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 다시, 강정이다.-안병길 부회장

2013.03.29 12:24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599

다시, 강정이다.

안병길|부회장


지난 번 강정 방문은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라 아쉬움이 컸고 꼭 다시 가보고 싶었다.

제주 해군 기지 불법공사 (국회에서  예산안 통과 시켜주며 70일간 공사 중지 있었으나 계속 강행) 막아 내려 공사장 정문에서 투쟁하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 이번에는 좀 여유있게 한 주간 머물기로 하고 미대사관 앞 (광화문) 자주 평화 통일연대집회가 끝나고 김포공항으로 가려는데 집회에 같이 했던 여인이 자기도 강정이 간다한다. 처음 보는 이라 누구인지 몰랐으나 알고보니 평통사 서울대표 변연식 님이었다. 강정지킴이로 살고있는 이종화시인과 통화하니 제주 공항에 마중오겠다며 강정에서 같이 활동하는 신대식님이 오늘 서울에서 다시 강정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포공항에서 잠시 만나고, 먼저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변연식님은 좀 전 집회에서 잠깐 보아 얼굴도 기억안나고 대식씨에게 어떤 여인이 같은 비행기로 강정으로 가고 있다고만 말할 수 밖에... 신대식씨는 명바기정권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정국 때 경찰들이 한 여인을 무참히 짓밟아 버스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비참한 동영상을 찍은 장본인이고 용산참사 때 남일단 건물이 불타는 현장에도 있었다. CF도 찍었다는 대식씨는 지금도 강정 공사장 정문을 지키고 있다.



제주 공항에 마중나온 이종화시인을 만나 한 여인이 있다고 말해두었다. (사실 이때까지 변연식님을 잘 몰랐다.)
평통사에 연락해 내 번호 일러주고 잠시기다리니 대식씨가 보이고, 좀 있다 그 여인이 나오는데 알아볼 수 있었다.  넷이서 만나니 나만 모르고 셋이는 잘 알고 있었다. 변연식님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노무현 정권시절) 반대투쟁에 쌍용자동차까지 늘 삶의 현장에 살았고, 강정에도 자주 와 있었다.

하룻밤 자고 이튿날 후원회 이민숙 사무국장의 연락으로 강정투쟁으로 네번째 감옥에 갇혀있는 양윤모 님을 면회하기로 했다.  마땅히 면회할 사람이 없어 문규현 신부님이 가시려는 걸 내가 대신하기로 했다. 강정에서 공항리무진으로 (600번 버스) 더 호텔에서 내려 택시로 교도소로 향했다. 제주교도소는 버스편도 가까이 없고, 택시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수번 301 양윤모님.
그는 1차 구속 때 70일 단식, 그 다음 40일.
이번에 또 옥중단식을 이어가고 있어 효소 반입을 허락 받았단다.

가면서 미안하게 윤모님의 얼굴이 잘 안떠오른다. 지난번 방문 때 통합진보당국회의원 이상규님의 방문과 전국 시민단체 기자회견 시 뵈었을 터인데 다른 구치소 면회 때는 수번(수감자번호) 을 꼭 써야 하는데 양윤모님이 너무 유명인사? 정의를 실천하고 평화를 지키고, 제 고향인 제주를 ( 양윤모님은 제주 토박이 영화평론가) 지켜내고자 네번씩이나 감옥에 갇히셨으니 이름만 대어도 면회가 되었다. 처음 가까운 대면이라 주고 받을 이야기가 많지 않을 것 같아 시간 주어진대로 10분. 그런데 양 선생께서 먼저 알아보시며, "목사님 오셨네요."  얼마나 부끄럽고 미안하던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20분 요청하는 것인데 아쉬움 남기고 단식으로 수척해질 대로 수척해지신 그의 뒷 모습을 보며 힘드실텐데 잘했다고 스스로 위로도 해보았다.


퀘이커교도이신 오철근님은 매일 4시간씩 3보1배로 강정의 평화를 지키고, 미국해군기지로 고향 앞 바다가 죽어있는 하와이에서 평화의 섬 강정을 지키고자 날아오신 레니와 그의 벗. 레니는 바이올린을 잘 연주해 별명이 바이올린으로 통한다. 그가 떠나기 전 날 공사장 정문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데 내 어릴 적 교회에서 '우리는 승리하리라'로 번안되어 부르던 복음송도 연주해주어 반가웠다. '우리는 승리하리. 우리는 승리하리. 그날에 확실히 믿노라. 마음속까지 우리는 승리하리. 그날에' 그렇지요. 우리는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비폭력 평화의 섬 제주에 미해군기지는 절대 불가하다고. 바이올린의 연주가 계속되니 공사장에 들어간 레미콘 차량들이 다른 문을 열고 드나든다. 미국인이 바이올린 연주하니 차마 정문을 뚫지 못하는 양심은 살아 있는 걸까?

삼거리 식당 주인장 김종환님은 해군기지 공사 전 지천으로 널려있는 방풍나물이며 야채를 직접 가꾸어 먹고, 둑에 나 있는 자연산을 먹어 시장에 나갈 필요 없었다며. 시장에서 사온 것 보다 더 맛있었다며 그때를 그리워 하고, (지금의 강정마을에는 쌀이나 필요한 물건들이 많았다. 그런 것들을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정은 이쪽 언저리에서 쌀이 가장 많이 생산되어 인심도 후했단다. 나그네가 오면 자기들은 못먹더라도 쌀밥에 동냥하는 인심도 같았단다. 삼거리식당에서는 정신치료사 정혜신박사가 보내오신 오골계 만두로 잔치를 열었다. 지금의 강정마을에는 쌀이나 필요한 물건들이 많다. 식당 안에는 밥값을 스스로 알아서 내야하는 종이함이 있는데 누가 그것을 손댄 모양이다.

종환씨와 얘기 끝에 마을 노인께서 하시는 말씀이,
"오죽 필요했으면 그걸 손댔겠어? 꼭 필요했떤 모양이지."
역시 강정이 뿌리인 노인의 넉넉함, 여유, 강정의 여유와 넉넉함이지.


대구가 고향이라던 은희씨는 아들 박진우와 여전히 강정에 살고 평택에 사는 들꽃 (예명)은 강정투쟁에 함께 했던 이들의 이미지로 인형을 만들어 삼거리식당 초입에 놓고 올레길 7코스 지나는 이들에게 강정을 소개하고 있다. 국회 앞 백배 때 뵈었던 주민 강부언 님은 하릴없이 장작만 패고. 여기문화는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고 마음이 불편하면 장작을 팬단다.  막아봐야 속절없이 뚫리니 얼마나 마음이 허하랴! 대구가 고향인 이민중은 공사방해를 참 즐기며 하는 것 같다. 밤에는 어두워 얼굴가리면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쉽지 않은 점을 이용해 복면을 쓰고 꽁지머리를 내밀고 침묵으로 일관하다 여경 넷에게 쉽게 들려나갔다. 말을 하면 남자인게 들통날까봐 침묵으로. 그게 농거리가 되어 여경에게 들려 나간 놈으로 우스겟거리가 되기도 했다. 어떤 때는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여자목소리로, "오빠 괜찮아?" 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남자 경찰이 들어내려 달려들다가 민중이의 옷차림에 화들짝 놀라며, "야! 여자야, 여자!" 하니 여경들이 들어냈으니 화제가 될만하다. 그 민중이가 얼마 전 공사차에 치여 병원에 입원 중이고, 통화해보니 물리치료 중이란다.

강정사건으로 90여일넘게 감옥에 있었던 강정지킴이 정연길 후배 목사를 만났다.
삼거리 식당에서 같이 밥먹고 앉아 물었다.
"너는 강정이 뭐라고 느꼈니?"
"형. 난 여기가 교회라고 생각해. 십자가 없는 교회."
옳다. 내가 바로 그걸 느끼며 후배에게 물었던 것인데, 그의 입에서 똑같은 이야기가!
그래, 교회라는 데는 세상 사회로 부터 버림 받거나 소외되어 잘난 게 없는 무지랭이들이 모여 하늘나라 세우는 곳이 교회지. 여기 강정이 그렇다.

무지랭이, 철부지들이 모여 평화의 섬, 강정의 평화를 지켜가고 있지, 있어.
그래, 평화는 흐르는 거야. 저 강정을 흐르는 하늘의 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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