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김경묵님의 편지

2015.04.07 17:10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951

김경묵님의 편지

 

안녕하세요?

후원회소식지와 후원영치금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남부구치소에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 중인 김경묵입니다. 사회에 있을 때 영화 연출을 하며 살아오다 이곳에 들어와 양심수후원회와 같은 소식지를 보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가 여러분과 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모르고 지내던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소식지에 실린 이재성님의 근황을 보며 저의 요즘 상황과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어 안타까우면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이 됐습니다. 지난 37<한겨레>신문의 토요판 커버스토리에서 저의 병역거부 과정을 취재한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기사제목 : ‘병역거부자 김경묵, 재판에서 감옥까지) 그 이후 저는 구치소에서 조사를 받았고, 기사의 내용 중 본 교정시설의 내부묘사 및 재소자와의 생활을 기록한 부분이 보도되었기에 구치소의 안정과 질서를 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신검열 및 접견시 교도관 참관행정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310일부터 현재까지 감시대상에 올라와 있습니다.

저는 그 기사의 방향이 애초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감 이후 겪게 되는 고충을 다룬 것으로 교정시설에 대한 문제제기나 고발성 글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커버스토리 기획이 201410월부터 만들어진거라 이곳 교정시설과는 상관없이 (4달간) 취재된 것이다밝혔습니다.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세히는 모르나) 구치소 내에서는 그 보도로 곤욕을 겪은 듯 했고, ‘서신 및 접견 검열처분은 취하될 수 없었습니다.

이 같은 시설에 처음 수용되어 생활 중인 저에게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제소자가 외부 매체에 글을 기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또한 그 기사에 대응하여 구치소측의 이 같은 행정처분이 정당한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애초에 저의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관에서 피해를 보았다 하니 행정처분을 받아들이고 원만하게 지내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틀전 기동순찰반의 표적검방을 받으니 제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동 전체에서 제 방만 이유없이 4명의 CRPT가 모든 서신과 노트를 아주 자세히 읽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또 다른 기사를 쓴 것이 있나 찾는 것인 듯 싶었습니다. 조사 때 제가 더 이상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서신 감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죠. 물론 기사를 쓰지 않았고,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비물품구매신청서’ OMR카드 2장에 글을 썼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를 받았습니다. 마킹을 잘못하여 버려야 하는 OMR카드 뒷면을 활용해 노트한 것을 두고 기물파손이라며 말이죠. 그제서야 전 제가 표적 감시 대상이고, 그들이 원하면 제가 아무런 특이 행동을 하지 않아도 징계처분 내리는 건 일도 아니란 걸 체감했습니다. CRPT검방을 하여 무엇이라도 꼬투리를 잡으려면 전혀 어렵지 않게 억지스러운 징계사유를 만들어낼 수 있겠죠. 3번 경고를 받으면 징벌이 될테니까요. 앞으로 2번이 남았네요.

부당행위이고 직권을 남용한 사례이지만, 저항을 하면 할수록 저에게 가해지는 감시와 처벌의 수위는 높아져 갈테죠. 교정기관의 생리에 대해 여전히 생소한 저는 그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몰래 글을 기고할 생각이 없다 밝혔음에도 계속되는 서신검열, 접견 참관, CRPT 표적 검방 등에 인간적인 모욕과 수치심을 견디기가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집필의 판단 여부 역시 저의 판단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지금은 관의 위협적 제스쳐에 의해 제재당하는 현실입니다.

군사주의 문화에 저항하며 병역거부를 선언했으나, 결국은 그와 같은 문화를 지닌 교정시설에 갇힌 아이러니를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이 시스템안에서 수감자는 절대적 약자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제 수감된 지 2개월이 조금 넘어 곧 교도소로 이감될 예정에 있습니다. 남은 수용생활이 멀기에 이 상황이 더 이상의 큰 갈등 없이 해결되길 바라지만 앞으로 남은 날들이 예상되지는 않네요. 지금은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괴로운 나날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저의 신세 한탄이 되었네요.(지금의 민주주의가 있기까지 장기간 복역을 감수해야 했던 양심수 선배님들 앞에서 부끄럽네요...) 수용생활에 궁금한 것이 많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 <구금시설 교정 관련 법규> 한 부 보내 주시면(이 책이 검열에 걸리지는 않겠죠?!)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그 사이 제가 이감을 가게 되어 책을 받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될 때를 대비해 바깥의 지인 연락처를 남겨둡니다.

지금까지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힘 써 오신 민가협양심수후원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감옥에 수감된 전국의 양심수분들에게도 따뜻한 봄날의 기운이 전해지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2015. 3. 22

남부구치소에서 김경묵 올림

 

 

김경묵님의 편지

 

안녕하세요.(통영으로 이감 온 뒤 서신을 보냅니다.)

322일자에 쓴 서신은 다음날인 23일 오전에 이감을 급히 가게 되어 보내지 못했습니다. 주소지가 서울시 마포구이고, 2급수인 제가 통영구치소까지 오게 된 건 의아하기 그지 없네요. 저와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이 수도권 내에 이감 간 것을 생각하면 이것 역시 일종의 탄압인가 싶습니다. 320일 남부구에서 CRPT표적검방을 받은 날은 서신검열 접견감시처우에 불복하여 인권위 진정을 신청한 때였습니다. 오전에 진정 보고전을 내니 곧이어 몇시간 뒤 제 방만 CRPT검방을 하더니 OMR카드에 낙서를 했다고 경고를 줬죠. 그냥 경고만 한 게 아니라, ‘문제 일으키지 말고 조용조용히 지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나이지?’라는 협박성 멘트와 함께 말이죠. 그들이 원하면 언제든 징계처분을 만들 수 있으니 기사 기고나 인권위 진정 같이 허튼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성 검방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 월요일에 통영구치소로 이감을 오게 되었죠. 이곳에서도 역시나 서신검열과 접견감시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독방생활에 모든 활동(운동, 목욕 등)을 격리된 채 고립된 수감생활중에 있습니다. 울적한 나날이 아닐 수 없네요.

저의 현재 상황과 관련하여 몇가지 의견 및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1) 이같은 차별처우(서신과 접견감시)의 이유는 제가 글을 기고하지 못하도록 함이라고 하는데 이게 정당한 행위인가요? 2) 교정시설로부터 들은 바로는 재소자는 서신을 제외한 (개인일기, 창작물, 기사원고 등의) 모든 집필물은 밖으로 보낼 수 없다고 하네요. 이러한 구금시설 법률을 근거로 저에게 제한처우를 하고 있는데, 이게 사실인지요? 3) 만약 제가 (교정시설에 관한 글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언론에 기고를 한다면, 교정시설에서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있나요? 4) 관에서 지속적으로 부당한 억압을 자행할 경우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수감된 지 이제야 3개월이 되어 가는데 여전히 혼란스럽네요. 그간의 비정상적인 상황들로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낸 날이 없습니다. (저를 포함해) 수감되어 있는 모든 양심수분들게 평안이 함께 하시길...

 

2015. 4. 4

통영구치소에서 김경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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