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김덕용님, 장민호님의 편지

2011.11.18 12:20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3460

[양심수] 김덕용님, 장민호님의 편지


안녕하십니까?
국가보안법 및 비민주 악법으로 전국의 구치소 및 교도소에 계시는 양심수 여러분들, 서울 구치소의 김덕용입니다.
저는 이제 재판이 시작되어 일주일에 2번씩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구속된 후 신문과 잡지에 소설들이 난무한 가운데 월간 조선에 재가 면회 온 가족에게 "내년에 나간다"고 큰 소리를 쳤다고 나왔더군요. 사실, 이말은 제가 한 것은 맞습니다. 발언의 상황도 일치하구요.
당시는 구속된지 3-4일째인가였을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조직사건의 수괴혐의를 들은 동생이 걱정하면서 "아이고, 언제 나오냐"하길래 제가 "응, 내년에 나갈꺼야. 걱정하지마"라고 했습니다. 동생은 기가막힌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동생 면회를 마치고 오니 국정원 수사기관들도 묻더군요.
"내년에 나간다고 했다며?"
"........" (묵비권 행사중이기도 했지만 사실 뭐라 답변을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동생에게는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중풍으로 5년째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님께서 누김과 함께 면화를 오셨습니다. 제가 구속된 후 처음 오신 것입니다. 구속이전에는 제 사무실 옆 요양병원에 입원해계셔서 자주 찾아뵈었습니다. 제가 구속 이후, 가족들이 어머니 병세를 염려하여 제가 외국에 갔다고 말하였는데 어머님이 장남이 자신을 버렸다고 자주 우시길래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모시고 오셨습니다.
어머님은 '권오헌 선생님 고희기념 사진집'에도 3장이나 나오실만큼 민가협 활동을 열심히 하신 분입니다. 아들이 외국에 간 것이 아니라 이곳에 있다고 하니 오히려 안심을 하시며 면회를 오셨습니다. 아주, 편안하신 모습으로요.
이때도 가족들이 언데 나오냐고 하더군요.(제 가족들은 집요하게 이것을 묻습니다. 갑갑하게요.) 그래서 "응, 내년에..."라고 하니 가족들이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느냐고 하더군요. 사실, 믿는 것은 없습니다. 근거도 없구요.

우라카미 하루키의 'IQ84'를 얼마전 읽었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고독은 산(酸)처럼 사람을 갉아 먹는다"는 글이었습니다. 처지가 처지이니 가슴에 와 닺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고독하지도 외톨이도 아닙니다. 저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있고, 국가보안법은 대다수 사람들의 희망과 의지와는 반대되는 법입니다. 결국 저는 수천만의 희망과 의지와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년에 제가 나가게 된다면 우리 모두 함께 나가게 될 것입니다. 수천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희망과의지가 함께 하고 있으니 우리 모두는 고독하지도 외톨이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 내년에는 밖으로 나갑시다.

2011년 11월 13일 서울구치소에서 김덕용 올림

 

 

존경하는 동지들, 회원님들, 안녕하셨습니까?
대전교도소의 외국인 재소자 (성)폭행 및 보복 징벌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최근에 이른 경과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한겨레 신문, 민중의 소리등에 보도되었던 바와 같이 중국, 이란, 방글라데시 출신 재소다즐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교도관 정**은 최근 교정본부가 자체조사 후 검찰에 의뢰함에 따라 대전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이 보내온 서신에 의하면 그들 또한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받았으며 정**와 대질심문도 하였다고 합니다. 서툰 한국어, 낯설고 고압적인 분위기, 두려움과 싸우며 그들 모두 진실을 증언하였다고 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의 처벌을 원하는 지 여부를 묻는 검사에게 모두 고개를 저었다고 합니다, 추측컨대,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지 진실규명과 재발장지인것 같습니다. 정**은 혐의사실을 극구부인하고 있지만 다수 피해자들이 같은 피해내용들을 호소하고 있으므로 진실규명에는 문제가 없어 보닙니다. 단지 검찰의 기소여부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하고 예측이 엇갈립니다. 한가지 짚고 가야할 사실은 대전교도소, 교정본부 및 검찰 조사에서 정**은 이 모든 사태가 저의 배후조정에 의한 것이라고 집요하게 주장하였다는 점입니다.

피해자들 서신에 의하면, 그들은 저의 배후조정이나 지시 여부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조사관들의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들 중 일부는 급기야 조사관에게 화를 내가조차 하였다고 합니다. 아무리 외국인이지만 내가 바로 피해당사자이며 남의 지시나 조정을 받을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터무니없고 진부한 배후조정놀음이 이렇듯 국제적으로 반복되는 현실에 실소와 분보를 금할 길 없습니다.

지난 10월, 저에 대한 보복징벌, 인격 모독 및 가혹행위 등 관련하여 제가 제기하였던 법무부 장관 청원의 겱과를 통고 받았는데, 그 내용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소장의 반막, 폭언 및 강제 이발 지시에서부터 조사, 징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직접 참가하거나 목격하였던 교도관들의 (명백히 거짓으로 가득찬)일반적 주장들만이 청원결정문에 반영되었으며 저의 진술을 물론이고 결정적 증거하 할 C.C카메라 녹화자료들도 거의 배제되었습니다. 
단지 저의 신체상태 자체가 직적접인 물증인 강제이발, 면도 사실만 그 부당성, 불법성이 인정되었는데 그에 대한 조치라는 것이 고작 소장및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소자에 대한 강제이발, 면도가 인권 규범 및 관련규정 위반이라는 사실을 포함한 인권교육을 실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저는 그동안 소측이 제게 자행하였던 인격모독과 가혹행위들의 진상을 밝히고 그에 대한 소장의 사과와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하여 왔습니다. 다소 지루하게 이어진 투쟁의 결과, 지난 11월 9일
-전국철거민연합의 남경남 전 의장님 입회하에 보안과장이 소장을 대리하여 소장이 자행하였던 반말, 폭언 및 인격모독 사실들을 인정하고 사과하였으며
-3명의 관련 교도관들이 주의, 경고 등 징계처리되었음을 확인하는 한편,
-가혹행위와 청원 방해 등 규정위반 정도가 매우 심하였던 징벌 사동 주임은 자신이 저지른 사실들을 서면으로 인정함으로써,
저는 4개월째 접어든투쟁을 일단 일단락 짓기로 하였습니다.

아직 갈길이 먼 이곳 교도소의 인권현실을 뒤로 한 채 한편으론 역량의 한계를 절감하며 보다 근본적인 변화의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물론 나라 전체가 국가보안법 등 온갖 악법에 결박된 현실에서 과연 교도소 인권 개선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회의도 듭니다. 그러나 단지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당한 억울한 일들을 교도소 담잠 너머로 알릴 수조차 없는 자들이 우리들 곁에서 숨쉬고 있는 한, 그것은 결코 외면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일임이 명백합니다.

또한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하여 기왕에 진행하여온 서신검열관련 소송에서 반드시 이겨야 함을 다시한번 절감하였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순간에도 이곳 교도소의 어느 음습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그 어떤 폭력이나 인권유린 행각들은 오직 그 진실이 외부에 결코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철썩같은 믿음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삐뚤어진 믿음이 깨지지 않는 한 저들이 법 집행의 이름ㅇ로 자행하여온 비열한 진실은폐 행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 외에 조사, 징벌 과정들을 기록한 전자기록물들을 보다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도 저들의 진실은폐행각들을 저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상 두서없이 그동안의 과정들을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서툴고 어설펐던 투쟁에 지지와 격려 그리고 연대의 기운을 보내주신 모든 동지들께 다시한번 충심어린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먼길을 몸소 찾아주신, 존경하는 권오헌 명예회장님, 한기명 선생님, 모성용 부회장님, 이정태 운영위원님, 이민숙 국장님 그리고 구노회의 이광열 국장님! 다시한번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한결같이 함께 하여준 일심회 사건 동지들, 특히 아픈 몸으로 천안과 대전등을 오가며 진실규명을 위하여 함께 분노하고 싸워주었던 이정훈 동지에게 변치않는 동지적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2011년 11월 14일 대전교도소에서 장민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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