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겨오는 천하.. 어가가 황황히 홍농으로 길을 재촉하고 있을 무렵 조조는 아직도 산동에서 포 로부터 되찾은 연주를 근거로 힘을 기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힘써 백성들의 살 이를 보살피고 생업을 복둗우며 널리 인재를 구하고 군사를 기르니, 어느새 백 의 모사,양장에 군사20만이요, 창고마다 병기와 군량이 가득했다. 물론 조조도 이각과 곽사의 틈이 벌어질 때부터 장안의 소식을 듣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 어떤 제후보다도 더 예민한 눈과 귀로 조정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는 편이 옳 았다. 그러나 장안성이 싸움터가 되고 천자와 공경들이 각기 이각과 곽사에게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조조는 조금도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어 쩌다 공명심에 조급한 장수들이 장안성으로 진격하자고 우겨도 조조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두 호랑이가 더 싸워 양쪽이 모두 상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만약 지금 대군을 몰고 장안으로 들어가면 둘은 반드시 싸움을 멈추고 힘을 합쳐 우리에게 대항해 올 것이다 조조는 항상 자기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그렇게 내세웠지만, 그 마음속 깊은 곳을 살피면 반드시 그것만도 아니었다. 사실 조조도 처음 이각과 곽사의 싸움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그 일 이 자신의 생애에 어떤 변화를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천리도 넘게 떨어진 곳의 싸움이긴 하지만 그 둘이 싸우는 배경이 바로 제실과 조정이란 점에서 반 드시 그 여파는 천하에 두루 미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이 아니라 피부로 느 껴지는 어떤 알지 못할 감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