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윤경석님의 편지

2017.07.06 17:13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351

고마우신 김혜순 회장님, 류제춘 사무국장님께.

회장님, 사무국장님, 권오헌 명예회장님과 양심수후원회 회원 여러분께 지면을 통하여 안부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곳 안동까지 찾아주신 김혜순 회장님과 류제춘 사무국장님께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TV나 신문을 통하여 양심수후원회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감옥에 갇혀있는 양심수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주시는 그 정성에 가슴이 메여올 뿐입니다.

13년이란 세월이 넘는 동안 양심수후원회가 있었기에 저 또한 힘을 얻고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가족 한 명 없는 남한생활에서 그것도 한 번도 경험이 없는 교도소라는 곳에서 무기수로 살아가는 제 입장에서는 그 누구라도 비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그 어디에나 기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꼭 같을 것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저에게 양심수후원회란 가족이고 제가 기대고 살아갈 수 있는 기둥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수년간 누구도 찾지 않는 이 곳에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고 물심양면의 후원에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하도 험악하여 부모, 자식도 버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 고마움은 더욱 배가됩니다.

 

사방이 콩크리트 벽으로 둘려 쌓여 있고 보이는 것은 쇠창살에 경직된 교도관들만 보다가 회장님과 사무국장님의 인자한 모습과 따뜻한 말씀을 들으니 비록 처음 뵙는 모습이지만 따뜻한 정을 오랜만에 느껴봤습니다. 면회 끝나고 나가시면서도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거실에 들어와서도 한 동안 생각에 잠겨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기어이 살아 나가서 저의 고향 평양으로 모시고 대동강 숭어국집으로 초대해서 저의 가족들과 따뜻한 식사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습니다.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기회가 되면 마주앉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있을거라 믿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퇴진하고 새 정권이 탄생했으니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더 이상 분단의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회장님을 비롯한 양심수후원회 모든 분들의 건강을 가원하며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7625

윤경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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