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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할망 김종환

2014.01.24 21:42

안병길 조회 수:3023

그를 처음 만난 곳은 국회 앞.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예산통과를 반대하며 주민들이 국회 앞에서 100배를 할 때 였다. 100배 끝나고 인사 나누니 강정에서 삼거리 식당을 한다고 했다.

 며칠 뒤 강정에 가기로 생각하고 가면 제일 먼저 삼거리 식당을 찾기로 했다. 세계문화유산인 제주, 평화의 섬에 4.3의 상처와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름다운 제주에 해군기지. 그것도 미해군기지라니 언젠가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강정주민들을 만나니 속히 가고 싶었다.

 작년 2월 처음 강정에 가니 낯설었다. 아는 이 하나 없고, 누구 붙잡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평통사 김종일님과 전화되어 삼거리 식당을 찾아가는데 날도 어둑해져 지나는 사람이 없었다. 미국인 여인 둘이오기에 몸말로 물었더니 친절히 손가락질 해주어 간신히 찾았다. 간판이 달린 가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비닐집으로 짓고 차광막 검게 덮어 놓은 활동가들을 위한 밥집이었다. 김종환님은 그렇게 만든 삼거리 식당에서 많은 수의 밥을 짓고 있었다. 강정포구에서 오른쪽으로 꺽는 데가 삼거리이고, 종환씨는 지금 감옥에 있는 영화감독이요 제주 출신인 양윤모님과 함께 해군기지 공사 전 그걸 막으려 구럼비바위(144km의 큰 너럭바위)에 텐트치고 강아지 중덕이를 데리고 살았다한다.

 양윤모님은 지금 네 번째 구속인데 처음에는 감옥에서 70일을 단식하고 그다음 40, 작년 3월에 면회 갔을 때는 19일째 단식 중.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맘이 아팠다. 낯설은 제주교도소를 찾아가는데 버스 편이 없어 강정에서 공항버스로 호텔에서 내려 택시로 더 가야했다. 접견실에 들어서니 그가 먼저 날 알아보며, “목사님 오셨네요.” 하는데 얼마나 부끄럽고 미안하던지.. 사실 가면서 그의 얼굴이 가물가물했었다. 면회 끝나고 오는 길 맘이 편치 않았다.

 1.13일 다시 강정에 들러 윤모님 면회 가려 강정을 찾았다. 지난 해 보다는 친숙해져 내 고향 같은 마음으로, 사실 고향은 낯설지만 강정은 포근하다. 지난해 풍경은 삼거리 식당 앞에 평택이 고향이라는 들꽃이라는 여인이 아픈 몸을 이끌고 강정마을 구속되었던 활동가들의 인형을 손수 만들어 놓고 보이며 팜플렛으로 강정을 알리고 있었다. 그 인연으로 그 자리 지나던 우리 교우 부부를 만나게 되어 활동가 두어명 데리고 저녁 푸짐하게 먹었다.

공사하는 정문을 귤나무 뿌리로 쌓아놓고 100배해가며 싸웠었는데 올해는 활동가들이 지치기도 해서 더러는 떠났다. 아침 7시 공사정문 앞 100, 11시 문정현 신부님과 카톨릭에서 미사가 거의이고, 활동가들이 아직 남아 지키고 있었다. 구럼비바위는 삼거리 식당에서 6년째 몸으로 살아가는 종환님이 어릴적 부터 살았던 집 앞 마당 같은 곳이고, 끊이지 않고 샘솟는 할망샘이 있어 마을에서 신성시하는 곳이었단다. 또한 된장만 가지고 나아가면 미역은 물론이요, 온갖 바닷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는 천혜의 어장이었다고. 보기만해도 생각만하여도 눈물이나 종환씨를 비롯 마을 주민들은 공사장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도 않고 있었다.

 지난주에는 종환님과 식당에서 3일을 지냈다. 활동가들 중 채식가들이 있다며 오뎅국 대신에 맑은 미역국 끓이고 반찬도 따로 만들어가며 어렵지 않느냐는 내 말에 채식가들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아무 연고 없는데 와서 여린이들 (아가씨들이 많음)이 애쓰고 있다며 안쓰러워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물에 젖어 사는 종환님은 강정의 할망이었다.

 15()에 다시 제주교도소를 찾아 양윤모님을 접견하니 얼굴이 해맑고 깨끗해 보여 얼마나 반갑던지. 22()는 대구로 내려가 대구양심수후원회 한기명 선생님과 원영민 사무국장을 만나 안동교도소에 전 범민련 사무처장 이경원을 만나니 마음 편히 (여전한 충청인. 그는 충남 천안 목천이 고향) 잘 견디고 있었다. 작년 (111)에 대구교도소에 이감온 노수희님은 얼굴에 광이 났다. 마음공부, 이 한 세월 갇혀 도를 이루는데 터득된 모양. 우리교우들에게 잘있다 안부전해라 일렀다. 내일 왕재산 김덕용님 면회하기로 하고 밀양으로 가니 날이 어둑해졌다.

밀양 송전탑이나 제주 강정 똑같은 국가폭력이다. 입으로는 민생 챙긴다 경제다 말하면서 제 나라 국민인 가난한 촌부들의 마음을 둘로 갈라 놓아가며 합의와 설득 없이 박정희가 탱크로 밀어붙여 쿠데타 하듯 그렇게 힘으로 밀어붙이고 회유하고 제주해군기지때도 그랬지만 돈 몇 푼의 보상으로 꼬득여 공사강행 하는 것은 길이 아니다. 밀양에서는 마침 가는 날 마을 이장을 다시 뽑는 날이었다. 송전탑 반대쪽이 우세하게 이겼다며 밀양할매들 신이났다.

송전탑 짓겠다고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서 구덩이 파고 죽여 묻으라고 비명지르며 목을 감고 있던 할매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분들의 움막이 생겼다. 한동안 할매들 추우시니 나무난로 돌려놓고, 처음 지은 움막은 구들을 두껍게 잘해놓아 아침까지 따뜻했다. 밤에 올라가 인사드리고 오늘은 여기서 같이 지내기도 하니 무척 좋아하셨다. 할매들 죽으면 안된다며 분신이나 극단적 행동하실까 노심초사하며 산에 올라 밤을 같이 하는 부산 여인 둘 중 한명은 부산에 있던 노래패(김진아)여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착각이 들 정도로 반가웠다. 산 위 비닐움막에서 역시 부산에서 올라와준 이들 둘과 하룻밤 지내고 나니 여지껏 잠잤던 중 제일 행복한 밤으로 느껴졌다. 산꼭대기 비닐집. 난 야인 체질인가보다.

철탑자리 나무가 베어진 것도 바로 밑에 살던 이가 한전 꾐에 넘어가 오늘은 안 오고 공사 안 한다.’며 주민을 내려가게 하고 자른거라는 설명에 좀 구역질이 날 뻔했다. 참 비열한 공작! 밀양 송전탑 대책위 사무장 이계삼님은 만난지 15년 가량 되었단다. 그가 서울대 다닐 적 만났고 그는 결혼해 고향인 밀양에 내려와 밀양 밀성고에서 선생 노릇하다가 허위교육에 희망이 없음을 알고 너른 마당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아이들과 놀고 있다. 사실 그가 있어 더 밀양에 끌렸고, 양윤모님 면회하고 왔다하니 할매들이 화들짝 반가워한다. 양윤모님이 밀양에 들러 강정싸움의 노하우를 들려주었단다.

 김덕용(왕재산 사건)님 면회 차 다시 대구로 오니 마침 대구양심수원회와 대구지역 장기수 선생님들 통일원로 모시고 설날 전 점심을 드신다기에 함께 했다. 그 자리는 송성진님이 1년 한 번 정도 모시는 자리란다. 열 명이 넘는 선생님들 뵈오니 감격스럽다. 우리보다 먼저 민족통일 내어다 보시고 거기에 삶을 올인한 님들. , 우리는 언제쯤 미제국주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분단을 넘어 통일을 이루며 이념의 벽으로 사람을 편 가르고 나누고 네편, 내편 서로 증오해 가며 살아야 하는 걸까? 속히 역사와 지금에 눈을 떠 이 땅에 민족통일과 세계평화에 한 몫 거드는 우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대의 양심인들 감옥에 가두는 이 야만의 시대 으찌허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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