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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1>“여러분, 노조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죠?”

2010.04.25 23:55

삼성일반노조 조회 수: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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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노조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죠?” [2010.04.21. 제807호]
하어영 정용일
삼성그룹 무노조 특별교육 실시안 입수… 복수노조 허용 앞두고 전 사원 대상 ‘신념화’ 강요
» 2008년 물러난 이건희 회장은 지난 3월 삼성전자의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삼성전자는 올해 1/4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가 자리잡고 있는 서울 강남의 삼성사옥.

지난 3월 하순 어느 날,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중앙문 버스 승차장에서 아침 8시20분에 출발한 버스가 30여 분을 달려 경기도 한 리조트에 도착했다. ‘크리에이터 리더십 코스’라고 명명된 대리·사원급 교육 현장이었다. 모인 사람은 100명 정도. ‘교육의 취지 및 2020년 전자 비전’이라는 강연으로 시작된 교육은 밤 9시까지 진행됐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의 교육과 다를 바 없었다. 늘 하는 조직문화·보안 교육이었다. ‘비전 2020 달성을 위한 전 사원 교육’이라는 애초 공지와 달리 현장에서 받아든 책자에는 ‘사원특별교육’이라고 적혀 있는 점이 다른 정도였다. 그런데 1박을 한 뒤 첫 강의인 ‘초일류 기업문화 실천’ 시간에 삼성전자 ‘지원그룹’에서 나온 인사담당 간부(부장급)가 대뜸 노조 이야기를 꺼냈다. “임금 체계 바뀐 것 알죠? (임금이 오른 건) 노조하지 말라는 거예요” ‘무노조 교육’이었다.

“호텔급 콘도에서 1박2일… 섬뜩했다”

이날 강연은 △노조가 설립되면 소비자에게 삼성을 음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사 발전기금 등 황당한 요구사항이 발생한다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 파업을 일삼을 것이다 △경영진과 소모적인 기싸움을 할 것이다 △결국 조직문화는 붕괴될 것이다 등이 주를 이뤘다. 특히 노조가 생기면 회사보다 노조의 이익을 앞세우고, 스스로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삼성 조직이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파업 중에는 노조가 대표이사 지위를 누릴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 또한 노조 불가 논리로 제시됐다.

강연을 한 간부는 실패한 노사관계로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었으며, 페덱스·델·마이크로소프트 등 비노조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간부는 강연 말미에 자랑스레 “이 특별교육은 삼성전자 8만5천 명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며 “대대적인 비노조 교육”임을 강조했다. 다른 교육 시간과는 달리 토론이나 질문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한 직원은 “참가 간부가 내 뒤로도 차수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세어보니 100차수에 가까웠다”며 “노조를 막기 위해 골프장이나 유원지를 낀 호텔급 콘도 2인 1실에서 자며 5만 명(사원·대리급)을 대상으로 100여 차례 교육을 한다고 생각하니 섬뜩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복귀로 옛 전략기획실 체제 또한 사실상 부활했다. 때맞춰 삼성전자는 올 1분기 4조3천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임원 인사가 단행됐다. 하지만 하위 직원을 위한 잔치는 시작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와 변화를 설파하며 대대적인 ‘집안 단속’에 나섰다.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 된다”는 선대 회장의 유지가 받들어지는 현장이었다.

<한겨레21>은 말로만 떠돌던 삼성전자의 ‘무노조 특별교육’ 내막을 확인했다. 삼성전자의 ‘비전 2020 달성을 위한 임직원 특별교육 실시(안)’(이하 특별시안)을 단독 입수하고, 이 문건에 적시된 대로 8만여 명 전 사원을 대상으로 비노조 특별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겨레21>이 입수한 특별시안 문건은 복수노조 실시 여부가 한창 논란을 빚던 지난해 11월24일 ‘삼성 리더십센터’ 명의로 작성됐다. 특별시안은 서두에서 “2010년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하여 비노조 경영철학을 신념화하고 창립 40주년 신비전 달성을 위한 임직원들의 의지와 열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 임직원 특별교육을 실시코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 〈한겨레21〉이 입수한 임직원 무노조 교육 실시안.

간부교육, 무노조 실행계획서 작성

특별시안에는 수직 구조에 따라 △임원·보직간부(파트장 등 조직의 장) △담당간부(과장급 이상 비보직 간부) △대리·사원 등에 대한 직급별 비노조 교육 방안이 상세하게 담겼다. 관리자급으로 갈수록 실행계획서와 해결안 도출 등 노조 결성에 대비한 실무 중심의 교육을, 하위직으로 갈수록 비노조 경영철학 등 이론 중심의 가치관 교육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부 시행 계획을 살펴보면, 임원·보직간부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861명을 대상으로 교육이 실시되며, ‘비노조 경영 실천을 위한 조직관리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교육 내용은 노조활동의 병폐에 대해 들은 뒤, ‘사례별 대응지침 공유’ ‘부서 내 잠재 리스크’ ‘해결 방안 도출’ 등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서를 작성하는 실무형 교육이다. 다만 작성 시기가 조직 개편이 예상된 시점이어서인지 ‘조직 개편 후 실시’라고 단서가 붙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사례 중심의 교육이라는 점이다. ‘사례로 배우는 조직관리’ 항목에서는 기륭전자 사례를 예로 들었고, ‘노조활동의 병폐: 기업과 종업원에 미친 영향, 조직 내 소통과 갈등 및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등을 언급하고 있다. 한 임원급 간부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교육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노조 문제는 사업장 또는 부문별로 정기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라며 “수원 사업장은 일상적인 로테이션 교육 과정에서 노조 문제를 다룬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본사에 근무하는 한 간부는 “일상적인 노조 관련 교육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전 사원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담당간부급의 경우 노동조합 결성 당사자와 직접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만큼 ‘비노조 경영신념화’(이론)와 ‘실천역량 제고’(실무)를 동시에 목적으로 삼고 있다. 1만2395명을 대상으로 65차수로 나눠 교육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교육 내용은 ‘비노조 경영철학 신념화 및 간부로서의 역할 인식’에 중점을 둔다. 오전에는 ‘복수노조와 기업경영의 변화, 노사분규의 사례와 시사점, 비노조 경영철학’ 등을, 오후에는 ‘창조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현황 공유와 문제해결 방안 도출, 결과 공유’ 등을 주로 다룬다. 삼성전자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 담당간부는 “교육이 아직 실시되고 있지 않다”며 “실시 예정이라는 말은 들었다”고 말했다.

대리·사원급은 1박2일로 교육이 이뤄지는데, 둘쨋날 오전에 무노조 관련 교육이 배정돼 있다. 문건에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 3월까지 165차수에 걸쳐 2만1082명을 대상으로 3곳에서 교육이 진행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시행 단계에서 규모는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교육을 받고 나온 ㄱ씨는 “2만 명이 아니라 5만7천 명이 대상이라고 들었다”며 “교육 장소도 4곳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 실행 과정을 들여다보니, 직군별로 노조 결성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연구직과 서울 본사 직원에 대해서는 강연 시간을 계획보다 줄이고, 현장 제조직군 직원이 많은 지역에서는 원래 계획대로 긴박감 있게 진행됐다. 한 지역 교육에 참가한 직원은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다른 강연 때와는 달리 질문조차 허용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비노조 경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면서 자꾸 말을 빙빙 돌렸다. 예를 들어 노조를 설립하면 어떤 조처를 취하겠다는 말보다는 ‘어떻게 되는지 다들 아실 거다’라는 식이었다”며 “그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강연하는 사람도 우리도 다 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협박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있는 사원 개별면담도

대리·사원급은 특별교육만 받은 것이 아니었다. 복수노조 시행이 유력시되던 지난해 말 삼성은 전면적인 비노조 교육과 동시에 노조 활동이 유력시되는 직원들에 대한 개별면담도 진행했다. 개별면담은 삼성의 전형적 노무관리 방식으로, 지금까지 노조 설립 시도를 무력화한 대표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지방에 근무하는 삼성전자 직원 ㄴ씨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파트 그룹장에게 불려가 ‘복수노조 시행 사실을 알고 있는지’ ‘시행된다면 조합에서 활동할 용의가 있는지’ 등에 대해 면담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 설립을 시도한 전력이 있거나 사원 사이에 신망이 있는 고참급 직원을 대상으로 개별면담이 실시된 것으로 안다”며 “당시 내가 노조 활동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자 안심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삼성의 비노조 특별교육에 대해 전문가들은 헌법상 권리로 보장된 기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33조 1항에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예외는 있다. 공무원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권리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가 가능하다. 또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단체행동권에 한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헌법상의 예외는 그 밖의 경우 제한 없이 권리를 누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무원도 방위산업체 종사자도 아닌 사기업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이 헌법상의 권리는 창사 이래 40년째 무시되고 있는 셈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노동자 단결권을 보장하기는커녕 비노조 교육을 한다는 것은 헌법상의 노동3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며 “노조 설립의 자유는 말그대로 노동자가 선택할 기본적인 자유권인데, 이것을 회사가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삼성 이미지에 먹칠”

특히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이 유엔 산하기구인 글로벌콤팩트나 국제노동기구(ILO) 규약에서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무시한 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27쪽 기사 참조).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외에서 우리나라의 대표를 자임하는 기업이 기본권을 묵살하는 정책을 3대에 걸쳐 대물림하려는 것은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글로벌 기업이라면 노동자의 단결권조차 무시하는 낙후된 인식은 이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을 이건희 회장 복귀와 사실상의 전략기획실 부활 등 옛 시스템의 복원 과정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환경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옛날 방법으로 20만 명에 달하는 구성원을 전부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그에 맞는 기업관행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번 특별교육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도요타가 하청업체 후려치기를 통해 품질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브레이크 없이 질주했던 것은 노조가 사실상 어용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를 모를 리 없는 삼성이 이런 교육을 한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노사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무노조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이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특별교육은 글로벌 삼성의 이미지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그 책임의 근간인 노조 설립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어떤 방해에도 우리는 삼성에 노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는 강남사옥 시대를 열면서 조직혁신을 기치로 내세웠다. 삼성전자 강남사옥을 출입하는 직원들.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조짐

이번 특별교육에 대해 삼성전자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다. 삼성전자 홍보팀의 하주호 상무는 4월16일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하는 비노조 교육은 노조의 필요성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무노조 교육과는 다르다”며 “노조 없이 경영하는 사례를 교육하고 그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 정도야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더 자세한 상황은 (내부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답했으나, 6시간 뒤 통화에서는 “확인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무노조가 삼성의 사시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전면적인 비노조 교육은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1990년대부터 노조 설립 시도가 가장 활발하게 전개돼 온 삼성 SDI에서는 이미 간부급 비노조 교육이 실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의 삼성SDI에 근무하는 ㄷ씨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차장·부장급 간부가 교육에 참가한 것으로 안다”며 “교육에 다녀온 한 간부는 노조에 대한 교육 내용을 전달했으며, 이전에 노조 설립을 시도했던 사원들과 면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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