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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2호로 본 남북합작 위성발사의 꿈

2010.06.18 23:5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824

2010년, 6월 10일 오후 5시 1분, 과학기술위성(STSAT-2)를 탑재한 2단 로켓 나로호가 발사되었으나 이륙한 지 137초만에 고도 70-80km 부근에서 공중폭발하여 발사실패하였다. 잔해는 470km가량 남쪽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번 실패는 2009년 8월 1차 시도에 이은 두 번째 실패이다. 그래도 2009년 8월의 1차 발사 때에는 인공위성을 감싸고 있는 보호덮개(페어링)가 분리되지 않아 실패한 것으로 발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나로호, 국산인가? 수입산인가?

문제는 지난 1차 발사에 이어 2차 발사에서도 발사실패 후 책임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한-러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원인규명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 6월 10일에 발사된 나로호. 사진에 첨부한 굵은 실선을 중심으로 그 아래부분이 러시아가 공급한 1단 로켓이며 그 윗부분은 국내기술로 개발한 2단 로켓(킥모터)과 인공위성부분이다. [자료사진 - 곽동기]
여기에 왜 러시아가 끼어드는 것인가? 나로호의 2단 로켓 가운데 1단 로켓의 전체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왔기 때문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나로호 1단 발사체 엔진 개발사인 에네르고마시는 제어 장치 결함이 이번 발사 실패의 원인이라고 11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에네르고마시는 "러시아가 만든 엔진은 계획한 대로 작동했다"면서 "모든 것을 제대로 했고 이번 실패는 우리의 실수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맥상으로 살펴보았을 때 1단 로켓은 러시아산이고 2단 로켓은 한국산이므로 언뜻 보았을 때 나로호는 한국과 러시아의 기술이 50%씩 기여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로호의 제원을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림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1단 로켓은 나로호 전체 길이 33.5m 가운데 77%에 해당하는 25.8m에 달한다. 국내 기술로 개발하였다는 2단 로켓은 나로호 상단 7.7m에 해당하는 부분에 불과하다. 추진력을 비교하더라도 러시아 1단 로켓의 추진력이 170톤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국내 개발된 2단 로켓은 8톤급에 불과하다.

게다가 로켓발사의 가장 중요한 영역인 초기점화단계와 대기권 탈출 구간은 모두 1단 로켓의 기능과 직결되어 있어 1단 로켓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나로호가 국내기술로 개발되었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보아야 한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나로호는 대부분 러시아산이지만 2단 로켓(킥모터)는 국내기술로 개발되었다고 설명되어야 한다. 단지 발사에 필요한 자금을 한국정부가 충당하였으므로 100% 우리 돈으로 쏘는 로켓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발사한 은하2호

그런 면에서 2009년 4월 5일,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은하2호의 발사과정이 다시금 조명 받을 수밖에 없다.

   
▲ 2009년 4월 5일에 북한이 발사한 은하2호. 30kg 무게로 추정되는 인공위성 광명성 2호가 탑재되어 있으며 100% 북한기술로 제작되었다. 북한은 발사성공과 위성궤도 진입을 주장하였고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였다. [자료사진 -곽동기]

은하2호는 길이 32m에 중량이 70톤 이상으로 추정되는 3단 로켓으로써 나로호와 달리 발사체의 모든 부분이 북한의 자체기술로 제작된 것이 확실시된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은하2호가 발사 9분 2초 만에 시험용 인공위성 광명성2호를 정확히 지구궤도에 진입시켰으며 광명성2호는 40.6도의 궤도 경사각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 490km, 가장 먼 거리 1426km의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으며 인공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공전주기는 104분 12초라고 발표하였다.

러시아 외무부 안드레이 네스트레넨코(Andrei Nesterenko) 대변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4월 5일 오전 인공지구위성(artificial Earth satellite)을 저궤도(low-Earth orbit)에 들여보냈다(sent into)”고 확인했다. 또한 “위성궤도의 변수들(parameters, 경사각과 고도 등 구체적 수치)은 구체화되는 중이다”고 덧붙여 아직 구체적인 위성 궤도 등은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된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군 북부사령부(NORAD)는 5일 북한 미사일의 1단계 추진체는 동해로 낙하했으나 나머지 추진체와 탑재물은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발사성공을 부인하였다. 다만 미국의 항공우주과학 전문지인 스페이스 플라이트 나우는 북한의 은하2호가 우주진입까지 성공하였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였다.

은하2호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우주개발기술에 관한 한 미국과 러시아를 전 세계에서 양대 산맥으로 보는 것은 정설이다. 그래서 인공위성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이들 두 국가의 분석이 가장 정확한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세계최고라는 두 나라가, 북한 은하2호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만큼은 러시아가 성공을, 미국이 실패라는 서로 상반된 결과를 발표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위성궤도를 추적할 수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입장이 다르니 두 나라 중 한 국가는 분명히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 된다. 여기에서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적대관계에 놓인 미국의 정치적 입장이 주목된다.

미국이 사실을 왜곡시킬 이유가 있을까? 미국은 은하2호 발사를 빌미로 유엔차원의 대북제재를 추진해왔는데 그 상황에서 미국이 광명성2호의 위성궤도 진입 성공을 직접 시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운운하던 미국은 너무나 명백한 인공위성 발사를 두고 유엔제재를 추진하는 모순에 빠지는 결과에 빠지게 된다. 미국은 북한의 은하2호를 두고 발사체(vehicle)이라고만 표현하였지 한 번도 인공위성(artificial satellite)이라고 표기한 적이 없었다. 즉 미국으로써는 광명성2호를 실패하였다고 주장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이미 실패한 광명성2호를 굳이 성공하였다고 왜곡할 이유는 있을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를 추진하는 마당에 러시아 외무부가 직접 나서서 실패한 은하2호를 성공하였다고 왜곡하는 것은 미국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이다. 러시아로서는 구태여 실패한 위성을 성공으로 둔갑시킬 필요성이 없는 정황이었다.

미, 러 양국의 정치적 입장을 볼 때 적어도 1단 로켓 분리에도 이르지 못한 나로호와 달리 단 분리를 확실하게 성공하였으며 러시아측 발표로 볼 때 북한의 은하2호는 광명성2호의 궤도진입에도 성공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의 은하2호는 1998년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1호를 실어 발사한 우주발사체인 백두산1호에 비해서도 추진력 면에서 크게 개선된 성능을 보여주었다. 1998년 당시 백두산1호는 1단계 추진체가 253km를 비행하였고 2단계 추진체는 500km를 비행한 반면 은하2호는 1단계에서 1,646km를 비행하였고 2단계에서는 3,846km를 비행하였다.

나로호 vs 은하2호

이제 나로호와 2009년에 발사된 은하2호를 통해 남북의 우주기술을 비교해보자.

인공위성의 제작기술은 한국이 북한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북한보다 6년이 빠른 1992년에 이미 시험용 인공위성을 작동시키는데 성공하였으며 통신위성 무궁화1호, 2호, 3호를 작동시켜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1호와 2호는 아직 시험위성 규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운용하는 인공위성은 모두 다 외국에게 발사를 부탁해서 사용하는 것이란 약점이 있다. 반면 북한은 인공위성은 시험용이지만 모두 자체의 기술에 의거한 우주발사체로 쏘아 올렸다. 즉, 우주발사체 관련 기술은 북한이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1998년에 “백두산1호”를 발사하였으며 2009년에 발사한 은하2호는 백두산1호의 성능을 개량하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물론 우주발사체의 발사추진력만 놓고 비교하면 나로호의 추진력이 은하2호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로호는 길이 33m, 직경 2.9m로써 길이 32m, 직경 2.2m의 은하2호보다 크며 중량도 140톤으로 70톤의 은하2호를 뛰어넘는다. 나로호는 100kg까지의 위성을 적재할 수 있는 반면 은하2호는 30kg의 적재중량을 갖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기술자립도의 측면에서 1단 로켓의 전체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나로호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탁민제 카이스트 교수(항공우주공학)는 “1단 로켓과 그 주변은 러시아 영토로 간주돼 우리 기술진의 접근이 금지돼 있다”며 “물건은 주되 기술은 주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이 없으므로 나로호를 발사해놓고도 1단 로켓의 구체적 사양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북한의 은하2호는 발사체의 중량과 추진력은 낮더라도 100% 북한의 기술로 개발되었다는 데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로호는 아직 위성 궤도진입은커녕 인공위성을 감싸는 페어링을 분리하는 데에도 실패하였다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 검증되지 못한 발사체인 것이다. 북한의 은하2호는 러시아가 위성궤도 진입을 인정하고 있으며 북한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미국조차도 은하2호가 1단 로켓의 분리, 대기권 탈출과 우주진입에는 성공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 발사성적이 은하2호가 더 높은 것이다.

북한의 은하2호의 추진력은 100톤이지만 국내기술로 독자 개발되었다는 2단 로켓의 킥모터는 추진력이 8톤에 불과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2020년에야 70톤급 추진체를 개발한 다음 이것을 4개 붙여 300톤급의 발사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주발사체만 놓고 본다면 북한이 우리를 10년 이상 앞서 있는 것을 현실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북합작 위성발사의 꿈

한국이 앞선 인공위성 제작기술과 북한이 앞선 우주발사체 제작기술이 하나로 융합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민족의 우주개발기술은 연쇄파급효과를 낳으며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100% 우리민족의 힘에 의거한 상용위성이 자력으로 발사되는 날이 현 추세에 비해서는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정부는 코앞의 북한을 두고 바다 건너 러시아와 나로호 계약을 체결하면서 막대한 국민혈세를 러시아 로켓발사에 쏟아 붓고 있다. 그리하여 길이만 26m에 달하는 초대형 우주발사 로켓이 지구 저편 러시아로부터 한국에까지 수송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2차례나 반복되고 있으며 러시아기술진이 160여명이나 한국에 체류, 사실상 발사인력의 주력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나로호의 세 번째 발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책임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러시아가 1단 로켓을 무상으로 주게 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가 3차 발사를 거부할 경우 마땅한 제재수단도 없는 형편이다.

우주개발에 대한 남북의 공동연구가 아쉬운 대목이다.   곽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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