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김경용님의 편지

2017.04.12 16:11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456

류제춘 선생님

보내주신 책 조봉암 평전’ ‘민족일보와 조용수’ ‘문익환 평전잘 받았습니다. 후원회 비치 도서라고 하니 깨끗하게 읽고 보내드리겠습니다.

구속된 첫날부터 보내주신 양심수후원회의 후원과 성원이 지금까지 저와 아내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도 저이지만 갑자기 큰일을 당하여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아내에게 큰 위로와 도움이 되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내손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되곤 하지요.

매월 소식지에 영치금에, 때로는 손편지에 면회로 격려해주셨던 양심수후원회에 지면으로나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밖에서 많은 분들이 보내주시는 따뜻한 후원과 기다림에 보답하는 길은 비록 영어의 몸이지만 하루하루 생활 잘하고 자신을 더욱 벼려 단단히 준비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작년 가을만 해도 이 곳 독거 운동실이 여유가 있었는데 요즘은 1인 운동실이 없을 정도로 꽉 찼습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이 곳 서울구치소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아마도 서울구치소가 생긴 이래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고위인사들이 한꺼번에 들어온 적은 없을 듯 합니다.

최순실, 조윤선, 이재용, 김기춘, 차은택... 엊그제는 박근혜까지 다 헤아리기도 힘드네요. 얼마 후면 우병우도 들어오겠지요.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이 백만 촛불로 불을 밝힌 역사의 한가운데였다면 이 곳 서울구치소 또한 허물어뜨리고 태워버려야 할 역사의 오물들을 모아놓은 그 반대편의 역사의 한가운데입니다. 이곳에 갇혀 있다 보니 오히려 세상이 뒤집어졌다는 것이, 낡은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더 실감납니다.

 

한 장의 사진이 자꾸 떠오릅니다. 비단 두루마기를 걸치고 포승줄에 묶이어 잡혀가는 반민족행위자들의 모습입니다.

해방공간에서 우리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구성하여 민족을 배반한 매국노들을 처벌하여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자 하였지만 도둑이 매를 든다고 오히려 친일파들이 미군정의 비호아래 애국자들을 습격, 테러, 학살하고 매국노들이 권력을 장악하였습니다. 매국노들을 묶었던 포승줄은 슬그머니 풀어지고 거꾸로 그 포승줄에 애국자들의 손발이 묶이게 되었지요. 기나긴 세월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를 터쳐 낡은 질서를 허물어뜨린 지금, 이번에는 지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겠지요.

과녁에 편차가 생기지 않도록 눈을 똑바로 떠야 할 때인 듯 합니다.

 

2017. 4. 2

김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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