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이병진님의 편지

2012.03.10 15:38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390

존경하는 권오헌 회장님께
회장님, 안녕하세요.
양심수 석방을 위해 혼신의 애를 쏙고 계신 선생님의 높으신 인품에 깊은 감화를 받습니다.
이명박 보수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앞장서서 싸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로써 더욱 신념을 굳게 갖고 투쟁하리라 다짐합니다. 높으신 선생님의 민족애와 인류애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인사드립니다.
3차 북미회담 결과 이북과 미국이 직접 대화하기로 하였습니다. 20년 가까이 지속된 북미의 적대관꼐가 풀릴지 평화관꼐로 갈지는 좀더 지켜볼일이지만 대화를 하기로 결정한 일은 좋은 일입니다.
우리 민족의 지혜와 힘을 모아 분단의 아픔을 해결하자고 약속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저지파탄시킨 이명박 역적과 보수지배세력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엇습니다.
이명박 역적놈들은 대한민국 육군의 정훈장교였으며, 민주평통자문위원이었고, 통일부 전문위원으로서 공개적으로 정부기관에서 통일운동을 한 저를 고정간첩으로 만들어 악선전과 사실을 날조 하엿습니다. 대학교에서 정치학 관련 과목을 가르치던 저는 졸지에 '간첩'이 되었고 제 수업을 듣던 제자들은 엄청난 혼란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저 역시 갑자기 겪는 일이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3년 가까이 강제로 강금되어 징역생활을 하면서 위축되기도 하고 두려웠지만 그런 고통속에서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내면속 깊은 양심의 소리와 대화를 하면서 무엇이 진리이며 정의(正義)인지 또렷이 알게 되었답니다. 이명박 역적 패거리들과 그에 아부하면 출세만 따지는 국정원 직원들, 검사, 심지어 판사들도 모두 한통속이었습니다.
그 얄랑한 형식적 민주주의요, 삼권분입이요 하는 저들의 기만 술책에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입니다.

'양심수를 뺀 특별사면은 정의 실현에 대한 도전'이라는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후원회 소식지 243호)
이 글 내용중에서
"학자적 양심에 따라 남북관계를 객관적으로 연구하면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 온 이병진 교수"라는 말씀에 너무나 황송하여 몸둘바 모르겟습니다.
이 말씀을 가슴 속 깊이 새겨 앞으로 평생을 그런 신념을 갖고 살겠다는 다짐을 하며 저에게 보내주신 무한한 신뢰와 사랑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옥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좁은 감벙에 24시간 갇혀 지내면서 40년 이상 비전향장기수로 지내신 분들의 고뇌와 통일의지를 직접 체험하고 목격합니다. 그것은 역사적 지식을 얻는 그 이상의 참 삶을 깨닫게 하고 의식을 확장시켜 역사적 자각을 갖게 합니다. 개인이 아닌 역사적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출산의 고통이 큰 것처럼 새로운 역사적 존재로 태어나는데 어찌 고통이 없겟습니까?
감옥에서 겪는 아픔은 그런 고통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지금 겪는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 역적놈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저의 축복입니다. 악의적인 기획수사로 한 개인을 간첩으로 만들어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기운을 짓뭉개고 한 가정을 파괴시킨 역적놈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밝고 힘찬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겟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병진 올림 2012년 3월 7일
-------------------------------------------------------------------------------------------------------------------------------------------

은결이가 사각형에 줄을 그리고는 감옥이알고 하였군요. 저도 은결이를 따라해봅니다. 그렇군요. 아이들 눈에도 '감옥'은 쇠창살이 도드라져 보이는군요. 저 역시 은결이에게 감옥을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까 곰곰히 한찬동안 생각하였습니다.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딸과 3학년이 되는 아들에게 감옥이 어떤 곳인지 설명을 못했습니다. 왜, 아빠는 감옥게 갇혀 있고, 헤어져야 하는지 설명조차 할 기회를 박탈하는 곳이 감옥입니다. 무자비하게 폭력적으로 감금하고 감시하고 통제하는 곳이지요. 이런 사실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놀라고 충격을 받을 거예요. 인간의 잔인함과 폭악함에 진저리를 치겠죠. 그래서 선뜻 감옥이 어떤 곳인지 말하기 망설여집니다. 은결이에게 부정의에 맞써 쌍 다가 부정의한 지배계급의 픽박으로 감옥에 같힌 분들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끔 불의에 맞서 싸워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시련을 이겨내시는 은결이 어머님이 얼머나 훌륭하고 좋으신 분인지 이해하겠지요.

 

월간 <작은책>에서 '나의 삶'이란 주제로 글을 연재하자고 하십니다. 국가보안법의 해악이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국가보안법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악용되며 반민주, 반통일 악법으로 작동되는지 까발리기 위해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징역생활 3년째에 가까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데 기억하기 끔직한 수사과정과 과거 일을 들추는게 마음 아프지만 대중들에게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알리고 민족분단의 모순을 깊이 인식하는데 작은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어떤 형식과 내용을 담으면 대중들과 좀더 쉽게 공감대를 만들 수 잇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장님의 조언과 도움을 부탁드려요.

 

3차 북-미 직접대화에서 대화의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대화로 방향을 잡았다는 의미지 실제 행동으로 실행될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합니다.한호석 소장의 분석 글을 읽었습니다. 3차 북미회담을 생동감있게 잘 분석하셨습니다. 분석에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서로 적대적인 북미관계가 청산되면 남북관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이남의 통일운동진영이 북미관꼐만 바라보며 정권교체를 낙관하는 것은 비약입니다. 통합민주당은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만약,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남북관계를 풀 정치적 의지가 있겠는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권교체만으로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이 급진전되어 평화통일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란 예측은 지나친 낙관입니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우리한 정세를 이용하여 내년에 들어서는 정부에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실행하게끔 강제할 수 있는 조직화된 정치적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통일운동의 시선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 사회의 소외세력 등 다수의 인민대중들에게 맞추고, 통일운동은 광범위하게 조직해야 합니다. 정치공학적 수준에 의존해서는 통일운동이 출세주의자들과 정치 기회주의다들의 먹이감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담보하기 위해나 투쟁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비전향 장기수인 김선명, 신인영, 김석형, 조창손, 홍경선, 이종환, 이종 선생님의 삶을 기록한 '0.75평 지상에서 가장 작은 내방 하나'는 미처 몰랐던 장기수 선생님들의 삶을 조금이나라 알게 해주었습니다. 현재 징역을 살고 있는 상황에서 책을 읽으니 그 분들의 고통과 아픔이 마치 제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좀처럼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습니다. 그 분들은 외부의 지원단체도 없이 철저히 고립되어 30-40년 이상의 징역을 살앗습니다. 8년이란 징역을 받고 힘들어하며 자포자기했던 제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럽습니다.

 

지난 2월에는 <노동자정치신문>, <구속노동자후원회>에 서울핵안보 정상회담과 3차 북미회담을 분석하여 투고 하였습니다. 다음주에는 <사월혁명회>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글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갑작스런 감금 생활과 정신적 충격으로 학술연구의 의지가 손상되었는데, 차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단꼐를 밟아서 학자로서 자존감을 세우고, 정상적인 학술 활동을 할 것입니다.

 

반격의 칼을 벼리고 있습니다.
더이상 물러섬 없이 앞으로 전진할 것입니다. 정의의 칼을 높이 들고, 불의에 맞서 투쟁할 것입니다.

이병진 올림
2012년 3월 7일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글쓴이
528 [감옥에서 온 편지] 유윤종님의 편지 2013.06.24 2481 양심수후원회
527 [장기수] 박희성 선생님, 김선분 선생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file 2013.03.25 2480 양심수후원회
526 [감옥에서 온 편지] 이창기님의 편지 2013.06.24 2474 양심수후원회
525 [양심수] 이병진, 장민호님의 편지 2012.07.17 2462 양심수후원회
524 [양심수] 정경학님의 편지 2012.03.26 2450 양심수후원회
523 [후원회] 가을 역사기행-원주 file 2012.11.05 2438 양심수후원회
522 [양심수]이창기님의 편지 2013.02.25 2431 양심수후원회
521 [양심수]양심수 이병진의 석방을 바라는 모임에 함께해주십시오! file 2011.06.08 2427 양심수후원회
520 [장기수] 박순애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file 2012.12.12 2425 양심수후원회
519 [양심수] 이형선, 문용원님의 편지 2012.05.19 2425 양심수후원회
518 [양심수] 양심수들의 편지 2013.01.15 2421 양심수후원회
517 [양심수] 이희철님의 편지 2012.08.16 2415 양심수후원회
516 [감옥에서 온 편지] 이윤섭님의 편지 2013.06.26 2411 양심수후원회
515 [양심수] 양희성, 김덕용님의 편지 file 2012.12.17 2405 양심수후원회
514 [양심수] 전길수, 유윤종님의 편지 2012.06.12 2397 양심수후원회
513 [양심수] 정봉주님의 편지 2012.12.12 2396 양심수후원회
» [양심수] 이병진님의 편지 2012.03.10 2390 양심수후원회
511 [후원회] 24차 총회 영상 2012.04.24 2378 양심수후원회
510 [양심수] 고성수님의 편지 2012.03.08 2378 양심수후원회
509 [후원회] 월례강좌_6.15공동선언 발표 12주년,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과 현 정세 file 2012.06.25 2351 양심수후원회

CLOSE

회원가입 ID/PW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