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전길수, 유윤종님의 편지

2012.06.12 14:24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397

[양심수] 전길수, 유윤종님의 편지

양심수후원회분들께
보내주시는 후원, 감사하게 받고 있습니다.
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1년 6월의 형을 받고 수감중인 전길수입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영화 한편을 보여주는데, 저번에는 한국전쟁 중 치열하고 희생도 많았던 고지싸움을 다룬 <고지전>을 보았습니다. 국군과 인민군이 애록 고지를 뺏고 뺏기는 싸움을 반복합니다. 곁을 지키던 전우들이 하나둘씩 죽어가고, 살아남은 자들도 내일을 기약하기 힘듭니다. '우리는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싸우고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눈앞에 나를 죽이고자 하는 적군이 있지만, 그들도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꿈이 있는, 저와 같은 사람입니다. 죽음도 두려워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말이죠.


그러나 국가의 부름은, 군의 명령은 저에게 북조선 인민들에게, 이라크 민중에게, 총을 겨누라고 합니다.80년은 광주에서, 2006년은 대추리에서, 지금은 강정마을에서 그러합니다. 파업 현장에서 철거 현장에서 언제나 자본과 권력을 위해 공권력이 사용되고 있는데 군대가 민중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저는 입영을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교도소보다 열악하다는 구치소지만, 밥도 맛있고, 신문과 방송으로 심심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그간 감옥 안팎에서 인권을 위해 싸워온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모습일 수 있도록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살겠습니다.

2012년 6월 7일 전길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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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분들에게
병역거부자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가 약 1달째인데,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에서 넣어주신 영치금과 소식지들을 접하니 제가 이른바 '양심수'라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어쩐지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지만, 전 세계에서 이 땅에서 흔한 게 양심수이지요. 양심수가 흔하다는 것은 너무 암울한 우리의 현실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 영치금 후원과 소식지, 관심을 감사드립니다.

<현재 구속중인 양심수>에서, 제 소속은 두세가지 있습니다만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로 해주십시요. 구속날짜는 2012. 4. 30.일고 형량은 1년 6월, 기결수입니다. 정보를 따로 업디 못하셔서 안 쓰신 듯해서 적습니다. 물론 번거로우시거나 쓰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으시다면 안 써주셔도 됩니다.

감옥 안에서도, 해 오던 청소년 운동이나 병역거부자로서 평화운동에 도움될 것이 뭐 없을까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잉여롭고 심심한 감옥 생활이 갑갑해서 더 그런 생각이나 하는 것도 같지만요. 병역거부자인 홍원석, 전길수도 몇년간 알고 지낸 친구들인데, 다들 민가협양심수후원회의 도움을 받고 있겠죠? 더 이상 양심수들이 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요즈음 감옥에 만화책 반입이 안되는 데 대해 인권위 진정을 내볼까, 고민중입니다. 다시 한번 연대와 후원에 감사드리며 인사 올립니다.


2012년 6월 7일 유윤종(공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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