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867명 양심수들은 누구인가

2012.01.24 12:21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696

ㆍ양심적 병역거부·희망버스·용산참사 등 양심에 따른 행동으로 수감

12월 26일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51)이 구속수감됐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등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징역 1년의 원심을 확정받은 지 4일 만이다.

성탄절 다음날 아침,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정 전 의원의 환송회를 나온 시민들이다. 1시간여 진행된 환송회에 참석한 2500여명의 시민들은 ‘사람은 가둘 수 있어도 진실은 구속되지 않습니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정 전 의원이 ‘양심수’라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통합당 ‘정봉주 구명위원회’ 대변인인 안민석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에서 정 전 의원을 양심수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는 “11월 말 ‘나는 꼼수다’의 외신기자단 대상 기자회견에서 동아시아지역 조사관이 직접 정 전 의원을 만나는 등 정 전 의원 일을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정치·종교적 신념, 사회·경제적 지위 등의 이유로 투옥되거나 신체적 자유가 제한된 이들’을 양심수로 규정한다. 그동안에는 주로 국가보안법 위반자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민주화실천협의회 양심수후원회는 ‘자주·민주·통일운동을 하다가 부당하게 구속된 사람’도 양심수로 부른다. 양심수의 범위가 본인의 신념에 따른 사회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사람들을 칭하는 표현으로 넓어진 것이다.

병역거부자 811명, 노동운동 27명

정봉주 전 의원이 ‘양심수’로 선정되면 868번째 양심수가 되는 셈이다. 양심수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여호와의 증인은 주기적으로 자신들이 후원하는 양심수 숫자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정 전 의원에 앞서 옥에 갇힌 양심수 숫자는 현재까지 총 867명에 이른다.

양심수 중에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은 811명에 달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다. 811명 중 804명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이들은 전쟁과 폭력을 금하는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뒤 1년6개월간 옥살이를 한다. 강의석씨(25) 등 7명은 평화주의 등 비종교적인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한 채 감옥행을 택했다.

노동운동 관련자들은 현재 27명이 옥에 갇혀 있다. ‘희망버스’ 기획자인 송경동 시인(44)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실장(43)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야간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4개월간 수배생활을 했다. 11월 10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노사합의로 크레인에서 내려온 이후 두 사람은 부산 영도경찰서에 자진 출두했다. 이후 두 사람은 부산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0.68평도 제겐 너무 넓고 큽니다.” 송 시인은 지난 12월 13일 구속노동자후원회에 편지를 썼다. “늘 집에서 편하게 받아보던 구속노동자후원회 소식지를 부산구치소 독방에서 받아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소식지를 평소 갇히지 않은 몸이라고 함부로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도 합니다.”

송 시인은 편지에서 “이 사회 전체가 자본의 무한 이윤을 위해 모든 이들의 삶이 제도화되고, 규격화되고, 기계화되는 감옥입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부터 풀려나, 아니 탈출해서 좀 더 자유로운 몸과 영혼들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송 시인은 구치소에 들어온 이후 용산참사 당시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충연씨의 편지를 받았다. 이 위원장 역시 양심수다. 2009년 1월 구속된 이 위원장은 2010년 11월 11일 대법원에서 징역 5년4월 확정판결을 받고 현재 안양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교도소 안에서 치료 기회 놓치는 일도


이 위원장의 아버지 이상림씨는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진압과정에서 불에 타 사망한 철거민 5명 중 한 명이다. 검찰은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을 사망케 한 화재의 원인은 농성자들의 화염병이라고 발표했다. 법원도 검찰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였다. 송 시인은 편지에서 “이 위원장이 ‘아버지를 불태워 죽인 자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쓰고 3년째 갇혀 지내고 있어서 가슴이 한편 서늘했다가, 한편 뜨거운 분노가 일었습니다”라고 썼다.

용산참사 대법원 판결이 나던 즈음인 2010년 12월 7일 이충연 위원장도 편지를 썼다. 이 위원장은 편지에서 “부자 나라들의 회의가 열리던 날(G20 정상회담) 용산 철거민들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권력과 자본에 의해 진실은 덮였고 법원은 힘 없는 약자에겐 공평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썼다. 이 위원장의 부인인 정영신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송 시인이 기획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 영도조선소를 찾기도 했다.



희망버스·용산참사 관련자들은 비교적 행복한 편일 수도 있다. 이들은 약간이나마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사연을 조금이나마 알렸다. 반면 지난 6~12월 사이에 14명이 구속된 유성기업 파업 관련자들은 언론의 시선을 끌지 못한 채 옥에 갇혀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회사의 야간근무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24시간 동안 2조 2교대제를 시행하던 것을 없애고, 밤 12시까지만 근무하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파업 직후인 5월 18일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공권력이 즉각 투입됐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소속 최희찬씨는 파업 도중 경찰과의 몸싸움에서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6월 22일 경찰이 살수차까지 동원하고 노조원들의 집회를 강제해산하던 과정에서였다. 최씨는 왼쪽에 깁스를 한 채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지만, 법원은 8일 만에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최씨는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최씨는 12월 2일 구속노동자후원회에 보낸 편지를 통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이런저런 이유로 재활을 시켜줄 수 없다는 교도소 측의 입장으로 아직까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진통제와 소염제에 의지해 수감생활을 하고 있자니 속이 많이 상합니다”라고 썼다. 면회, 편지 등으로 최씨와 꾸준히 접촉해온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처장(43)은 “외부 병원에 나가 치료를 해야 하는데 대전교도소 측에서 정확한 절차를 잘 알려주지 않고 있다. ‘암 환자처럼 당신보다 심각한 환자가 많은데 뭘 그러느냐’며 환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6년 넘게 양심수들에게 겨울용품 등을 후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면회를 가거나 편지를 쓰면 법정에서 기죽지 말고 당당하시라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밖에서 많은 지인들이 당신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힘을 주려 합니다.” 그는 단 한 명의 양심수라도 남아 있는 한 면회와 후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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