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1-26 오전 8:40:02
삼성전자 사내 전산망에 노동조합 설립을 호소하는 글을 실었던 이 회사 박종태 대리. 회사가 그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 위한 상벌위원회(징계위원회)가 25일 오전에 열렸다.
상벌위 출석을 마치고 나오는 박 대리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상벌위가 열리는 동안, 많은 동료들이 격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결과가 나오건 견뎌내겠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삼성 노조 만들자는 글이 영업 기밀인가?
상벌위에서 회사 측은 박 대리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리는 삼성전자에서 임신한 여성 노동자가 과로로 유산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으나,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게 삼성전자 측 입장이다. 또 박 대리가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회사 측은 박 대리가 사내전산망에 올린 글이 <프레시안>에 공개된 것도 문제 삼았다. 사내 보안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다.
이에 대해 박 대리는 여성 노동자의 유산, 자신이 따돌림 당한 경험 등이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사내전산망에 올린 글을 외부에 공개한 것을 문제 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의 영업 기밀을 공개했다면 잘못이겠지만, 언론에 공개한 내용은 누가 봐도 영업 기밀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게다.
이날 상벌위에 대해 박 대리가 문제 삼은 대목은 '인적 구성'이다. 과거 박 대리는 '한가족협의회' 근로자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임기를 10개월 남겨 놓고, 상벌위의 징계 결정에 따라 근로자위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회사가 마련한 '한가족 스쿨' 행사에 불참했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박 대리는 그 행사가 근로자위원에게 불필요한 '사치성 해외여행'라고 봤었다.
문제는 당시 징계를 결정했던 이들이 이번 상벌위에도 참가한다는 점이다. 박 대리는 이런 인적 구성으로는 공정한 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상벌위의 최종 결정이 언제 내려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 대리는 "최악의 결정에 대해서도 맞서 싸울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박종태 대리가 직무대기 처분을 받았을 당시, 그는 혼자 하루 종일 텅 빈 책상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 후 지난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올해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을 승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씨가 삼성 경영권을 물려받아도 고(故)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내려온 '무노조 경영' 방침은 계속 고수하려 할 게다. 이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삼성 노동자들에게서만 나온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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