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범민련 사무처장 원진욱님의 서신

2012.08.29 13:23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512

[양심수] 범민련 사무처장 원진욱님의 서신


권오헌 명예회장님께

지난 여름 십수년만에 찾아온 폭염과 열대야가 사람들을 무척 괴롭혔습니다. 또한 요 며칠은 장마 날씨처럼 연일 비가 내려서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잇습니다. 그간 회장님께서는 건강하셨는지요? 녹내장으로 고통을 받고 계시는 눈은 이후 더 악화가 되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8월 14일, 노중선 선생님과 김호현 선배님과 함께 노수희 의장님 면회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넣어주신 <접견민원서신>은 그 뒤 16일에 잘 받아보았습니다. 받아본 즉시 답신을 열려야 하는데 차일피일 늦어지게 된 점을 되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노수희 의장님 귀환과 함께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체포와 구속, 이후 뜻하지 않게 저의 질병으로 인해 국가인권위원회 긴급 구제 신청, 기자회견, 서울구치소 앞 집회와 교도소측 항의방문, 심문기일(공판) 방청 등 늘 함께 해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뿐만 아니라 범민련에 관한 일이라면 범민련이 부당한 탄압을 받는 곳이라면 언제나 맨 앞자리를 지켜주시는 명예회장님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주 8월 17일(금), 서울지법 320호 법정에서 회장님께서 맨 앞자리에 앉아 계시는 것을 뵈었습니다. 저는 그날 법정에 들어서기 전까지 그렇게 여러 선배닐들과 동지들이 와 계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영장 실질 심사나 구속적부심때처럼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 이렇게 나와서 하는 심문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많이 와 계신 것을 보고 깜작 놀라고 또 조금 당황하기까지 했습니다. 7월 5일 이후 거의 하날 보름만에 처음뵙는 자리였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7월 13일, 검찰 송치이후 8월 9일, 기소가 되기까지 30일 동안 아무하고도 만나지도 못한 채 그렇게 독방에서 무더위와 병마와 공안당국의 비인간적인 처사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했기에 우리 통일운동원로 선생님들과 동지들이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그날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 울컥하는 바람에 미리 준비해 둔 이야기도 다 못하고 그렇게 쫓기듯 돌아나와야 했습니다. 너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명예회장님을 비롯하여 원로선셍님들께는 제가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자식이 부모앞에 아픈 몸을 하고 앉아 있는 것보다 더 큰 불효가 없듯이, 젊은 제가 몸 관리를 잘못하여 그렇게 선생님들 마음을 안타깝게 해 드렸으니 이보다 더 큰 잘못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실 그날 법정에 섰을 때도 젊은 일꾼이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몸이, 건강이 위중하니 병보석을 허가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정말 면목이 없고 송구스러웠습니다.  제가 그런 선생님들께 용서를 구하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빨리 수술과 치료로 병을 완치하고, 하루라도 빨리 범민련에 다시 복귀해서 활동하는 것이라도 생각합니다.

제가 보관하고 있는 옛날 제 소중한 물건들 중에서는 15년전 대구교도소에서 명예회장니께 쓴 편지 초안이 있습니다.
25살 학생이었던 그때, 대구교도소에 계시던 비전향장기수인 홍명기 선생님, 오형식 선생님 두 분께 영양식으로 <전지분유>를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며 당시 정명기 학생, 조용병 학생과 함께 10여일 넘게 단식투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한 투쟁소식을 알리기 위해 명예회장니께 편지를 쓴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명예회장님하고의 인영은 그 때가 처음이었지만, 명예회장님을 처음 뵌 것은 그 뒤 한참 지라 2008년도 범민련 일을 하기 시작하고서 부터입니다. 그 때 25살의 그 학생이 15년이 지나 다시 감옥에서 명예회장님께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예회장님께서 건강하셔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아무쪼록 명예회장님께서 엎으로도 민가협양심수후원회를 위해서 범민련을 위해사, 우리 민족이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오래오래 우리들 곁에 같이 계셔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제가 가진 재주나 능력에 비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기대와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제가 부족하다는 것 알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작은 일이라도 범민련에 도움이 되고 통일운동에 보탬이 된다면 부족한 제게 그것도 보림아고 기쁨이라 여기고 여기 감옥생활도 성실히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출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도 물러가고 수확의 계절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 5년의 성과들을 잘 모아서 올 12월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2012.8.21. 서울구치소에서
범민련남측본부 사무처장 원진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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