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에 침묵하는 건 또다른 폭력

[칼럼] 민주노총울산과 미포조선 현장조직은 우리 가족 투쟁 회피하지 말길
한미선(주부) 2011.08.12 11:11


자본이 노동자의 진실을 아무리 숨기고 짓밟아도 결코 가려지지 않는다

“노동자는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놓고 거짓과 음모를 꾸미지 않는다. 자본에 빼앗기고 당하고 있는 것들을 온전히 드러내고, 진실하게 말하는 것만이 노동자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거짓이 결국은 진실을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노동자의 투쟁도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의 현실은 투쟁 없이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투쟁만이 야만에 짓눌려 있는 노동자의 진실을 바꿀 수 있다.”

위 글은 요즘 남편과 내가 집에서 일인시위 가기 전에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문구이다. 남편이 복직투쟁할 당시에는 집을 나설 때 주문처럼 외웠던 문구는 “투쟁을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투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자는 구실을 찾는다”라는 문구였다.

원직복직 후 사내하청 용인기업 복직연대투쟁에 나섰다가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테러를 당한 남편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일인시위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면, 의식하지도 않았건만 나도 모르게 남편처럼 "노동자의 현실은 투쟁 없이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투쟁만이 야만에 짓눌려 있는 노동자의 진실을 바꿀 수 있다"라는 문구가 입에서 흘러나오는지 내 자신 스스로도 이해가 잘 안 된다.



▲  아산로 입구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한미선씨.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은 지난 7월 산재사고를 당해 아내인 한미선씨와 큰딸이 일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는 하나다. 사내하청 복직연대투쟁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도리!

87년 이전까지, 민주 노동조합이 없었던 당시까지도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처럼 살아온 노동자들이 민주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에는 참 노동자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87년 민주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선배 노동자들이 자본가들과 정부의 탄압으로 목숨을 잃었고, 그 희생이 바탕이 되어 오늘날 정규직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오늘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선배 노동자들의 희생 없이 저절로 정규직 노동자로 살아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24년 전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겪었던 고통을 지금은 하청노동자들이 처절하게 겪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하청제도 철폐와 정규직화에 나서야할 정규직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이에 소극적이다 못해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용인기업 복직 연대투쟁 시 극소수 현장활동가들만이 나서서 연대투쟁을 했던 모습,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불법파견투쟁 시 정규직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태도, 울산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단상에 비정규직 악법을 만들고 탄압한 정당의 대표들을 초청하여 연설을 시키는 상급노동단체의 태도, 불법파견 철폐하고 정규직화 시키라고 뽑은 진보정당대표들이 중재 역할에 나서는 모습, 한진중공업 정리해고투쟁에 민주노총이 아닌 희망버스가 투쟁을 이끌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상급단체의 나약한 모습. 이처럼 정규직노동조합과 조합원, 진보정당이 왜 이렇게 왜소해 보이고 비겁해 보이는지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민주노조 하지 말 것”을 외친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이 가슴에 분노와 절망감을 교차하게 만든다.

비겁하고 비굴하게 살라 한다

내가 일인시위를 나설 때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나에게 편안하게 살라고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면 나는 반문한다. 돈 있는 놈은 밑에 경비, 용역깡패들 시켜서 때리라 하고 돈 물어주면 끝나는 세상이 좋으시냐고. 힘들어서 남편에게 그만하자고 하고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냥 이렇게 접으면 이들이 노동자들을 얼마나 더 우습게 볼 지 싶어서 말을 할 수 없다. 2004년 박일수 열사 투쟁시 중공업 앞에서 자리 펴놓고 초라하게 있을 때였는데, 새벽 경비들의 폭력에 의해 하청노동자들 머리랑 얼굴이랑 찢겨서 피투성이가 되고, 남편도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고 들어왔는데, 그렇게 맞은 게 한두 번이 아닌데 또 맞으니까 용서를 할 수 없다. 만약 남편이 한 대라도 때렸다면 바로 구속됐을 텐데, 근데 경찰들이 다 보고 있는 데서 죽도록 맞아도 오히려 우리가 당해야 하는 현실에 치기 떨린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편안하게 살라고 하는 것은 비굴하게 살라는 말이다.

나는 지금도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현장활동가 15명이 4개월간 사내하청 복직 연대투쟁에 나선 것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미래 우리 아이들이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다 해도 더욱더 힘차게 싸울 것을 남편에게 요구할 것이다. 나 또한 싸움에 스스로 나설 것이다.

시작했으면 끝을 맺어야 한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미포조선 현장조직 활동가들에게 바랍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중공업간 합의한 협약서는 반드시 이행되어야 합니다. 협약서에는 원하청 복직 연대투쟁에 나섰던 정규직 현장활동가들에 대한 징계 건과 남편에 대한 심야테러 건 해결이 명백히 약속되어 있습니다. 합의 당사자인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투쟁을 포기하고, 함께 투쟁했던 현장조직들이 이 투쟁을 끝까지 외면한다면 어떤 이유로든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최근 현대중공업 정문 집회에서 남편의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테러 발언을 문제 삼은, 미포투쟁을 함께해온 현장조직은 스스로 공개 사과해야 합니다.

자본의 질서를 깨고 노동자 민중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질서를 만드는 길에는 보여주기식 투쟁과 시류에 따른 투쟁이 아닌, 한번 시작한 투쟁은 반드시 끝장을 낸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 투쟁을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미포조선 현장조직이 회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자의 약자에 대한 폭력에의 침묵은 악행에 대한 방조이며 소리 없는 또다른 폭력입니다.

정몽준 의원에게 요구한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의원은 살인적인 경비대 심야테러에 대해 공개사과 후 재발 방지 대책 강구하라!
가해자 현대중공업은 경비대 심야테러 후유증으로 2년7개월 동안 병원치료 받고 있는 남편 김석진 문제 해결하라!
현대중공업은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합의한 "협약서"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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