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연합사령부가 8월 19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하는 대규모 북침전쟁연습인 2013을지연습(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을 기어이 개시했다. 미군 3만명, 남코리아군 5만명, 민간인 40만명 등 총50여만명이 동원된 세계최대규모의 전쟁연습인 을지연습은, 북코리아군 격멸과 북코리아정권 제거를 작전목적으로 하는 5027작전계획과 미·남연합의 ‘국지도발대비계획’, ‘북급변사태’를 상정한 5029작전계획에 따라 전개되는 매우 위험천만하고 도발적인 군사연습이다.
이번 을지연습에서는 10조6000억원의 ‘킬체인(Kill Chain)’과 4조6000억원의 ‘남코리아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시스템이 활용될 예정이다. 북핵무기에 대한 선제타격체계인 킬체인은 ‘탐지→식별→결심→타격’ 순서로 진행되며 표적탐지(1분), 좌표식별(1분), 사용무기선정과 발사결심(3분)을 5분안에 마치고 25분안에 타격을 완료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는 올해 을지연습에서 검증한 후 10월 제45차미·남안보협의회(SCM)에서 최종승인 예정이어서 북을 심히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북은 지난 20일 조평통대변인담화를 통해 “남조선당국이 계속 우리와의 대결을 추구한다면 북남관계는 또다시 악화의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며 그로하여 수습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는 지난 14일 어렵게 합의한 개성공단정상화와 남이 제의한 이산가족상봉, 북이 다시 제의한 금강산관광재개 등의 남북관계개선의 긴급현안들의 해결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오랜 경험은 남북관계가 좋게 풀려나가더라도 단하나의 심각한 문제만으로도 ‘다시 악화의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남북관계의 재악화의 문제점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전쟁위험이다. 잘 알다시피, 코리아반도의 현정세는 올 상반기를 거치면서 그간 형식적이나마 존재하던 정전협정마저 정지된, 다시 말해 전쟁재개시상태에 있다. 또한 미국이 남 나아가 일본까지 끌어들여 북침핵전쟁연습을 주기적으로 벌이는데 대해 북도 열병식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며 미본토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하는 살벌하고 위태로운 상황에 있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미국이 남과 세계최대규모의 북침핵전쟁연습을 벌이는 것은 말 그대로 불덩어리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북이 을지연습에 대한 규탄성명을 다소 완화하고 남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이라고 해서 이를 오해하고 을지연습을 계속한다든지 유사연습을 벌인다든지 하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다. 그런 의미에서 첫째, 코리아반도정세를 일촉즉발의 극단적인 단계로 몰아가는 모험적인 을지연습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러면서 둘째, 이미 무효화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의 체결, 새로운 평화보장체계의 수립을 하루빨리 실현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셋째, 핵무기를 비롯 어떤 무기도 남에 반입하거나 구매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이 세가지사항은 60년전에 체결한 정전협정에 명시된 내용으로 그간 미군이 철저히 위반해왔다.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인 전쟁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코리아반도의 정세를 긴장에서 완화로, 대결에서 대화로 전환시키기 위한 결정적이고 성실한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북이 을지연습에 대한 규탄성명의 수위를 조절하고 개성공단정상화에 먼저 나서는 좋은 분위기를 절대로 역행하거나 오판하지 말고 미국과 남은 무조건적으로 을지연습의 중단과 북미·북남관계의 개선에 조건없이 적극 임해야 한다. 특히 박근혜정권이 모험적인 전쟁연습을 벌여 국민여론을 외부로 돌려서 12.19부정선거와 정보원게이트로 맞은 최대의 정치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이는 국민의 더 큰 분노와 저항만을 불러올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