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김경용님의 편지

2017.06.19 15:29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413

오랜만에 비가 내렸습니다.
긴 가뭄이 해갈되기에는 모자랐지만 목말라하던 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셔준 단비였습니다.
텃밭을 일구는 저에게는 반가움이 두 배로 다가왔지요.
아침 점검이 끝나면 저는 주섬주섬 짐을 챙깁니다.
2L들이 물통 12개, 하루 동안 모은 잔반 등을 의류대 가방 2개에 꾸역꾸역 밀어넣습니다.
저의 작은 텃밭에 가기 위한 짐들이지요.
올봄 독거운동장 한 모퉁이에 상추, 들깨, 겨자채, 케일, 방울토마토 등을 심고 가꾸며 ‘키우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저는 황무지를 개간하는 ‘인간굴삭기’가 되어 땀 깨나 흘렸고 채소들은 싱그러운 푸르름을 선물로 주었지요. 항소심도 막바지이고 상고하면 다른 곳으로 이감 갈 텐데 텃밭의 친구들이 눈에 밟혀 어떻게 발길을 뗄 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곡식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 했는데...

독거운동장을 이 곳 수용자들은 피자판이라고 부릅니다.
(아래의 사진을 참조하세요)
작년만 해도 이곳(서울구치소 A관구 독거운동장)은 사람도 많지 않았고 한상균 위원장님과 지영철 동지가 있어 든든한 구석이 있었지요.
지난 겨울 두 분이 춘천으로 이감가시고 혼자 남은 저는 지금 <나대블츠> 국정농단 세력들에게 포위되어 있습니다.
문체부 차관, 삼성 부회장, 전 국가대표 펜싱선수, 이대 비리교수, 대우조선 해양사장 등....
다른 곳은 몰라도 15척 담장 안에서만은 오랜 세월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주류였는데 말입니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저들은 앞으로도 계속 정예요원들을 선발하여 이곳으로 투입한다더군요.
우리의 시대는 이렇게 저물어 가는가 봅니다.
이제 그만 가자고 저 멀리서 기적 소리가 들립니다.

The Last Train
오장환(1918~?)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쓰는 차표와 함께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독거운동장 -사진참고


*지면으로나마 한상균 위원장님과 지영철 동지에게 인사 전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2017. 6. 11
김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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