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 비전향장기수 박순애 선생 병실을 찾아

2011.09.16 15:31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4052

“설에는 집에서 세배 받으세요”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10일 양심수후원회 회원들이 박순애 선생을 찾았다.
박순애 선생은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비전향장기수 박선애 선생의 동생으로 현재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의 한 병실에 누워있다. 병실로 들어가기 전 면회자들은 비닐로 된 앞치마와 장갑을 착용해야한다. 중환자실을 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격리 병동으로 균에 대한 위험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때문에 비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1인실을 써야만 한다고.


▲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10일 양심수후원회 회원들이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 누워있는 박순애 선생을 찾았다. 왼쪽이 모성용 부회장.



4202호, 이날 병실에는 간병인과 선생 둘이 있다. 딸인 고희선 씨는 직장 일을 하는데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실에 자주 올 수 없다고 한다. “자 알아보시겠어요?”라는 양심수후원회 모성용 부회장의 말에 잠시 알아보지 못하는 듯하다가 “권오헌 선생님이 안부 전해달래요, 권오헌 선생님 아시죠?” 하는 말에 당장 박순애 선생은 눈물을 글썽인다. 모 부회장은 급히 “어서 직접 문병오시라고 전할께요” 한다. 말씀도 거의 하지 못하고 팔 다리도 마비로 거의 움직이지 못하지만 선생은 병상에서도 옛날 함께 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박순애 선생은 언니 박선애와 빨치산 활동을 하다 붙잡히면서 포로수용소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데다 수감 과정에서 폐결핵·위장관 출혈 등의 병을 얻어 결핵성 복막염으로 지난 12월 7일 입원을 했다. 언제나 함께했던 언니이자 동지였던 박선애 선생이 지난해 9월 저 세상으로 떠나고 난 뒤 기운을 잃었던 탓일까? 워낙에 입원하기 전부터도 심장이 좋지 않았고 척추도 좋지 않아 회복이 더뎠던 선생은 계속 중환자실에 있다가 20여일 전에야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입원 직후 심폐소생술이 있었는데 좀 늦어 정신이 아주 맑으신 상태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 등은 모두 알아들으신다. 때문에 간병인은 선생의 병세에 대해 “아직 기력이 없으셔서 그렇지 기력만 회복하면 퇴원할 수 있다”고 말하며 선생에게 힘을 준다. 그러나 아직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어서 매일 밤마다 세 번은 일어나서 가래를 제거해줘야 한다. 사흘 전까지는 코로 식사를 하다가 복부로 호스를 연결했으나 일행이 방문하기 하루 전엔 장 마비가 와 금식을 하고 있다. 선생은 운동을 위해 휠체어에 앉아보기도 했지만 거의 앉아있지는 못하는 상태란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일반병실로 옮겨지면서 사람들의 체온을 느끼고 사람들의 방문에 힘을 얻으면서 조금씩 회복이 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샤워 후 간병인이 거울을 갖다 주며 “예쁘냐”고 한 질문에 “예쁘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고.

또한 선생이 예전부터 언니와 함께 불렀다는 ‘푸른 하늘 은하수’, ‘뒷동산에 할미꽃’ 노래를 좋아하는데 수일 전에 찾아온 인사들이 선생이 좋아하는 노래들과 함께 투쟁가를 불러드렸더니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늘 무표정으로 계시지만 간병인이 느낄 수 있도록 웃으셨다고.

문병을 온 양심수후원회 회원들도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이 빨개지시고 가래가 끌었는데... 가래가 전보다 많이 줄었다. 혈색도 좋고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다”고 했다. 늘 깔끔하고 말씀이 없고 얌전했던 선생의 성품은 병원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이쁜이 할머니”라는 별명도 갖고 계셨다.
 

갑자기 간병인이 산소를 넣어드리는 처치를 한다. 산소를 공급하는 콧줄을 떼냈지만 아직 숨이 가쁜 선생을 위해 가끔씩 산소 처치를 해야 한다고. 선생이 일반병실로 나오시고 처음으로 하신 말씀도 손을 가슴으로 옮기려고 안간힘을 쓰며 “가슴이 답답해”라고 한다. 심장병에 결핵성 복막염의 합병증 등으로 몸이 고되기도 하지만 선생이 정말 답답한 것은 비전향장기수인 언니 박선애와 형부 윤희보 선생, 그리고 언니의 딸이자 자신의 딸인 고희선, 그리고 박순애 선생 자신의 비극적 삶을 만든 분단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모성용 부회장이 “얼른 쾌차하시고 설날에는 집에서 세배 받으세요” 한다. 양심수후원회 회원들은 선생이 어서 쾌차해 옛 동지들과 함께 행복했던 기억들을 추억하며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부를 수 있길 바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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