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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과문, 남편 영정 앞에 바치겠다 약속했건만..."

2015.07.22 18:44

삼성일반노조 조회 수:792

"삼성 사과문, 남편 영정 앞에 바치겠다 약속했건만..."<오마이뉴스>

<인터뷰> 삼성백혈병 사망 10주기 맞은 고 황민웅 아내 정애정씨   

  15.07.22 11:44l최종 업데이트 15.07.22 11:44l

박석철


우리나라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피해가 공론화된 지 8년이 지났다.

기흥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 황상기씨의 외침이 촉발제가 됐지만, 또 다른 백혈병 피해자 가족의 호소는 '삼성 백혈병'을 넘어 우리나라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직업병을 대내외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 역할의 첨병에 선 이가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기흥공장에서 설비엔지니어로 일하다 지난 2005년 7월 23일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31세의 나이로 숨진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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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7월 23일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지난 10일 삼성전자서비스 천안 두정센터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 정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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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정씨는 고 황민웅씨와 사내 결혼한 후 '부부 삼성맨'으로 일했다. 하지만 막내딸이 세상에 태어난 지 1개월 되던 때 남편은 생전에 듣도 못했던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정애정씨는 회사 측의 "개인질병"이라는 말을 믿고 2년간 더 삼성에 근무하다 두 자녀의 양육을 위해 2007년 퇴사했다.

하지만 퇴사하던 그해 고 황유미씨의 백혈병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남편도 억울하게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정애정씨는 생계를 위해 직장에 다니면서도 틈틈이 전국의 삼성그룹 사업장을 순회하며 백혈병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특히 그녀는 삼성의 백혈병 문제가 노조가 없는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 판단해 각 사업장을 순회하며 노조 설립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경비요원에 의한 폭행을 당하거나 회사 측의 고발로 법정에 불려다니는 고초를 겪었다. (관련기사 : "옷깃 10초 잡았을 뿐인데 폭행죄? 왜 이러나")

이같은 노력들로 인해 삼성 측은 지난해 5월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후 유가족 등과 협상을 시작됐다. 이후 협상에 진전이 없자 정애정씨는 지난해 8월 유족 협상단 중 5명과 함께 가족대책위를 구성해 직접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오는 23일은 남편 고 황민웅씨의 10주기다. 정애정씨는 "남편의 억울함을 풀고 반복되는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싸워왔다"며 "남편의 10주기에는 삼성의 사과문을 영정아래 바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되어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남편 사망 10주기를 맞은 정애정씨의 심정을 들었다. 인터뷰는 20일과 21일, 전화와 이메일로 진행됐다.

"아이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남편 생각만 하며 살아와"

- 남편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남편만을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할 만큼 남편만 생각했다. 억울하게 사망한 남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만 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 남편 고 황민웅씨는 어떻게 백혈병에 결렸나 
"남편은 1997년에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 5라인 CMP공정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입사 7년째 되던 해인 지난 2004년 10월 27일에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남편의 백혈병 진단 후 1주일 후에 둘째 임신 소식을 들었다. 둘째를 출산한 후 한 달 뒤, 남편은 9개월 간의 투병 끝에 2005년 7월23일 사망했다.

- 9개월이란 투병과정이 무척 힘들었을 것 같은데
"수소문을 했지만 국내의 골수 이식 수여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어렵게 찾은 일본사람의 골수 이식수술을 기다리다 수술날짜가 오기도 전에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남편은 독한 항암치료에 기력이 쇠해지고 시력도 잃어갔다. 쓸 수 있는 항암제가 모두 듣지 않으면서 암세포가 퍼져 온몸의 장기가 망가졌다. 폐혈증이 오고 심정지가 와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 남편의 백혈병 사망에 대해 삼성 측에 책임을 묻게 된 이유가 있나
"그 계기는, 남편 동료의 제보로 시작됐다. 동료는 전화를 걸어와 '민웅이가 걸린 백혈병이 일하다가 걸린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제수씨가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동안 문제를 의식하지 못했던 나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지난 10년간을 되짚어 봤다. 작업현장에 도사린 위험요소와 그 원인을 제공한 삼성에 대해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 백혈병 알리려다 여러차례 경찰·검찰에 불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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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7월 23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지난 2013년 7월 23일 서울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 삼성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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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이후 거대 기업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위태위태하게 봐왔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해볼 것은 다 해본 것 같다. 삼성백혈병의 진상을 알리는 토론회, 기자회견, 방송출연과 각 언론사들과의 인터뷰를 했다. 기고글도 올렸다. 삼성일반노조와 함께 백혈병의 심각성을 알리는 집회에 참여하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남편 추모제를 지내고 국제 사회단체와 연대활동을 하기도 했다.

국회도 찾아가 보고, 노동부, 산업안전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을 항의방문 하기도 했다. 노동 운동을 하는 분들과의 연대활동, 타 계열사에서 직업병을 두고 투쟁하는 피해자와 삼성그룹차원의 직업병 해결를 위한 투쟁도 전개했다."

- 1인 시위나 집회를 하면서 많은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
"서울 삼성본관에서 시위와 집회를 하면서 삼성경비들에게 폭행과 고소고발을 당한 것이 다반사다. 여러 차례 경찰조사와 검찰조사를 받고 재판도 받았다. 벌금과 함께 유죄판결도 받았다."

- 평범한 직장인이자 주부로서 그런 일들을 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나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 유족급여나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등 제소하는 법정투쟁을 배웠다. 자본의 본질과 노동투쟁의 역사를 배우기 위해 전태일 사이버 노동대학을 3년 수료했다."

- 요즘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나
"아이들 양육을 위해 직장에 다니면서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삼성본관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전국에 있는 삼성계열사 앞에서 삼성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 지난해 유족 대표들과 함께 가족대책위를 꾸렸는데
"지난 2013년 1월 실무교섭을 시작했다. 이후 2년 여 동안 교섭이 있었지만 진척이 없었다. 이에 피해가족들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교섭에 참여하고, 교섭을 통해 삼성과 세상을 향해 직접 말하기 위해 다수의 피해가족들이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가대위)를 꾸렸다. 교섭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정체되어 있는 교섭을 진척시키기 위해 가대위는 조정위를 꾸렸다."

- 가족대책위 구성 후 삼성과의 협상에 진척이 있나
"6개월여 동안 가족대책위. 반올림. 삼성전자 3자가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 등 3가지 요구안에 대해 세부적인 조정을 진행했다. 7월말 조정위의 권고안이 예정돼 있다." (조정위는 23일 조정권고안을 공개하겠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 편집자 주)

- 7월 23일이면 남편의 10주기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로지 남편의 억울함을 풀고 반복되는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싸워왔다. 남편의 10주기에는 삼성의 사과문을 영정아래 바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되어 남편에게 미안하다. 남편의 10주기를 추모해 주시고, 삼성 직업병 싸움에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편 고 황민웅씨 10주기 추모제는 오는 23일 오후 5시 삼성본관 정문 앞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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