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현대차 노조는 무엇을 망설이는가

2013.07.25 22:14

조회 수:1878

<참세상/펌>

현대차 노조는 무엇을 망설이는가
[기고] 침묵 또한 살인이다

                                                김석진(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2013.07.22 11:56


▲ 7월20일 현대자동차 공장에 집결한 희망버스 참여단이 진입을 시도하면서 대치를 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에 입사한 해는 1980년이었다. 87년에 민주노조가 들어서기 전에는 회사정문에서 바리깡으로 머리를 잘려봤고, 작업공구를 늦게 가져왔다고 상급자에게 뺨도 맞아보았다. 상급자에게 찍혀 상여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현장구석에 앉아 울기도 했다. 항의하면 짤릴까봐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26년 전에 아직 노동조합이 없을 때 겪었던 일들이다.

26년 전 겪었던 고통을 지금은 방식은 다르지만 사내하청노동자들이 겪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87년 노동자대투쟁은 그저 시대흐름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일인가? 87년은 이 땅의 수많은 선배 노동사회열사들이 자본가 정권에게 살인을 당하면서도 싸운 결과물이 아닌가? 요즘 그나마 정규직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노동3권을 누리며 일하는 것도 선배열사들의 죽음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인가?

근래 현대차 비지회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시작으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업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를 내걸고 함께 싸워야 할 상급단체와 단사 정규직노조의 태도를 보면 민주노조라기보다 노동조합이 없을 때 자본이 만들어놓은 노사협의회 수준과 하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09년에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용인기업노동자 복직연대투쟁을 벌였을 때 일이다. 당시 용인기업노동자들은 대법원으로부터 정규직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미포조선 민주파 3개 현장조직이 나서서 원하청 연대투쟁을 시작했다. 싸움을 시작하면서 연대투쟁에 나선 정규직노동자들의 각오는 첫째, 사내하청노동자 복직투쟁이 전국적인 사안이라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연대투쟁에 나서는 정규직노동자 모두가 해고를 각오하고 싸워야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하루빨리 복직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결의가 모아져 투쟁을 했기에 용인기업 동지들의 4개월만에 정규직복직은 가능했다.

지금 현대차 비지회 소속으로 천의봉 동지와 함께 철탑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병승 동지도 용인기업노동자 복직투쟁당시 울산지역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헌신적인 연대투쟁을 벌여온 동지다. 어제 희망버스가 노동운동의 메카 울산에 왔다. 전국최대규모의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있는 현대자동차에 왔다. 희망을 싣고 온 버스는 무엇을 느꼈을까? 민주노조가 있는 대규모 사업장이 전국 각지에 흩어진 한 명 한 명의 연대까지 아쉬워해야 하는 지경에 비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투쟁의 방법과 계획을 제시하며 결의를 다지는 발언을 하는 게 마땅하나, 결의대회에서 몇몇 대표자들은 자본가를 구속시켜야 한다, 자본가는 나쁜 놈이다 라고만 하면서, 정작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는 빠진 채 신세타령하는 것과 흡사한 발언들만 반복하였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묻고 싶다. 투쟁의 현장이나 열사묘역에 가면 우리는 주먹을 높이 들고 힘차게 외친다. “노동해방, 열사정신계승, 노동자는 하나, 비정규직철폐!” 나는 특히 현대차지부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본가 정권의 사법부인 대법원까지도 불법파견 판정이라는 밥상을 차려 노동자들에게 맛있게 먹으라고 하는 판국에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가? 원하청 어깨 걸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그냥 당당하게 먹어보자. 현대차지부는 정녕 불법을 저지른 자들과 임단협을 할 수 없다며, 불법을 저지른 자들을 먼저 구속시키고 불법파견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임단협을 할 순 없겠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7 [성명] 국회가 무력해진 지금 국민적 저항만 남았다 file 코리아연대 2013.08.23 1916
1246 <성명서>삼성족벌 이건희의 경영복귀는 한국사회의 위기다. file 삼성일반 2010.03.24 1914
1245 9/16김명호교수 춘천법원 3차 재판 보고와 이동우동지면회 삼성일반노조 2010.09.17 1909
1244 [새책] 신경제에서 전쟁경제로 - 『자본과 언어』(크리스티안 마라찌 지음)가 출간되었습니다! 다중지성의정원 2013.07.30 1901
1243 [펌] 코리아연대초청 이브 헤미, 철도노조와 간담회 단결 2014.04.30 1896
1242 [성명서] 삼성은 취재조차 불가능한 성역인가? 삼성일반노조 2010.02.22 1896
1241 [성명] 박근혜정부는 남북관계에서 국면전환에 무조건 나서라 file 코리아연대 2013.06.17 1895
1240 지리산 쌍계사 탑전에서 혼자 안거를 지리산 2013.03.28 1893
1239 '진보언론'에서 거부당한 이건희 비판 삼성일반노조 2010.02.18 1892
1238 [성명] 박근혜정부는 전교조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file 코리아연대 2013.10.22 1887
1237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블로그 제3기 인권기자단 모집 file 국가인권위대구 2010.03.03 1887
1236 삼성족벌 무노조 경영 노동자탄압의 한계와, 삼성SDI 노동자들의 승리는 필연! 삼성일반노조 2013.07.10 1883
1235 [미디어 충청] 무노조 경영하에 삼성반도체 백혈병노동자를 아십니까 삼성일반 2010.03.20 1882
1234 4/11 온양 삼성반도체 규탄집회- 내 딸이 죽어가고 있다! 삼성일반노조 2013.04.12 1881
1233 8/19김명호교수 춘천법원 2차 재판 보고 삼성일반노조 2010.08.21 1881
» 현대차 노조는 무엇을 망설이는가 2013.07.25 1878
1231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낭랑하게 2013.02.12 1877
1230 (이번 주 한겨레 21)삼성전자 복수노조 대비 임직원 특별교육 기사화 삼성일반노조 2010.04.19 1877
1229 [새책] 암과 심장병을 겪은 사회학자가 쓴 『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아서 프랭크 지음)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중지성의정원 2013.08.14 1876
1228 [세미나] 맑스, 푸코, 네그리, 코소 세미나에 초대합니다. 세미나팀 2013.07.11 1872
자유게시판

CLOSE

회원가입 ID/PW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