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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 김상훈

2012.01.17 23:38

주유 조회 수:1225

호롱불 - 김상훈 석유를 가득히 부은 등잔은 밤이 깊도록 홰가 났다 끄을음을 까--맣게 들어마시며 노인들의 이야기는 죽구 싶다는 말뿐이다 쓸만한 젊은 것은 잡혀 가고 기운 센 아이들 노름판으로 가고 애당초 누구를 위한 농사냐고 이박사(李博士)의 이름을 잊으려 애썼다. 곳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흉한 소문이 대소롭지 않다 이백 석이 넘어 쌓여 있는 곡식이 그들의 아들이 굶어 죽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었던 까닭이다. 암닭이 알을 낳지 않고 술집이 또 하나 늘었고 손주 며느리 낙태를 했다고 등잔에 하소연해보는 집집마다의 늙은이 잠들면 악한 꿈을 꾸겠기에 짚신을 삼아 팔아서라도 부지런히 석유만을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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