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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생산 현장 고발문

[미디어 충청]19살 삼성반도체 입사 11년간 일해

2009-11-02 14시11분 정애정

나는 19살의 나이에 학교장 추천으로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삼성 반도체 기흥사업장 5라인에 입사를 하였다. 11여 년 동안 계속 5라인에서 근무를 하였고 그 때 지금은 백혈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故황민웅; 2005년 7월 23일 사망함)을 만나 결혼과 함께 1남1녀의 자녀를 두었다.

난 지금부터 위험천만한 생산라인의 현실과 이기적인 사측의 면모와 살인적인 노동강도 등을 지난 기억들을 되돌려 내가 경험한 대로 말 하고자 한다. 부서 배치 받아서 업무 배정을 받기 까지 약 한 달여간을 거쳐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반도체 산업의 이해정도의 교육으로 삼성이라는 두 글자를 머리에 각인시키고서야 라인입실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준비된 얇은 속바지와 러닝 정도의 간단한 속옷만 걸치고 핸드 사워와 에워 샤워를 한 후 부직포 재질의 마스크와 방진모, 방진복, 방진화, 면장갑과 비닐장갑을 2중으로 착용하고 또 한번의 에어 샤워를 거쳐 라인에 입실했다.

방진복은 사람에게서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것?
한때는 방진복이 기능성이 있어 인체를 보호해주는 것으로 착각한 적도 있었지만(따로 교육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신입사원은 대부분 인체보호용으로 생각함) 얼마 안가서 사람에게서 떨어지는 분진물을 차단하기 위함일 뿐, 통풍도 안 되고 땀 흡수와 방수도 안 되고 마스크는 침만 튀어도 다 젖어버리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방진복, 방진모, 방진화와 마스크, 면장갑에 비닐장갑까지 꽁꽁 싸맸으니 땀이 차서 손과 발에는 습진과 무좀으로 동료들이 고통스러워했고 약품 처리된 마스크 때문에 얼굴에는 피부질환으로 병원에 다니는 동료들이 늘어 갔다. 라인에 들어가면 코를 찌르는 화학약품냄새가 진동을 했고 각종 기계들의 엔진소리와 알람 소리에 귀가 멍해지고 시끄러웠다.

대기 상태와는 다른 압력 때문에 피로가 빨리 왔고, 몸이 붓거나 코피를 흘리는 동료도 보았으며 순환구조로 되어 있는 공조 시스템은 환기가 되지 않아 공기가 매우 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살인적인 물량으로 잠깐 쉴 틈도 없었음에도 혹여 라도 앉아서 쉴까봐 의자를 다 없애버리는 것과 한때는 일 안하고 딴 짓 하나 안하나 감독자에 의해 감시를 당한적도 있었다.

물량이 너무 많아 정상적으로 생산을 맞출 수 없어서 설비의 정규 PM시간을 연장하여 가동하거나 안전장치를 해제하거나 자동 설비를 수동으로 변경하여 작업하는 것 등은 너무 일반화 되어있었다.

내가 일했던 10여 년 동안에도 4조2교대, 3조3교대, 4조3교대 등 근무형태는 회사사정에 따라 변형이 자행 되었으며, 시간외 근무와 휴일에 특근하지 않으면 회사에 기여도가 적다고하여 고가에 반영하거나 교대조끼리 서로 경쟁하게 해서 많은 물량을 작업한 근무조를 고가에 반영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강도를 높였다.

20대가 대부분인 현장 여사원들은 견딜 수 없는 노동 강도에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낙후된 설비로 인해 잦은 ERROR와 DOWN으로 엔지니어들의 설비 점검률이 많아지면서 가스 잔재의 위험에 노출 될 확률이 높았으며 인터락 같은 안전장치도 수동설비나 비중이 적은 설비에는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다.

또한 3,4라인에는 작업자가 화확 물질에 웨이펴를 직접 담가서 공정을 진행하는 수동설비가 있었으며, 이 작업은 웨이퍼가 화확 반응을 일으켜 지글지글 끓는 모습과 함께 연기가 일고, 독한 냄새가 나는 것을 작업자가 직접 보면서, 맡으면서 피부로 접촉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작업을 하면서도 물질이 튀었을 때 막을 수 있는 간단한 앞치마와 토시, 고글정도만 착용했지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는 것을 막는 방독면 같은 보호도구는 아예 없다는 것이다. 칼만 안 들었지 가축을 도살하는 도축장하고 다를 바 없었다. 엔지니어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이나 협력업체 사원들은 가스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설비를 뜯어 PM 할 때도 그 간단한 보호구마저 없었으며 지하를 내려가 작업 할 때도 외주업체 직원만 엉성한 헬멧하나 착용했을 뿐 정규 엔지니어들은 방진복하나로 지하를 오르내리면서 작업을 했었다.

배관에서 떨어진 물질에 방진복이 구멍나기도
엔지니어들의 방진복이 조그맣게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배관에서 물질이 떨어 질 때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구멍이 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사측은 이를 방관한 채 빠른 시간 내에 원활한 라인 가동만 닦달했고 생색내기 위해 최소한의 보호구만 착용케 했을 뿐 혹여 작업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 노동자가 입증하기 힘든 호흡기와 피부로 흡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보호구는 사용치 않게 했던 것이다.

라인 정전사고로 대피 했었을 때도 화학물질과 독가스의 위험노출이 충분히 있음에도 보호도구 하나 없이 무조건 빨리 밖으로 대피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고 혹 위험노출이 있을 경우엔 대피하면서 다 흡입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한때는 일정기간 근무 외 시간에 IPA용액을 와이퍼에 묻혀 여사원들에게 CLN작업을 하게 했으며, 엔지니어들 또한 설비를 CLN할 때 수시로 사용했었다.

얼마 전 산학 협력단 역학조사 결과 벤젠이 검출된 포토 공정에서 사용되는 PR은 반도체 회로도를 찍어내는 설비에서 사용하는 물질로서 이 공정을 담당하는 여사원이 직접 PR을 CHANGE하는 작업을 했었고(이 때도 간단히 튀는 것만 방지 할 수 있는 보호구만 착용했음), 작업사고가 많이 발생하자 후에는 협력업체 남사원이 담당하는 하는 것으로 변경된바 있다.

포토 룸에 가면 PR(감광액)때문에 냄새가 더 심해서 작업자들이 두통을 많이 호소했었다.
또한 매월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안전교육은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방사선, 벤젠과 유기용매, 화학물질에 대한 교육이나 노출 시 인체에 어떤 해를 입힐 수 있는지 정도의 당연한 내용은 교묘히 피하고 다른 주제를 다루었으며 이마저도 실시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거짓 사인을 하게 해서 마치 안전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조작했었다.

임산부도 야간근무
MSDS(물질 안전 보건 자료)도 배치는 되어 있으나 수검 받기 위한 형식적인 것이지 작업자들에게 교육한 바 없으며 MSDS 자료집을 수정, 보완하는 등의 수고스러움은 보질 못했다. 이렇게 위험한 작업현장에 임산부를 위해 임부복 형태인 방진복을 만들어 일하게 하고 임산부는 야간 근무를 하면 안 됨에도 동의서 한 장으로 마치 노동자를 위해서 그러는 것처럼 사측은 생색내기에 바빴다. 임산부도 인력의 TO 1인으로 간주하고 스스로 눈치 보여 노동을 채찍질 하는 꼴이 되게 만드는 등 벌어야 먹고 사는 사람들의 숨통을 죄였던 것이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대책위가 만들어지면서 피해자들이 모여 산재인정과 진상규명을 요구하자 사측은 피해자들의 산재 신청을 막거나 또는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앞세워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회유한 사실도 있다.

반도체 현장에서는 백혈병뿐만 아니라 각종 희귀질환과 암, 여사원들의 여성질환(생리불순, 유산, 불임, 기형아출산 등)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나 백혈병이 산재로 규명 받지 못하면 위의 질병들 또한 모두 개인질병으로 묻힐 것이다. 백혈병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치료하느라 가정경제의 파탄과 젊음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하는 피해자들은 결코 삼성과 정부기관의 만행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덧붙임
정애정 씨는 삼성 기흥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이고 정애정님은 삼성기흥공장에서 11년간 일했으며 같은 직장에서 만난 남편 황민웅씨를 백혈병으로 잃은 유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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