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양심의 표상이었던 이시이 히로시 총장

 

[기고] 오랜 벗의 영면을 슬퍼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 권오헌

 

 

권오헌 / (사)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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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도쿄의 한 장례식장에서 열린 일본 '한국양심수를지원하는전국회의' 이시이 히로시 사무총장 추도식에서 이철 대표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양심수동우회 이철 대표]

 


한국 양심수들의 따뜻한 후원자였고 이 땅 노동자 민중들과의 연대, 협력자였던 일본 ‘한국양심수를지원하는회전국회의(이하 전국회의)’ 이시이 히로시 사무총장이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한국 관련 행사에 연거푸 참석하다 뇌출혈로 안타깝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시이 총장은 일본인으로서 한국 감옥에 갇혀 있는 재일동포 정치범(간첩조작사건) 구원 사업을 했고 그들이 모두 석방된 뒤에는 ‘한국양심수를 지원하는 전국회의’ 사무총장으로 헌신했습니다. 또한 일본 기업과 한국 노동자들 사이 노동쟁의가 있을 때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싸우는 한국 노동자들 편에서 후원자로 연대자로 활동했고, 한일 사이 주요 현안 문제를 민중들 시각에서 해결하려는 일한 민중연대(한국에선 한일 민중연대) 성원으로 수없이 한국을 방문하며 연대 사업을 주도적으로 해왔습니다.

고인은 특히 일제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올바른 사죄와 배상을 일본 정부가 책임 있게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일제와 전범 기업들의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중한 사죄와 배상, 재발 방지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고인은 국적과 국경을 넘어 역사 정의에 입각한 올바른 청산을 주장하는 등 국제정의 실현과 양심적 활동의 표상이셨습니다.

필자가 고인을 처음 만난 때는 ‘재일동포유학생간첩조작사건’으로 이철(현재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대표) 씨가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1975년)되어 사형 언도를 받고 한국 감옥에 갇혀 있던 1980년대 후반 어느 때로 기억됩니다. 당시 이철 대표는 약혼자 민향숙 님과 함께 구속되었고 민향숙 님의 어머니 조만조 님은 따님과 예비사위 석방을 위해 온몸 다해 애쓰고 있었습니다.(조만조 어머님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결성(1985) 초기 재일동포 양심수 가족으로 공동 대표를 맡고 있었음) 이시이 총장은 이철 대표가 구속되자 국적과 관계없이 한국 군사정권 하에서 부당한 탄압으로 판단하고 구원사업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또한 이철 대표 석방(1988) 뒤에도 재일동포 정치범 석방 전국회의(1976년 결성)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헌신적인 활동을 하셨습니다.

이시이 총장이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민가협양심수후원회’와 직접 연대 투쟁을 하게 된 것은 재일동포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김병주, 손유형, 서순택, 김장호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1998년 모두 석방되면서 1976년에 결성되어 재일 한국인 정치범 석방을 해오던 ‘정치범석방전국회의’가 명예로운 해체를 하고 그 빛나는 업적을 토대로 1999년 앞서 밝힌 ‘한국 양심수를 지원하는 회전국회의’로 재발족하면서 부터였습니다.

발족 당시 양심수후원회 대표를 맡고 있던 필자가 초청을 받았지만 당시 비전향장기수 송환운동으로 틈을 낼 수 없어 양심수후원회 부회장인 이기욱 변호사가 참석해 축하했으며 두 단체 사이의 국제 연대를 굳건히 한 바 있습니다.


그 뒤 2005년 필자는 ‘전국회의’와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 정의·평화와 인간 존엄의 굳건한 국제 연대를 확인했습니다. 바로 2005년 10월 1일 민가협 공동의장과 양심수후원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던 조만조 어머님이 서울에서 세상을 떠나시어 일본에 살고 있던 민향숙 님과 이철 님이 장례를 모시러 올 때 이철 님 석방 운동에 헌신하셨던 이시이 히로시 ‘전국회의’ 사무총장이 함께 오시면서 필자와 만나 두 번째로 공식 초청을 해주셨습니다.

그리하여 필자는 2005년 11월 25일부터 27일 일본을 방문해 문경구민(文京區民) 센터에서 열린 ‘전국회의’ 주최 ‘2005년 전국회의 집약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이시이 총장 사회로 진행된 집회는 와다나베 히즈오 대표의 대회사와 이시이 총장의 2005년 사업보고가 있었고 필자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양심수지원 사업에, 그리고 집회에 초청해주신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일제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 그로 인한 남북 분단, 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항쟁과 양심수 석방운동, 비전향 장기수 송환에 이르는 과정과, 일본민중들도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미일 군사 동맹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했고 앞으로 ‘한일민중연대’가 더욱 공고히 연대하여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강연한 바 있습니다. 집회 마지막에 양심수지원 사업과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석방 투쟁 등 양심수후원회와 일관되게 연대 사업을 해주신 데 대해 와다나베 대표에게 준비해간 감사패를 드렸습니다.

앞에서 밝혔듯이 고인은 양심수 지원사업 말고도 ‘일한민중연대’ 차원에서 노동자·민중 투쟁 행사나 3.1독립운동 행사, 8.15민족통일 행사 등 이 땅의 민족민주운동 관련 현장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개인적인 일이지만 2017년 필자의 문집출판 기념일 때도 바다 건너 먼 길을 달려와 축하해주셨습니다.
 

 

2023년 7월 22일,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에 참여중인 이시히 총장(맨 왼쪽).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제공]
2023년 7월 22일,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에 참여중인 이시히 총장(맨 왼쪽).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제공]

 


필자가 고인과 마지막 통화를 한 것은 지난해 7월 정전협정 70돌을 맞아 국내외 반전평화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전쟁반대 평화대회‘ 행사에 고인이 일한민중연대 회원들과 함께 참가하셨을 때였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여 함께하지 못한 필자에게 병문안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 서툰 한국말이 아직도 귓전에 남아 있는데 이제 다시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지난 40년 가까이 함께했던 정의와 인권을 위한 국제 연대와 따뜻했던 우정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억압과 착취가 없는, 대결과 전쟁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고이 잠드시길 빌겠습니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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