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정경학님의 편지

2015.09.25 21:06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706

정경학님의 편지

 

안녕하십니까?

추석을 맞으며 먼 길을 다녀가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어쩔 수 없는 면회규정 때문에 직접 뵈올 수 없었던 분들께도 추석인사를 드립니다.

반동의 계절에 반동의 담벽을 넘어 불러주신 정의와 진보의 드센 바람은 추석의 명절기운에 비할 수 없는 뜨거운 열정과 용기를 남겨 놓았습니다. 특히 연세 높으신 노투사들이 수십년전에 시작하셨던 그 길을 오늘도 걸으셔야만 하는, 변하지 않은 사회정치적 환경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계기이기도 하였습니다.

올해의 추석은 유구한 민족의 전통과 미풍양속을 즐기는 것보다 권력과 자본이 빚어내는 온갖 사회악의 고통과 분노를 더 크게 감당해야 할 추석인가 봅니다.

자본의 최대이윤을 향한 탐욕스런 기관차는 정치권력이 놓아주는 살인의 침목위를 거침없이 달리고 떳떳한 노동의 주인으로 살려는 근로대중을 세상의 저편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는 강제되어도 쌓여가는 자본금을 향한 이윤피크제는 없습니다.

대본없는 정치배우들과 영혼없는 언론들의 생존놀음으로 민족분단의 장벽은 높아만지고 있습니다. 끝없이 들려오는 살인과 자살, 인권탄압과 양심학살 소식들은 온 사회를 지옥의 막장이라고 웅변해주고 있습니다.

해방 70년의 돌기를 채웠지만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친일청산의 사회정치적 적대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군국주의가 재생된 일본에 빌붙어 연명하는 신친일의 정치시대가 열린 현실을 어찌 평가해야 할까요?

남북연석회의 때 김구선생님께서 남쪽의 일이 잘 안되면 자신이 북에 들어올테니 그때에 과수원이나 하나 달라시며 농담반 진담반의 얘기를 남기시며 우려하셨던 상황이 오늘의 현실을 만든 뿌리가 되었습니다.

강한 자에 빌붙어서 돼지처럼 살아도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극단의 비인간적 지배자들이 오늘날의 반동정치 비인간적 사회윤리를 확장시켜온 주범들이고 그 주범들의 주범은 지배와 이득의 최대수혜자-미국입니다. 그 주종관계는 자본과 군사작전권으로 연결되어 지탱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반공과 유신 놀음으로, 분단의 장벽을 쌓고 정의와 진보를 가로막았으며 인권과 양심, 이성과 도덕이 말살된 파쇼독재를 이어 왔습니다. 오늘의 현실과 그 근원을 생각하고 세상을 진보케 할 대중적 진출을 상상해볼 때면 의례히 인간다움의 향기가 넘치는 동지들이 그립고 진심으로 하나가 된 운명공동체가 그립습니다. 도덕과 양심의 실천을 법보다 중시하고 타인과 집단에 피해를 주는 것을 최대의 수치로 여기는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그 누가 싫어할 수 있습니까! 하지만 개인적 탐욕만 알고 장려하는 사람들은 그런 정치, 그런 사회제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사회의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그들의 생존조건이 되고, 그래서 칠레와 쿠바 전복에, 베네수엘라 쿠테타에 막대한 돈과 무력을 동원하였고, 베트남전쟁을 벌였습니다. 용도를 극비에 부쳐야 하는 국정원의 예산이 그렇게 쓰이는 것처럼!

인간다움의 인생관이 돈이나 법으로가 아니라 양심과 도덕으로 지켜지는 사회의 정치경제제도를 허물어 보려고 그들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편으로는 고상한 인격과 깨끗한 정신윤리의 사회를 저들만의 역겨운 동물적 가치관으로 왜곡하여 진리인양 퍼뜨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매혹되면 더러운 저들의 본낯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그 실상이 알려지는 것이 얼마나 두려우면 유엔조차 거부한 보안법을 아직도 활용하고 있겠습니까!

추석때가 되면 서민약탈로 부귀영화를 누리던 양반통치배들의 후손들과 친일·친미 매국노, 그 하수인들의 후손들은 떵떵거리며 추호의 부끄럼도 없이 온 산하에 설쳐대는데 항일과 통일의 민족선열들의 후손들은 가셔지지 않은 원한과 슬픔으로 피눈물을 삼킴니다.

숱한 혁명투사들과 통일열사들은 무덤조차 없이 역사에 매장당하고 영웅적인 장기수들은 고향을 그리며 노년기를 보내고 계십니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고향을 버리고, 저만 살겠다고 도주한 친일파와 민족반역자, 반동지주들과 그 후손들의 이산가족상봉을 떠들며 통일쇼를 벌이고 인권놀음을 펼칩니다.

수천만 온 겨레의 분단고통과 통일소원은 외면한 채 저들의 생존에 화장품처럼 이용합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이산가족을 만들어내려고 온갖 비인간적 모략소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실천속에서 직접 체험한 사람의 실제적 느낌과 추억은 지우거나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실천으로 소중한 것을 깨달은 사람만이 그것을 지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습니다. 옳은 것, 미래를 대표하는 정의로운 것을 지키는 것은 인간의 작은 심장이 천겹만겹의 성새를 쌓는 하나의 쪽벽돌이 될지언정 주저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본능이고 참인간의 정치적 운명입니다.

우리의 후대들이 우리 선대들을 추억하며 추석을 맞을 때 자랑스럽고 떳떳한 존재감을 갖게 하려면 이름이 없고 재물이 없어도 사랑과 존경이 기다리는 길, 동지애의 길, 운명공동체의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러면 악자들의 단결이 굳어지고 세상을 호령하는 정의의 힘으로 일떠설 것입니다.

오늘의 종착점이 내일의 시작점과 일치되도록 역사에서 배운 인간의 정도를 곧바르게 걸어갈 수 있는 신념과 힘을 다져갈 것입니다.

계기때마다 면회오시던 박창숙동지께 마음속 면회인사 드립니다.

자주와 통일에 한몸 바치신 혁명선열들을 추모하면서.

 

대구에서 경학 올립니다.

2015.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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