우선 무한히 고마운 마음부터 전합니다. 투옥 초지, 양심수후원회와 구노히에서 온 등기 일체를 출역장에서 받아볼 제, 제가 얼마나 기쁜 마음이었는지 모릅니다.

간략한 근황을 소개해드리자면, 2월 17일 서부지법에서 법정구속되어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미결, 기결 생활 잠시하고 항소 접수 제한일 7일 후, 3월 2일부터 자동 청소부로 출역을 나와 생활중입니다. 장민호 선생님의 방충망 관련 재판, 그 소장의 내용들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사동청소부로 출역하며 독거수용방의 시설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는데, 그 좁은 방 단 하나뿐인 화장실 창문을 통한 채광마저 안된다면 사실상 태양빛으로부터 차단된 지하수감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감옥안은 낮에도 밤에도 언제나 침침히 밝아, 가끔 태양광선이 가득한 트인 곳에 가면 광적응이 안될정도로 애처로운 생활입니다. 낮간에 걸쳐 들어오는 태양빛의 쪼개진 그림자가 얼마나 위안이 되는데, 그것을 막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인간에서서 태양을 앗아가는 말도 안되는 일일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동년배의 동지도 현재 독방 생활중이라 하던데 그이의 화장실 창문도 저 촘촘한 망이 설치되어 잇겠군요. 제 작은 이름 하나라도 도움이 되길 빕니다.

관용부 출역수 생활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독고수용에 대해 몸으로 느끼는 것이 없어 그 절박함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치물품 반입과 관련한 부조리함은 저에게도 응분을 자아낸 일이 잇엇습니다. 당장 저는 들어올 당시, 티셔츠도 못 입고 바지 아래 입었던 내복도 입지 못햇습니다. 오로지 팬티 입고 있던 것 한장과 양말 한 켤레를 신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신입에 지내는동안 예컨대 생활하다 들어온 이들의 경우에는 유치장에서 반입하여 입고 지내던 내복이나 속옷과 티셔츠등의 의류 일체를 온전히 입고, 가지고 들어온 것입니다. 사동에서 일하며 타인의 빨래를 탈수해주는 동안에도 밖에서 갖고 들어온 속옷, 티셔츠, 내복 등을 보유하여 생활하는 것을 보는데, 왜 나는 내복 한장도 갖고 들어올 수 없었나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당장 밖에서 4방에 만원이면 살수 있었던 스판 속옷을 여기서는 장당 만원 가량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입고 지내던 속옷이며 내복을 들어주면 그것을 입으며 돈 쓸 일 없을텐데 아무래도 가난뱅이인 저는 천원, 이천원 이런 돈을 쓰는 데에서 날카로워지는 것입니다.

제 경우는 출역을 나오면서 주변 사람들이 속옷등을 챙겨준 덕에 돈 쓰는 일이 없었지만, 규정상 사실 이렇게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겨울 티셔츠나 내복을 구매해야 할 겨울이 오면 외례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질 것은 뻔합니다. 더구나 안에서 사 입는 옷들은 3개월 형을 받건, 몇년 형을 받건, 가지고 나가거나 폐기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는 극심한 물자 낭비이자 환경파괴가 아니겠습니까. 쟁취할 수 있다면, 밖에서 입던 옷을 안에서도 입을 수 있길 저 또한 간절히 바랍니다. 기본적인 현재의 교정당국의 원칙대로라면 이것은 너무나 불필요한 소비를 촉발하는 것이고, 어찌보면 입점 업체만 좋을 일입니다.

서신 검열에 관해서라면 제가 생활하는 곳에서는 발송이 제한될 경우 그 사유를 알려주며 서신을 되돌려 준다고 들었고, 그것이 원칙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전교도소의 장민호 선생님의 사례는 아무리 봐도 비합리적이며 지극한 불법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내용의 검열이 지침인것 까지 백번 양보하여도 검열하여 금지된 사유를 명백히 알려주어야 하는 것 또한 분면한 지침인데, 해당 직원은 어찌하여 그런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안에 있으며 우습게도 제게 "징역, 참 좋아졌다" 말하는 같은 입장의 범법 동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지금의 세상이 싸워 얻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법령을 존중함과 체제에 굴종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저는 실상 국가의 역 그 자체를 거부한다는 의의로 군역을 거부했음에도 징역을 살면서, 심지어 가석방을 기대하며 출역을 하면서, 수많은 밤을 자괴의 고통으로 지샜습니다. 물론, 피로해서 금방 곯아 떨어지긴 했지만.

이 곳의 직원분들과도 대화를 나누다보면, 감옥도 머지않아 많이 바뀌게 될것이란 기대를 합니다. 지금의 소장파 직원분들이 차차 진급하게 되면, 전 세대에 비하여 여러모로 깨어 있는 그들이 또 지금보다 나은 감옥세계를, 감옥안의 사회를 만들 것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필시 요즘 징역은 예전보다 훨 좋아졌을 것입니다. 그것은 부단한 노력 끊임없이 해오신 여러분들의 덕입니다. 앞서 말한 수원의 동무가 말한 적 있는데, 우리가 그러한 노력의 위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죄송스런 마음도 들곤 합니다.

아, 한가지 재밌는 것이 일전에 소식지를 보내주신 후, 영치금의 일부를 민가협, 구노회, 한진중공업 노조등에 후원금으로 보내려 하고 있었어요. 친구들이 준비해준 후원금 20여만원과 살던 집 정리하고 달랑 남은 20만원과 제가 갖고 있던 돈 조금 합하여 총 50만원의 거금이 제 명의로 영치되어 있었거든요. 일생 이렇게 많은 현금 자산을 보유해 본 일이 없는 바, 저는 대단한 부자라도 된 기분이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겨울 옷이며, 속옷이며, 필요한 것 일체를 모두 챙겨준 덕분에 저는 남은 1년여의 생활동안 책 사볼 것외엔 돈을 쓸 일이 없는거여요. 그래서 이 돈을 곳곳에 조금씩이라도 보답의 의미로 보내드리고자 하고 있었어요.

그런제 어제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갔더니, 법무부가 의료보함관리공단에 보험료를 체납하여 보험 적용이 안 되는 탓에 기본 진료비만 12,000원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한 이분동안 내벌린 입안을 유심히 관찰한 치과의는 신경치료 할시 15만원, 이것을 떼우는 데에 35만원 이상이 들수 있으니 생각해보고 치료를 받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딱 50만원의 치료비가 예상된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고, 마치 고교생일때처럼 우울하고 혼란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정이 있어 구일째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던 중에 몸의 피로에 겹쳐 가난의 고통스런 정신 공황까지 덥친 것입니다. 이것을 부모께 말하기 애매하고, 밖에서 도와주는 친구들에게 말하기도 면목없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영치금 관련한 것도 그렇고, 치과 사건도 그렇고, 돈 앞에서야말로 가난 한 자들의 고통이 극대화되는 것이지요. 제 아무리 안정을 찾고 유쾌히 감옥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해도, 내 이빨 이깟 것 하나 때문에 일년치 예산을 다 써야한다 하니, 마음이 격랑하는 것입니다. 후원금은 무슨, 제 앞가림이나 똑똑히 하라던(이렇게까지 말하진 않았지만)말들이 귓전에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끝내고 돌아왔더니 보내주신 후원금과 서신이 도착한 것이지요. 국가도 안내주는 보험금을 민가협 동지분들께 받은 셈입니다. 역시 감사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습니다. 소식지에 영등포 구치소에 계시는 양심수는 없는지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안계셔서 아쉬웠습니다. 동 시기에 구속된 또 다른 병역거부자인 이태주 동지는 제 옆방에서 기거하고 계신답니다.
오랜만의 휴역일에 밀린 편지를 쓰느라 앞뒤맞지 않는 졸필을 보내게 되어 죄송합니다.

수원구치소에는 3M노조 지부장님이 계시던데, 관에서 파는 3M귀마개를 보실때의 기분이 어떠실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3M귀마개에 얽힌 시를 썼는데 그것을 첨부하여 오늘 편지를 마치겠습니다. 오늘은 같은 방의 친한 형의 생일이라 그 파티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슬슬 유일한 휴역자인 제가 파티의 준비를 할때가 되었어요.

<손목에 쓴 시>
열시 소등
형광등 꺼지고 백왓트짜리
백열전구 켜진다.

더는 바스락 거릴 수 없어
책도 교정노트도 얼른 치우고
자리에 누워,

세금 떼고 칠천육백이십칠원짜리
돌핀 손목시계로
시간을 본다

일백메다 워터
레지스탕트!
빈자의 손목이 대 호강이라
그 불편에 시계를 끌러
어린 아기 안아 올리듯
양 손으로 받쳐들어
초침 가는 걸 본다

빠르다가
느리다가
일초가 제 맘대로다.

열시 이십분
초침이 티칵티칵
열시 사십분
초침이 딱!딱!딱!딱!
열한시 십분
초침이 째-깍, 째-깍

사방에서 봉화처럼 피어오르는
코 고는 소리

지난주 사약신청때
천원짜리 귀마개 사지 않은 자신을
책망한다.
3M! 왜 하필 3M의 귀마개였나.

하하호호 징역살이 다 하면서
떡갈비며 닭이며 다 집어먹으면서
고깟 3M이 뭐라고
귀마개 안 사는 것을 투쟁의 마지노선 삼는
내가 우스워
그 생각하다, 
조용히 손목에 그 시를 쓰다가
피로에 스르르 잠이 든다.
한번도 자정을 넘겨본 일 없다.

아, 또 혹여 궁금함이 풀리지 않으신다면 구글에서 "안지화 병역거부"이 두개의 키워드를 함께 검색하시면, 페이스북에 재가 만들었던 페이지가 뜹니다. 병역거부 선언의 과정에 썼던 글 등을 모아둔 페이지입니다. 페이스북 회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해뒀습니다. 그간 찍었던 사진들과 영상물도 함께 보실수 있습니다. 결정의 과정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진득하게 싸우는 삶을 살 수 있는 에너지를 감옥안에서 축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변함없이 치열한 이 되어, 여러분 시야에서 늘상 얼쩡거리를 사람이 되겠습니다. 소중한 괌심으로 인연을 만들어 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온 땅에 봄이 반드시 오고 있는 이 계절, 모든 현장에 따스함이 깃든 것만으로도, 이 태양의 위대한 빛이 담아 있는 것만으로도 우선 감사와 축복을 느낍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투옥된 모든 분들께 특별히 제가 넘볼수도 없을 그 고통 감내하심에 위로를 전합니다.

2011년 4월 1일 영등포 구치소에서 안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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