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김덕용님의 편지

2013.09.25 10:57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059

김덕용님의 편지


안녕하십니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선생님들, 회원여러분들.

저희 왕재산 사건 관련자들은 9월9일 대전, 전주, 안동, 대구교도소로 모두 이감되었습니다.

서울구치소와 전혀 다른 환경이라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으나 빠른 적응력으로 이렇게 안부편지까지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 33년만에 부활한 내란음모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사건을 물타기하고 국면전환을 위한 사건이라는 것을 보수언론조차 인정하고 있을 정도의 뻔한 사건입니다.

60년만에 맞는 한반도 최고의 전쟁위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의 당내모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왜곡되고 짜깁기된 내용을 언론에서는 그야말로 모든 매체가 총동원되어 대대적으로 보도하였습니다.

심지어 생전 듣도보도 못한 ‘여적죄’라는 것까지 등장하였습니다. 조선일보만 보면 곧 이석기의원에게 사형선고가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였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진보언론과 진보지식인 등 소위 진보진영조차 여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습니다.

“만일 한겨레를 포함 ‘진보’진영 내부의 그들(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호감이, 이번 국정원작전에 자신감을 더했다면 희대의 통일전선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 9.14자 ‘정희진의 어떤 메모’>

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아마 국정원과 진보진영 최초의 통일전선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한겨레조차 질타합니다.

“왜 당시 상황과 맞지도 않는 토론과 발언을 하여 국정원에 이번 사건을 일으킬 빌미를 주었냐고...”

과연 당시 한반도 정세가 어떠하였을까요?


<2013년 1월 2일 북측 국방위 대변인 담화>

“ ~ 멸적의 불바다전을 펴게 되어 있다.”

<2013년 1월5일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동원한 전군기동훈련을 북측 전역에서 실시하기 시작>

- 뉴욕타임스 1월17일자 보도

<2013년 1월24일 북측 국방위 성명>

“ ... 전면 대결전에 진입할 것”

“ ... 오직 총대로 결판내야 한다”

<2013년 1월26일 “조성된 정세와 관련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군협의회” 소집>

“ ...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하실 단호한 결심을 표명”

<2013년 1월28일 ‘조선로동당 제4차 세포비서회의’ 10,000명의 당세포 비서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

“ ... 전면 대결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2013년 2월2일 ‘조선로동당 중앙 군사위원회 확대회의’>

“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켜나가는데서 강령적 지침으로 되는 중요한 결론”


이같이 당시 한반도 정세는 전쟁일보직전의 위기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외신들이 앞다투어 베테랑 전쟁종군기자들을 서울로 특파하면서 곧 벌어질 전쟁중계를 준비하였을 정도입니다. 전쟁상황을 감추고 왜곡하는 언론들의 보도로 인해 우리 국민들만 모르고 지냈을 뿐입니다. 외국의 친지를 둔 국민들은 “무사하냐?”, “전쟁난다는데 어떻하냐?”는 안부전화에 어리둥절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속에서 진행된 통합진보당내 모임에서 나온 단편적인 발언과 단어를 빌미로 온 나라를 ‘내란음모소동’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또한 국정원 선거개입사건을 기소한 현직 검찰총장까지 너저분한 사건을 조작하여 강제로 퇴임시켰습니다. 나라가 다시 유신시대로 돌아간 것입니다.


현재 한반도정세는 북의 과감한 평화공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4월말 북 최룡해특사의 중국방문

● 6월5일 남북당국간회담 개최제의 특별담화문

● 6월16일 북미고위급회담 개최제안(국방위 중대담화문)

과 함께 개성공단정상화 합의, 이산가족상봉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8월29일 국방위원회 담화에서 “여러가지 건설적이고 과감한 평화적 조치들을 구상하고 실천해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재일 조선신보의 8월31일자 보도는 의미심장합니다.

<“지난 3,4월 일촉즉발의 북미대결전에서 먼저 한걸음 양보한 미국이 부전패했으며 북이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고 승부를 가르고는, 이때부터 북한은 미래를 내다본 대내외정책의 수립과 추진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평했다.”

“국방위 담화에 등장한 ‘건설적이고 과감한 평화적 조치’는 이러한 유관국들(중국, 러시아)의 입장조율과 의견수렴과정을 깊이 통찰한데 기초하여 마련되었을 것”

“미국과 남한당국이 더 이상 시비할 수 없는 대범한 행동계획, 통이 큰 문제 타결안이 구상되었을 수 있다”

“조선은 오랜 현안을 단숨에 해결해나갈 준비가 되었음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상응한 정책적 결단을 내린다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크게 돌아가게 된다”>

(통일뉴스 2013.9.1)


위의 보도를 보면 현재 진행되는 남북간의 협상에 임하는 북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은 북이 양보한 남북협상의 결과에 대해 ‘원칙의 승리’라며 북을 조롱하고 도발하는 남한에 대해서도 예전과 같은 격한 반응을 자제하며 대화분위기를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금 남쪽은 내란음모사건을 북한과 연계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대화의 흐름은 대결로 바꾸려고 하는 시도가 총력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되돌리고 전쟁일보직전의 상태로 유지시켜 자신들의 영구집권을 현실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9월 11일 조선중앙통신은

“만약 새로운 조선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가 돌이킬 수 없는 전쟁재난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통일뉴스 2013.9.12)

전쟁은 영화에서 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부모, 형제, 남편, 아내, 아들, 딸들의 손과 발이 우리 눈앞에서 찢겨지는 것이 전쟁입니다.

우리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합시다.


양심수후원회에서 보내주시는 영치금, 서적, 후원 등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


2013.9.15

대구교도소에서 김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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