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송상윤 님의 편지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따듯한 엽서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엽서를 한 자한 자 읽어 내려가니 그날 비록 날씨는 추웠지만 마음은 가장 따듯해지던 날이었습니다. 보내주신 따듯한 마음으로 이번 겨울은 하나도 춥지 않게 보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후원금 또한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그저 이곳에서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 행동해 보고자 편지를 드린 건데.. 후원금도 전해 주셔서.. 이걸 받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100번도 넘게 한 것 같습니다.

저처럼 병역거부를 하는 평화주의자들은 군대 문제로 인한 가족과의 소통이 가장 큰 어려움인데, 다행히 저는 가족들의 지지로 이곳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도와주고 있고 다행히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행운아에게 후원금이 들어와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요. <영치금 입금 확인서>를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보내주신 감사한 마음, 제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빚으로 여기고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제 삶의 기회가 주어지는 날을 기다리며 건강히 잘 지내고 있겠습니다.

2020년은 한국에 대체복무제가 최초로 시행되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저로써는 기쁜지, 슬픈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복잡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새해가 시작된다는 기쁨과 설렘은 우리 모두가 다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숫자 2는 자신을 먹는 뱀인 우로보로스, 피닉스, 태양신 라를 의미하는 숫자라고 합니다. 모두 끝이자 시작을 의미하는 존재거든요. 우리 평화주의자들에게도 2020년은 그런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 시간 정의, 평화, 인권을 위해 힘써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담아 편지드립니다.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 1. 9
송상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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