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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광주지부 박종태열사

2009.05.12 22:20

후원회 조회 수:10343

 
[화물연대 광주지부 고 박종태 지부장의 유서 전문]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들이 투쟁의 제단에 재물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동지들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저의 육신이 비록 여러분과 함께 있진 않지만, 저의 죽음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큰 나라를 반토막내서 배부르고 등 따신 놈들 미국과 극우보수 꼴통들이 이번 참에 아예 지네들 세상으로 바꿔 버릴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는 실종된 지 오래됐고,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거나 고분고분 노예로 살라고 합니다.

그 속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안락만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통큰 목적을 가지고 한발 한발 전진하기 위해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존권, 민중의 피폐한 삶은 사상과 정견을 떠나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민중은 이론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 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깜깜할 겁니다. 어떻게 승리하는지 저는 보지 못할겁니다. 그것이 아쉽고 억울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 이런 식의 선택을 해야 되는지, 그래야 한 발짝이라도 전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속상하고 분합니다.

이름을 거론하자니 너무나 많은 동지들이 떠오릅니다.
저를 이만큼 건강한 간부로 활동가로 있게 해 준 소중한 분들. 저를 믿고 따라 준 형님, 동생, 친구들. 이 의미있는 투쟁, 힘겨운 투쟁에 끝까지 남아 준 동지들 모두가 저에겐 희망이었습니다.
광주라는 곳도 사랑합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빕니다.

복잡합니다. 동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그 속에 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 고 박종태 열사 부인 하수진 씨가 남편 박종태 열사에게


여보, 오랜만에 불러보네. 나는 아직 실감이 안 나. 당신이 이 세상이 없다는 게. 병원에 걸린 사진 속에서 당신이 튀어나올 것 같고, 다른 화물연대 조합원들처럼 바쁜 듯이 걸어들어올 것 같고.

큰 아이 말처럼 당신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아.

아이들에겐 사람이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 된다, 다만 언제 죽을지 모를 뿐인데 아빠가 조금 빨리 가신 것 같다고 말했으면서도 아이들과 같이 아직 받아들여지지가 않네.

체포영장이 떨어진 날 입을 옷가지들을 챙겨서 보냈는데 속옷이 마음에 걸려서 싸구려 아닌 좀 좋은 걸로 주려고 사다놓은 속옷이 아직 서랍장 속에 그대로 있을텐데.

여보, 생각나? 작년 12월 마지막날 눈이 너무도 이쁘게 와서 정말 모처럼만에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걸으면서 “나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지?” 했던 말. 그땐 웃기만 했는데 말해줄 걸 그랬지. 그래, 당신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이 사랑했던 동지들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걸.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지금 보게 되면서 늦었지만 알게 되네.

여보, 아직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걱정하지 마. 나 아직 잘 견디고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어.

당신이 정말 맘놓고 웃으며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간직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당신이 가는 마지막 길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당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살아갈게.


■ 고 박종태 열사 부인 하수진 씨가 조합원들에게

한 가정의 가장을 궁지로 몰아 죽인 놈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밥줄을 끊겠다는 협박을 하고, 질서를 지키라고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인간입니까?

사람을 죽여놓고 협상은커녕 사죄도 하지 않는 대한통운과 금호는 누구를 위한 아름다운 기업입니까?

고인은 아직 어둠과 얼음장 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편이 사랑했던 택배조합원들을 비롯한 화물연대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여러분이 아니라 뻔뻔하게 헛소리하는 저 담 뒤에 숨어있는 자들입니다. 더 이상 슬퍼하는 대신 일어나 싸워주십시오.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다치지는 마십시오. 남아 있는 저희 가족이 살 수 있는 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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