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정경학님의 편지

2015.12.22 13:43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627

안녕하십니까?

 

겨울추위가 시작되었는데 연로하신 통일혁명가 동지들과 명예회장 선생님, 그리고 차디찬 사회적 겨울에 정의의 뜨거움으로 맞서 싸우시는 후원회 일꾼들과 모든 회원 분들 건강하십니까?

양심수후원회 동지들과 함께 해온 저의 아홉 번째 해가 저물어 갑니다. 최근에 다녀가신 도상록, 이정태 동지들을 비롯한 고마운 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진 한해였습니다. 후원회 덕분에 감옥안의 삶이 옛이야기가 될 그 날을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는 떳떳하고 변함없는 마음가짐을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권오헌 선생님과 안병길 회장님의 논리정연하고 비타협적 원칙성이 강한 글들은 투쟁의 신념과 의지를 키우는 귀중한 정신 도덕적 양식이 되었습니다. 중병으로 고생하면서도 금강석처럼 강한 심장을 지니고 투쟁을 이어가시는 강영준 동지의 모습은 참으로 소리높이 자랑하고 위해주고 싶은 정의로운 인간의 고귀한 상징이었습니다. 채만수 선생님과 권정기 소장 동지를 비롯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님들의 정세분석 글들은 노동계급의 투쟁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사람들에게 과학적인 세계관과 희망의 진로를 깨우쳐주는 시대정신의 보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계급적입장이 모호하고 논리성마저 상실한 미사구려 주장들을 내놓고 진보와 계급투쟁의 향방을 휘저어놓을 때 오직 노동사회과학연구소의 글들만이 진정한 인간해방·노동해방의 진리를 담아주었습니다. 물론 노동당을 비롯한 여러 정치·사회단체들이 사회의 정의로운 발전과 진보를 위해 싸우고 있지만 그들의 강령과 활동처럼 그리고 조직운영방식은 계급적 사명을 실현하기 위한 사상·조직적 근본원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듯 싶습니다.

지난 한 해는 21세기의 세계 면전에서 시대의 진보가 난도질당하고 파쇼와 반동의 과거가 현실로 되돌아온 수치스럽고 통탄스러운 1년이었습니다.

정통성과 합법성을 지녔다고 하는 국가권력이 진보와 민주주의, 자유와 인권을 무참하게 박살내고 독선과 무능으로 온갖 사회적 불행과 고통을 조장, 확대하는 것을 보면서 정권의 정당성은 정책의 계급적 본질과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결코 민주주의적 절차나 헌법적 적법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한 해였습니다.

또한 정상적인 육신과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권력욕에 빠지면 얼마나 추악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매일같이 목격해야 했던 한 해였습니다. 특히 자신을 민주투사로 자처하는 민주주의의 사생아들이 권력에 빌붙어 자기생태의 정치적 요람이었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동질에 개처럼 설쳐대는 모습들은 그야말로 막장드라마 같은 현실의 꼴불견이었습니다. 글로 돈벌이하는 사람들이 창안하여 퍼뜨린 무의식의 죄란 현실에 없습니다. 있다면 나를 위해서라면 살인해도 무방하다는 식의 간접고의의 범죄 심리일 뿐입니다. 즉 무성찰의 죄, 비양심의 죄인 것입니다! 명령에 따르고 환경에 지배되어 어쩔 수 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오늘의 반동부활시대를 연 독재의 충신들이 징벌을 모면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해방직후의 친일역적들이, 유신시대의 고문과 사건조작 요원들이, 80년대의 광주학살의 원흉들이 그렇게 용서되었습니다. 하기야 변함없는 반동국가의 본질상 권력의 중추를 맞고 이루고 지키는 법조계의 하수인들이 반동적 충신들을 무죄용서해 주는 것은 동병상련의 필연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합법적 죄인들이 무죄로 재심판결되었지만 그 때의 가해죄인들은 누구하나 징벌받거나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악인들을 용서하는 자는 똑같은 악인이거나 아니면 그 악인에게서 개인적 이득을 얻으려는 야심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선량한 사람이 정의와 윤리를 위해 악인을 용서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비과학적 환상입니다.

일부 진보적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책동을 북의 국정교과서에 빗대어 비판하는 것은 스스로 허울만 진보임을 드러내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자연의 운동과 달리 인간의 사회적 운동은 목적지향적이고 계급적 성격을 가집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주체의 계급적 정체와 목적, 그리고 국정화된 역사교과서에 의해 왜곡된 역사의 본질적 성격을 따져보지도 않고 국정화하려는 수단과 제도만으로 동일하게 판단하는 것은 바지 입은 여자는 모두 남자라고 칭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논리적 무지와 비이성적 주장 때문에 종북세력이라는, “진보세력에 의한 진보세력 희생양이 생겨난 것 아닙니까?

여기에는 노동계급의 국가경영과 프로레타리아 독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계급적 구별이 없이 만민공동의 동일한 지향과 요구, 그에 따른 민주주의와 정치제도 그리고 만민평등과 법이란 있어본 적도, 있을 수도 없습니다. 노동계급의 국가는 대내외적 전복세력들의 책동으로부터 약자중심의 제도와 질서를 수호해야 합니다. 미제를 우두머리로 하는 착취계급의 국가들 그리고 그에 추종하여 생존을 유지하는 하수인들이 노동계급의 국가를 해체하려고 얼마나 많은 사상 심리적 물질 문화적 공세를 펼칩니까? 국정원을 주축으로 하는 국내 반동들과 언론들이 비밀공작들과 전단살포, 정보조작과 뉴스왜곡들에는 얼마나 많은 돈이 쓰이는지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상 심리적, 군사 경제적 파괴책동과 봉쇄작전들에서 노동계급의 국가는 자본주의의 기만적인 민주주의자유” “인권타령에 혼을 뺏기면 안 되며 오히려 그런 요소들을 무자비하게 징벌하여야 합니다. 왜냐면 부르조아적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는 노동계급적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는 본질상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정의와 자유, 인권문제의 본질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지배와 억압, 착취와 약탈에서 비롯되는 계급적 적대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부르조아 독재는 그 계급적 본질을 숨기려고 법의 만민평등을 궤변으로 논리화하고 온갖 위선과 기만적인 요술을 부립니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광범한 대중의 민주주의를 죽이고 선거 한 번으로 민주주의 정책이 실천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인권은 사회정치적 지위와 물질 문화적 생활을 비롯하여 인간이 사회생활 전반에서 보장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 인권에 가장 결정적이고 포괄적인 영향을 주는 기초적인 조건은 바로 생산관계의 계급적 성격입니다. 경제제도와 질서 그리고 그에 지배되는 국가권력의 계급적 성격을 떠나서 인권문제를 논한다면 그것은 인권보장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 위선과 기만의 진통제를 논하는 것일 뿐입니다. 사회전체를 지배하는 착취적 경제제도를 그대로 두고 과연 갑과 을의 관계, 불평등한 인권, 삶의 양극화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 비인간적 생산관계-시장경제제도 때문에 공동체와 개인의 모든 것 심지어 인권까지도 돈에 팔리고 돈에 지배되는 현실이 빚어진 것 아닙니까! 돈을 위해 혈육의 정, 윤리도덕도 위선적 수단이 되었고 사람보다 돈주머니가 인사받고 치료받는 세상이 될 정도로 정치 사회관계의 모든 것이 시장화 되었습니다. 재물에 대한 탐욕과 경쟁이 재물우상화·만능화의 결과물로 나타나고 인권문제 역시 재물로 해결한다고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돈에 팔려 다니고, 돈 때문에 상실당하는 인격과 존엄, 윤리와 도덕을 돈으로 빚 갚듯이 제자리에 돌려 세울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일체화되어 작동하는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의 경제제도를 인간에 의한 지배와 착취가 없는 생산관계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야 돈으로 매관매직하고, 돈으로 인간을 사고파는 인신매매도, 돈 때문에 만드는 막장드라마나 색정적인 문화예술도 없앨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돈 때문에 반동적 착취계급의 인권타령까지 모방하고 합창하는 머슴근성의 인간추물들도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인권문제는 근로하는 민중의 사회주의제도를 공격하고 와해하려고 제국주의자들이 온갖 현실부정과 왜곡·과장의 수법으로 떠들어 온 더러운 수단일 뿐입니다. 그들이 떠드는 인권실태가 사실이라면 왜 국가보안법을 휘둘러야 하고 왜 방문자의 사실 강연도 범죄화 합니까? 인간의 본질과 속성, 인간다움의 개념과 정의, 훌륭한 인간의 자질과 삶의 원칙 등 인간에 대한 진리를 깨우친 사람·사회이어야 올바른 인권만이 가능합니다.

인간을 모르는 인간, 노동을 숭배하지 않는 파렴치한 자본가들, 인간을 돈의 속물로만 보면서 도서번역까지 왜곡하는 시장경제의 저열한 주인공들이 어떻게 인권다운 인권을 주장하겠습니까? 결국 반동적 착취계급의 국가와 그 하수인들이 떠들어대는 인권자유민주주의타령에 한 목소리가 되어 동조한다면 그것은 약자들을 죽이고 강자들의 죄행을 화사하게 분칠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생사의 판가리 싸움에 나선 민주노총의 수십만 인격을 무시하고 종교시설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해 정의로움의 상징인 민중의 투사를 적법성운운하며 폭력집단에 넘겨주는 부처님의 숭배자들을 보십시오! 과연 어느 것이 정의이고 양심이며 적법한 것인지를 갈라보지 못해서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자기의 것만 지키려는 절대적인 욕구가 그 어떤 수치와 비난도 이겨낼 정도로 강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부당한 노동개혁법과 국정교과서 정책을 반대하고 노동계급과 민중의 요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끝까지 함께 했더라면 사찰을 군화발에 짓밟혔어도 부처님과 스님들, 신도들의 신성함은 더욱 빛을 냈을 것입니다. 과연 무엇을 중재하고 화해했습니까?

2016년에는 역사발전의 진리, 민중중심의 사회진보원리를 응용하여 인간세상의 속살을 깨우치고 무장한 반동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원칙적 단결, 동지적 단결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목표가 하나라면 서로 다른 곳, 서로 다른 길로 다가와도 결국은 한길에 들어 설 것입니다. 온갖 무계급적이고 비원칙적이며 조합주의적인 주장과 태도들에 비타협적인 응징을 가하고 다수결의 민주주의보다도 진리와 정의, 원칙과 실천을 우선하는 강철같은 판결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개념과 새것-정의와 진리의 개념은 너무도 다른 성격을 띠기 때문입니다. 운동의 조직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그 조직 자체의 사명에 기초한 규율과 원칙이 지배하여야 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전진을 갈구하는 모든 동지들의 새해 소망이라 생각합니다.

대구에서 고생하시는 노수희 선생님과 김덕용, 이상호 동지들께도 새해 설 인사를 드립니다. 이상호 동지는 때때로 일어서서 허리쉼도 하셔야지 앉아서 글만 쓰시면 다리가 휠 수 있습니다. ..

                                                                                                                               대구에서 경학 올립니다.

                                                                                                                                                                201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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